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 花
- 여강 최재효
삼월에 진달래에 미혹迷惑되고
성하盛夏에 규화葵花를 안아보며
가을에 국향菊香에 취하였다가
인동忍冬에 설화雪花 속에 가만히 눕네
꽃이란 잠시 눈동자에 찍힌 허상虛像
이 몸 다정多情의 봄꽃이 그리워
춘지春枝 꺾어 화병에 꽂아 놓으면
잡화雜花들 몰려들어 시샘하였지
여름꽃 너무 뜨거워 눈길 피하고
가을꽃 마음 편해 가까이 하였지만
모든 꽃은 본래 제자리가 있어
이제는 무정無情의 눈꽃을 가까이 하네
반생을 눈(目)에 속아 동서남북으로
아름다운 꽃 찾아 헤매다
금쪽같은 생명을 허비하고 말았는데
우연히 거울 보니 백화白花 한 송이 있었네
- 창작일 : 2013.01.05. 00:00
[주] 無花(없을 무, 꽃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