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사에 들다(2)

by 여강 최재효 2015. 2. 4. 23:26

금산사에 들다(2)

- 여강 최재효

                      밤낮 아무 때나 발걸음 옮길 수 있었지
                      눈 한번 찡끗하며 백화百花 피어나고
                      눈물의 잔을 들면 상사常事로 밤을 지새웠지
                      어제 일이 마치 한오백년 지난 듯 하여라

                      해어화解語花는 호걸에게 어울리고
                      준마駿馬는 백락伯樂이 알아본다네
                      음양의 조화는 오직 신명神明의 일이라
                      범인凡人은 헛된 호기에 망가지기 십상이라네

                      어제는 사람들 무서워 밤길 걷고
                      오늘은 내가 두려워 남몰래 모악산母岳山에 드네
                      누구든 나를 비웃어도 좋아라
                      사람이 좋아지면 심산深山도 손을 내밀지니

                      둔한 사람 밤새 주지酒池에 빠지고
                      영특한 이는 낮에도 색향色香에 취한다지
                      천지에 달인達人이 어디 있을꼬
                      타관 나그네 밤새 잔을 잡고 허탈하게 웃었네

                      반쯤 폐인廢人되어 미륵彌勒을 대하니
                      웃는 듯 우는 듯 그 모습 참으로 모호模糊하여라
                      빈손으로 서둘러 산사를 나오는데
                      허공에 퍼진 풍경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보네

- 창작일 : 2015.2.1. 15:00
김제 금산사에서

저작자표시 비영리 변경금지

'* 창작공간 > 자작시 감상실 1'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봉산 (0)	2015.04.04
서울문학기행 (0)	2015.03.29
금산사에 들다(1) (0)	2015.02.04
겨울 채석강에 서다 (0)	2015.02.04
설중매 (0)	2015.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