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중년
- 여강 최재효
반백半百을 겨우 넘었을 뿐인데
눈물이 앞을 흐리고
귀가 자주 막혀
늘 보던 만물萬象 조차도 몽롱하게 다가오네
예전에는 한 걸음 걷고 뒤돌아보고
열 걸음 지나 하늘 보았는데
어찌된 일일까
이제는 아무 곳에도 함부로 시선 두지 못하겠네
늘 아래 있던 산들이 언제 저렇게 커졌는지...
세상은 벌써부터 거꾸로 흘렀다고 하는데
심안心眼이 없는 죄로
새벽마다 차가운 꿈만 꾸다 일어나 앉아 탄식하네
누구를 위하여 세상에 나왔는가
세상은 사내를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을까
행인들 광인狂人을 보면 길을 내주고
무명인無名人은 차가운 인형人形을 보고 절망하네
혼자 새벽비 부서지는 소리 들으니
자주 대하던 삼라森羅의 형체는 희미하고
눈가는 상념의 편린片鱗으로 붉게 물들었는데
안타까워라, 정작 옛 소년은 보이지 않네
- 창작일 : 2015.1.24. 0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