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목항에 우는 바람
- 여강 최재효
서너해 전만해도
진도 팽목항에 부는 해풍은 맑고 가벼웠지
그날 이후부터
바닷바람은 방향을 잃고 방황한다네
이미 살 만큼 산 사람들은
그날의 절규를 잊은 듯 바다를 외면하고
가슴에 피붙이를 묻은 발걸음만
다시 찾아와 돌아갈 줄 모르네
바다를 나는 갈매기는 울지 못하고
바다도 한숨만 토해낼 뿐 말이 없네
뒤늦게 달려와 미안한 마음 금할 길 없는데
지나가는 여객선 고동소리에 가슴이 미어지네
이 어두운 계절이 지나고 봄이 오면
남해용굼에도 꽃이 필 테고
봄소풍 가는 어린 아들딸들 웃음소리 들리면서
해풍은 가볍게 불고 갈매기는 다시 울 테지
물 빠진 노란 리본들 바람에 날리는 팽목항
어린 영혼들 이름 새겨진 비석 앞에 엎드려
극락왕생을 빌고 또 빌어보지만
돌아서는 나그네 발길이 천근만근이라네
- 창작일 : 2015.8.1. 17:00
진도 팽목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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