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계절

by 여강 최재효 2015. 1. 28. 00:14

복수의 계절

- 여강 최재효

            드디어 때가 되었다
            거친 남자들이 칼을 들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하루, 이틀, 열흘......
            사내들의 눈에 핏발이 섰다

            기회는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 했다
            해가 빠르게 달음박질 치고
            사람과 맞물린 별들도 가쁜 숨소리를 토해냈다
            사물들이 지정된 곳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남자들이 하늘에 대고 삿대질을 해댔다
            거리는 집 나온 늙은이들로 가득 했고
            성난 사내들은 칼을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수명을 다한 사체들이 거리에서 썩고 있었다

            죽여라, 하나도 남김없이 죽여라
            천지에 섬뜩한 구호들이 난무하였다
            시퍼런 칼이 섬광을 뿜어 댔지만
            죽은 것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나의 목표물들은 저쪽에 있었다
            그것들의 반은 땅속으로 서서히 빨려 들고 있었다
            오오, 이럴 수가
            그것들 중에 백발의 내모습도 보였다

- 창작일 : 2015.1.2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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