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小考
- 여강 최재효
늙은 은행나무 아래서 눈을 감는다
하늘이 봄부터 달려온 뒤안길을 돌아보며
한 해의 장정(長程)을 마감하려 들자
다급해진 지신(地神)은 회초리를 들어
만상(萬象)을 향하여 고함을 질러대고 있다
천지인(天地人)이 서로의 등을 다독거릴 때
세상에 어두운 그림자는 별로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천지신명에게 항상 고개를 숙였고
제신(諸神)들의 은전(恩典)은 무척 후덕했었다
사람들이 앞 다퉈 천리안(千里眼)을 손에 넣고
신화와 전설을 우습게 알자
하늘은 인자한 어머니의 모습은 잃어가고
계절의 시계는 방향을 잃고 제 멋대로 시침을 돌리려 한다
더 늦기 전에 원죄(原罪)를 살펴봐야 한다
하늘은 마지막 인내심을 발휘하며 주저하고
산천(山川)에서 염불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려온다
허망한 모습에 취하면 때를 놓치게 되느니
눈을 뜨니 사색이 된 은행나무 잎들이 바르르 떨고 있다
- 창작일 : 2017.10.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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