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륙도에 가다
- 여강 최재효
귓전을 스치는 뱃고동 소리에 발이 묶이네
언뜻 보면 다섯 남매
자세히 헤아려보면 육남매 인 듯
야속한 안개는 나그네 눈을 속이네
어머님은 칠남매를 보셨지
둘은 미련 없이 천상(天上)으로 떠났고
남은 형제들 초로(初老)의 문턱을 넘어
저 섬들처럼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네
저 처럼 무생(無生)들도 각자의 길이 있듯
혈육들도 제 길이 있을 테지
갈 수 있는 길을 걷기도 하고
갈 수 없는 길을 걸을 때도 있을 테고
폭풍우가 휘몰아 쳐도 변함없이 자태
천둥만 울려도 숨는 인심(人心)
어머니는 남몰래 눈물을 훔치셨지
천지가 곧 어머니이거늘
타관 나그네 갈매기에게 손짓해 보지만
낯선 이인(異人)은 역시 남일 뿐인가
해무(海霧) 속으로 남매들 모습 감추고
무심한 바닷새들 안개 속을 오가네
- 창작일 : 2015.8.6. 12:00
부산 오륙도 전망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