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온다
- 여강 최재효
불멸의 신(神)으로 찬양받는 태양이 돌고
개벽(開闢)한 뒤로 잠시도 쉬지 못한 지구도 돌며
할머니의 동화(童話) 속 달도 돌고 있다
원치 않았던 나는 억지로 돌고
주변의 지인(知人)들 조차 영문도 모르고 도는데
묵천(墨天)의 별들이 말없이 돌고 있으니
조금은 안심이 된다
어렵게 지천명의 언덕을 넘자
내 시계의 시침과 분침이 반항하기 시작했다
나는 전생으로 회귀(回歸)하는 중이다
블랙홀의 입구, 사건의 경계선에서
베이징 원인(猿人)이 나에게 손을 흔들고
크로마뇽인은 눈알을 부라린다
할아버지는 시무외인(施無畏印) 보이며 웃는다
사라져야 할 무명(無明)은 변명하지 말아야 하고
곧 생겨날 것들은 지나친 겸손을 피해야 한다
늘 뜨거운 지역에는 개념이 없었다
말세(末世)를 외치는 자들은 언제나 있었고
성인(聖人)의 말씀은 자주 싸구려로 팔려나가곤 했다
님이 탄식할 때
영하 250도의 한파는 서너 차례 유령처럼 왔었다
겨울은 사선(死線)에서 눈을 부릅뜨고서
옥석(玉石)을 가려내느라 분주하다
나는 오늘밤 겹창 문을 닫고 커튼을 내리려 한다
- 창작일 : 2018.11.6일 [2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