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다한 이야기
- 여강 최재효
며칠 전 고개를 넘다가 실족한
소녀 같은 여인이
하얀 액자 속에서
무의미하게 웃고 있다
늦가을 햇살이 너무 눈이 부시다
괜히 고개를 들어 창공에 빠져든다
옆칸에 금일 오전 명패를 단,
한창 봄이 흐드러졌을 법 한
또 다른 人生이 입을 귀에 걸고있다
무엇이 그리 좋을까
강을 건너면서
나나 그들이나
할미가 주신 이승의 시간표는 비슷하다
액자 속에 안주한 그들은
마치 수업시간을 빼먹고 숨어버린
개구장이 초등학교 학생 같다
그들은 나를 향해
뭉크의 '절규'를 흉내 내 보지만
나는 아무것도 듣지 못해 송구하다
‘바보들, 아이들은 어떻게 하라고’
동정을 하기보다
나약한 그들을 탓하고 돌아선다
갑작스레 불어 온 바람에
힘없이 붉은 나뭇잎 하나 공중으로 솟고
‘흑’하고 중년의 어깨가 떨어진다
2006. 11. 14. 16:00
- 인천 부평 가족공원묘지 추모의 집에서
동료 신영미를 추모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