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달에 짓다
- 여강 최재효
때 늦은 팥죽을 대하네
내 곁에 그림자들 모두 떠나간 뒤로
매끼마다 헛배가 불러
반쯤 들다 수저를 내리곤 했었지
반백년이 지났어도
세상을 잘 알지 못하여 어지럽고
늘 하늘을 이고 있어도
청천靑天을 마주하기 어려워라
내 마음 알아주는 이
거울 속 이인異人이라
멀리가지 못하고
나를 따라서 또 한해를 지나네
지난해 어머님 다른 세상 드시고
꿈속 고향 문전門前 사라지니
돌아갈 곳도 없어
천리 타관에서 남쪽하늘 바라보네
- 창작일 : 2014.12.27. 2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