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불다
- 여강 최재효
차갑고 무거운 해 서둘러 저물고 나니
북풍이 몰려와 앙상한 가지를 흔드는데
기대선 병구(病軀)는 덩달아 어지럽네
지난 삼십년 얼음이 몸속에 가득하고
크고 작은 세상 근심 태산처럼 쌓여도
신명(神明)에 대한 믿음은 변함없어라
한 세대 강물 꽃잎 처럼 흐르고 나니
금강(金剛) 뼈골 속절없이 물러지면서
반석(磐石) 같던 살도 반쯤 날아갔네
오색 봄꽃 좋고 설화(雪花)도 좋은데
반생(半生) 지나서 삼백예순 다섯날
나그네 어깨에 찬바람 머물까 두렵네
청산 깊은 곳 돌부처 닮은 저 나그네
꽃망울 잉태한 춘지(春枝) 쓸어안고
파랑새 조속히 돌아오기를 헤아리네
- 2019. 1. 28. [06: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