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작酬酌
- 여강 최재효
쇠심줄 같던 가시덩굴 사라지고
꿈속 임 같은 붉은 여름꽃
밤이슬에 촉촉한데
여인旅人은 달빛을 잔에 담네
지난밤 풍우風雨 다행히 비껴 지나가고
청천에 월색月色 가득하니
자작自酌으로 지난 원망 털어버리고
대작對酌하며 청담淸談을 즐기려네
예전에는 백화百花를 취하였으나
반생半生 고개 넘은 뒤로
오로지 먼 들녘에 홀로 핀
야생화 한 송이만 지극히 살피리라
밤늦도록 잔을 잡으니
저님 갈짓자 걸음으로 구름 속 걷고
나그네 금침衾枕에 누워
꽃잎에 맺힌 달콤한 이슬 마시네
어둡고 추웠던 악몽 지우고
합환주 주고 받으니
천지天地에 두님을 바라보면서도
몽중夢中 임 아닌가 자꾸만 눈을 비비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