隱喩法
- 여강 최재효
여자는 남자로 행세를 하고
남자는 여자로 살면서 눈이 커졌고
심장이 자주 멈춘다
또래 남자들 사타구니를 보니 한결 같다
세상은 모계(母系)로 회귀하고 있었다
서울 명동과 종로 거리에 남자가 사라졌고
허상이 날뛰는 세상이 되었다
밤과 낮은 서서히 직유로 빠져들고 있다
오늘 내 몸에 맞는 투피스 한 벌 사고
아내에게 조상(弔喪)에 어울릴 법한
검정색 양복을 선물했다
여성의복 판매점에는 어찌 된 일인지
온통 무채색의 옷이나 군복 뿐이다
아내와 딸 아이들은 한술 더 떠
칼과 방패를 준비했고
천리마(天里馬)까지 요구하여
나는 12개월 할부로 카드를 긁어야 했다
아, 신라가 그립다
뼈가 뼈를 이끌고 다스리던 그때
감히 직유가 발붙이지 못했던 그 시절
당당했던 천년 금관이 보고 싶다
2006. 12. 25. 2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