夜 冬 1
- 여강 최재효
밤낮 부는 눈보라에 천지백天地白이고
눈감았다 뜨면 해와 달 자리 바뀌는데
아무도 찾는 이 없는 한거閑居에 누워
취한 듯 죽은 듯 하늘만 바라보고 있네
죽마고우 몇은 이미 황강黃江을 건넜고
하릴없이 쌓이는 달갑지 않은 연륜은
이사를 하여도 용케 찾아와 아는 척 하는데
안타까워라, 머리에 반은 잿빛이 되었네
훗날 잡초 우거진 골짜기에 홀로 누우면
한낮의 태양은 불덩이처럼 이글거릴 테고
새벽달은 한겨울 고드름처럼 차가울 텐데
백골白骨의 혼백魂魄 얼마나 쓸쓸할까
백천만겁百千萬劫 지나야 겨우 받는 생生
부운浮雲 잡으려 천방千方으로 발품 팔고
신기루 쫓다 금쪽같은 청춘 허비하다가
지천명 지나니 석경石鏡 속에 낯선 사람 있네
- 창작일 : 2013.01.07. 00:00
[주] 夜冬(밤 야, 겨울 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