忍 冬 1
- 여강 최재효
새벽달 찾아와 문을 두드려
일어나 정중히 맞이하여
작설雀舌 달여 내놓고
시 읊으며 앉아있으니 괜히 서글퍼진다
화용월태花容月態 품으려
천지로 분주하던 기백은 꿈속 일 되었고
남은 세월 무료하여
자칫 야차夜叉될까 두려워라
인연을 끊자고 청한 적 없건만
저절로 흔적들 지워지고 말았는데
오로지 한뜻 차갑게 지니고 있었더니
세상은 나와 반대의 길 걸어가네
창밖에 설화雪花 어지럽게 날리는데
월객月客은 빈손으로 찾아왔네
저님에게 묻노니, 나는 무엇하러 온 사람이며
세상에서 누가 나를 알고 있는가
- 창작일 : 2013.01.03. 02:00
[주] 忍冬(참을 인, 겨울 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