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을 볼 수 있다면
- 여강 최재효
아침 해를 향해 두 팔을 벌려 보오
그대 밤새 포근한 잠에 취해 있을 때
새 날을 밝히려
저리 얼굴이 상기되도록 달려 온
수고스러움을 알아 줘야 하지 않겠소
설령, 생이 이미 고개를 넘었다 해도
저 싱싱한 해를 품어 보오
지금껏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 했을 때
저 해를 보고 싶어 했는지
해가 정오에 있을 때
두 눈 속에 깊이 담아 두오
그리하여 밤이 되어도
별과 달이 제 몫을 다하지 못하거나
또는 홀로 마지막 길을 가야 할 때를
준비해야 하지 않겠소
그대가 먼 여행을 떠난 뒤에도
저 해는 태연하게
자신의 여정을 가겠지요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갓난아이처럼
그대 신선한 아침 해 뿐만 아니라
만삭의 석양도 볼 수 있다면
그대의 바람 같은
지난 세월을 알 고 있는
세상의 모든 눈과 귀들이
결코 그대 머리위에 있지 않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소
백년이 눈 깜짝 할 순간보다
별로 길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오
2006. 4. 9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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