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헤는 밤
- 여강 최재효
순한 바람조차 단단히 얼려버린 무정한 하늘
뭇별들 시샘하듯 등불 환히 밝히고 고고한데
동서남북 천지에 향월(香月)은 보이지 않아라
시어(詩語)가 가장 맛있게 익는 긴긴 겨울밤
지난 가을에 담근 도소주 향이 깊어만 가는데
젊고 신선한 문자(文字) 모두 어디 숨었는가
사람 심사(心事) 간사하여 꽃 피면 달려들고
낙화유수에 시선 멀리 돌리며 모르쇠 할 테지
버려진 우물 산 너머에 따로 있음이 아닐진대
예전에 미인은 노래하며 밤새워 별을 헤었고
이즈음에는 텅 빈손 중년 나그네 하늘을 보네
누가 있어 그들 서운함을 다독거릴 수 있을까
꽃 피고 낙엽진 뒤 우리 모두 돌아가고 나면
별들만 고요히 남아 고우(故友)를 그리워할까
행여, 저 별들 냉정하게 눈 감을까 두려워라
천년 지난 오늘밤 별들 여전히 반짝거리고
삼생(三生)의 청춘들 밤하늘 별들을 셀 테지
늘 그렇듯 세상은 돌고 별똥별 제 몸 태우며
- 2019.1.29. [2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