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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는 이야기(終)

* 창작공간/단편 - 재미없는 이야기

by 여강 최재효 2012. 10. 31.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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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없는 이야기

 

 

 

  

 

 

                                                                          終

 

  

                                                                                                                                                               - 여강 최재효

 


           

 나는 위층이 텅 빈 것을 알고 있었지만 밤마다 귀마개를 했다. 덜컹

거리는 소리, 쥐가 찍찍거리는 소리, 여인의 신음, 웃는 소리, 바람소리

등, 들리지 않는 소음에 나는 귀를 막고 잠을 청해야 했다.


어떤 날은 잠을 한숨도 못자고 뜬눈으로 지새울 때도 있었다. 보이지

않는 않고 들리지도 않는 무형의 존재와 사투死鬪가 이어졌다. 집을

새로 사서 입주한 지 얼마 안 되어 집을 팔고 다른 곳으로 이사 갈 수

없는 처지였다.


 한때의 쾌락이 이렇듯 고통을 안겨줄 줄 예상이나 했던가. 혼자 사는

텅 빈 집에 밤마다 귀신과 벌이는 싸움에 나는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

다. 아이들 방으로 피신하여 잠을 청해도 허상虛像은 집요하게 나를

괴롭혔다. 거실에 밤새 전등을 환하게 켜 고 잠을 청해도 보았지만

잠시 뿐이었다.


 나는 안방 이중 창문의 잠금장치를 매일 확인하고 잠을 청했지만 쉽

게 수마睡魔는 찾아오지 않았다. 나는 버티칼 차양을 떼어내고 이중

으로 된 천으로 만들어진 커튼을 설치하였다. 바깥쪽은 검정색이고

안쪽은 베이지 색이었다.


밖이 전혀 보이지 않는 커튼을 설치하고 나니 다소 안심이 되었다.

2층의 보이지 않는 환영幻影과 사투를 벌이는 동안 나는 건너편 두

여인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인터넷을 뒤지고 서점에 들러

퇴마退魔 관련 자료를 수집하여 밤마다 주문을 외기도 하고 귀신을

쫓아내기 위하여 생전 처음 석가모니부처님과 관세음보살의 존호

를 부르기도 하였다.


지인을 통해 법력法力이 수승한 스님이 직접 만들었다는 부적을 비싸

게 구입해 집안 곳곳에 붙였다. 부적을 붙이고 귀신 쫓는 주문을 밤마

다 중얼거린 덕분인지 몰라도 두려움은 조금 덜 했다.


 보름간의 치열한 싸움은 진정국면에 접어들었고 나는 차츰 안정

되찾아 가고 있었다. 낮에는 안방 창문을 활짝 열어 환기도 시키고 벽

에 걸려있던 그림을 치우고 천정 전등도 일부러 환한 것으로 교체하

였다. 그렇게 심기일전을 해보아도 비가 내리는 밤이면 나는 장롱에

서 겨울 이불을 몽땅 꺼내 뒤집어쓰고 귀마개까지 해야 했다. 마치

사우나에 들어간 기분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위층 노파老婆가 세상을 뜨자 아래층에서 자

들려오던 묘음妙音들리지 않았다. 아래층 부부가 어떤 일로 인하

여 냉전을 치루고 있거나 권태기에 접어들어 서로 지나가는 소 쳐다

보듯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어쩌다 들려오는 소리는 여자의 앙칼진 금속성 목소리가 전부였다.

분명 아래층에서 전달되는 변화의 조짐으로 미루어 조만간 무슨 일이

일어난 것 같았다. 매일 꾸던 악몽도 일상이 되면 시들해지는 법인

가 보다.


 코스모스 빛깔이 더욱 진하게 변해가면서 나는 옷깃을 세워야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한여름 밤의 악몽은 이제 아름다운 추억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었고 나의 탐구와 연구 정신은 다시 건너편을 주시하게

했다.


달이 교교한 밤에 아름다운 여인을 훔쳐보는 재미는 경험해 보지 않

은 사람은 실감이 가지 않을 듯 싶다. 사회가 급변하고 살아가는 방식

도 나날이 변해가면서 우리의 주거문화도 덩달아 변화를 거듭했다.

그 와중에 신기하고 신비한 일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나는 그 신기한

일 중간에 서 있는 게 틀림없다.


 농경문화가 국가산업의 주류를 이루된 시절에는 댁의 주거는 1층이

나 기껏해야 2층이었다. 경제개발이 급속히 이루어지고 산업화가 이

루어지면서 농어촌 인구가 도시로 몰리면서 주택난과 함께 다양한

사회문제를 야기시켰다.


인구 분포의 불균형이 심각해졌다. 농어촌의 젊은이들이 성년이 되

기도 전에 자아의 독립을 외치며 도심으로의 대이동이 계속되었다.

그 수많은 노동인력은 새롭게 조성된 도심 변두리의 공단이나 서비

스 업종에 공급되었다. 


 그중 가장 큰 문제는 주거였다. 대도시로의 인구밀집현상가득

이나 좁은 땅에 주택의 변형을 불러왔다. 단층의 주거는 공동주택

의 형태인 저층의 빌라나 고층의 아파트를 짓게 하였다. 지금 대한

민국 인구 70%는 철근콘크리트 숲에서 먹고 자면서 여가를 보내고

있다.


7,80년대에 지어진 아파트의 경우 보통 15층을 넘지 않았으나 서울

인구가 천만 명에 가까운 인구를 수용하면서 주거 형태는 자꾸만

하늘로 솟아올라 이제는 6,70층 규모의 마천루가 주거문화를 선도

해 가고 있는 실정이다.


 80층이 넘는 집에서 잠을 자면 비행기를 타고 있는 느낌과 별반 다

를 게 없을 것 같다. 담장이 사라지고 투명유리가 집안 내부를 가려

주는 형태의 밀집형 공동주택은 예기치 못문제를 만들어 냈다.


밀폐된 공간에서 이웃이나 밖의 세계와 단절된 채 오로지 인터넷

나 텔레비전 혹은 전화 등 문명의 이기에 의존해 살아가며 서서히

자신의 존재만 마저 잃어가고 있다.


 또한 강력한 망원경을 장착한 카메라의 출현으로 도촬이 기승을

부리고 있기도 하다. 파파라치의 출현이 대표적이다. 이름을 한번

세상에 알린 여배우나 탤런트의 경우는 카파라치들이 쉬파리처럼

집요하게 달라붙어 연인이나 애인과 함께 있거나 은밀한 부위

사진 찍어 연예신문에 대서특필하여 밥을 먹고 산다.


사내로 태어나 여인들의 엉덩이나 젖가슴 등 은밀한 부위를 찍어

호구糊口를 해결하는 바보들을 보면 나의 예술적 탐구는 칭찬 받

아 마땅하다.


 일반인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한여름 해운대나 경포대 등 유명 해

수욕장에는 엉큼한 카파라치들이 득실거린다. 그들은 S라인의 몸

매를 가진 여인들을 주요 대상으로 카메라 셔터를 눌러 대지만 나

의 경우는 전혀 다르다.


나는 여인의 얼굴에 나타난 우수의 그림자나 한국적인 고전미를

지닌 여인의 얼굴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내가 촬영한 사진이라서

아니라 정말이지 고혹적인 전통미가 자르르 흐르는 원숙한 여

인을 사진으로 찍어 놓고 들여다보면 탄성이 저절로 나오는 경우

도 있다.


 우연의 일치이지만 나의 고상한 취미를 충족시켜 주기에 건너편

에 살고 있는 N이 적임자가 틀림없다. 물론 M도 있지만 N에 비해

여러 가지 관점에서 볼 때 다소 떨어지는 느낌이다.


추석연휴 첫날이 되는 날 저녁 나는 집 주변 식당에서 반주를 곁들

여 식사를 하였다. 내가 거주하는 지역에서 고향까지는 한시간 거리

에 있어서 내일 아침 새벽 고향을 향해 출발하여도 충분했다. 아내

와 아이들이 모두 해외에 나가있어서 고향에 일찍 내려가면 나 혼

자 오는 것을 탐탁하지 않게 여기는 형수의 시선이 부담스럽다.


 차례준비를 형수 혼자 하는 처지라 나는 형수의 입장을 뻔히 알면

서도 명절을 보내고 돌아올 때 봉투에 수고비조로 약간의 금전을 건

네는 것으로 미안함을 상쇄시킨다. 식당에서 시작된 자작自酌은 집

으로 이어져 나는 평소에 애지중지 아끼던 프랑스산 브랜디 헤네시

를 꺼내 맛을 보았다.


많은 종류의 물 건너온 도수 높은 술이 있지만 헤네시가 내 입맛에

가장 잘 맞는 타입이다. 시각으로 마시고 후각으로 마시고 미각으

로 마시면서 나는 내일 고향으로 달려갈 생각에 젖어 들고 있었다.


 홀로 보내는 중년의 밤은 위험하다. 귀신이 나온다거나 도깨비가

나타나 위험한 것이 아니라 세상에 오로지 나 하나 밖에 없다는 고

독감과 나의 주변을 둘러쌓고 있는 뻔뻔배신감 등이 교차되면

서 엉뚱한 방향으로 상상의 날개를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알코올 도수 40도가 넘는 코냑이 목줄기를 타고 넘어가는 짜릿함

과 쾌감에 나는 그만 한 병을 다 비우고 말았다. 고급 술은 마약과

같아서 한잔 또 한잔 하다가 빈병을 만들어 버리기 일쑤다.


심한 경우는 내가 잔에 풍덩 빠지거나 술병 안으로 기어 들어가기

도 한다. 어찌된 일인지 목이 탈 듯 하면서도 속이 울렁거리거나

토할 것 같은 기분은 들지 않았다. 지나간 추억을 상당한 부분 차

지하고 있는 나의 인연들을 한명씩 떠올리면서 조용히 휘파람을

불었다.


하나같이 쓰라린 가슴을 부여잡고 운명의 장난에 의해 등을

리거나 나의 호기로 눈물을 뿌린 여인들이다. 그중에 J나 P 또는

L을 떠올리면 눈물부터 나온다. 그녀들의 애절한 목소리와 환영

幻影이 주마등走馬燈 처럼 명멸하면서 나는 울컥하는 기분을 참

지 못하고 눈시울을 적시곤 한다.


 나는 안방에 들어 잠을 청하려고 자리에 누웠는데 얼핏 스친 것이

있었다. 건너편 N의 집 거실에 전등이 환하게 켜진 채 베란다 창문

이 열려있었다. 자세히 보니 N이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나는 얼른 C사 제품인 300mm 망원줌렌즈를 꺼내 카메라 본채에

장착다.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지만 늦은 밤에 붉은 립스틱과 약간 감청색 계

열의 아이샤도우와 그리고 검정색 아이라인의 매력적인 미시가 10초

간격으로 담배꽁초를 빨아 댔다. 이런 속도라면 1분도 안 돼 담배 한

개비가 사라지게 된다.


N의 담배가 빨간빛을 내는 장단長短을 추정해보면 현재의 N의 심

리상태가 어느 정도 파악이 된다. 보통 담배를 10년 피운 여자들

의 경우 한번 꽁초를 빨면 30초 정도는 가야 평정심의 상태에 있다

고 볼 수 있다.   


 어둠속에서 불빛을 발산 시키는 N의 입술과 하얀 손가락을 보면서

나는 N이 혹시 나를 유혹하려고 작정을 한 뱀파이어가 아닌가하는

의심도 해보았다. 나는 카메라 셔터 소리가 나지 않도록 신경을 써가

며 수동 모드(Mode)로 설정하담배가 물려 있는 N의 입술을

었다.


감도를 최대한 올리고 셔터스피드와 조리개 값을 최소로 낮춰 찍으

니 그런대로 볼만한 사진을 몇 장 얻을 수 있었다.  야속하게도 N은

담배를 한대를 맛있게 피우고 베란다 창문을 닫고 말았다. 지금쯤이

면 N도 시댁에 추석명절에 사용할 음식 준비에 바쁘거나 가족들과

어울려 있어야 했다.


그러나 N이 담배 불빛의 발산 속도로 보아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여인이 틀림없는 듯 했다. N이 거짓말 처럼 사라진 N의 베란다 문을

멍하니 바라보며 아쉬움을 삭혀야 했디. 나는 장의 따끈따끈한

 N의 이미지로 충분히 공상의 바다에서 실컷 헤엄을 칠 수 있게

었다.


토샵에서 다양한 테크닉을 적용하여 나는 N의 모습을 변형도 시

켜보기로 하였다. 이미지를 밝게 하여 낮에 찍은 사진처럼 만들어

선명하게 만들어 사진틀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콘트라스트를 세게

주고 선명하게 만들기도 하였다.


 N이 늦은 밤 허술한 이웃 카파라치에게 사진을 찍힌 사실을 알면

그 기분이 어떨까. 펄펄 뛰면서 사진 찍은 자의 정신 상태나 심리상

태가 상당히 불안하거나 사회규범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온갖 욕설을 퍼부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이르자 나는 거울

내 모습을 들여다보았다.


지극히 정상적인 중년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내일 아침 일찍

고향에 내려갈 일 때문에 작업을 중단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말쑥한

차림으로 고향에 내려가 간밤에 아무 일 없었다고 살짝 미소를 지어

보이며 나는 어머니와 사진 속에서 늘 잔잔한 미소를 짓고 계신 저쪽

세상에서도 현고학생顯考學生이신 아버지에게 인사를 올렸다.


차례를 지내면서도 나는 N이 걱정이 되었다. 그녀가 나처럼 새벽에

고향에 내려가 추석명절을 분주히 보내거나 부모님의 손을 잡고 그간

의 안부를 물으며 어줍지 않은 효녀孝女임을 은근히 자랑하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차례를 마친 나는 사촌 형님들과 서너 군데 흩어져 계신 조상님들의

산소를 찾아 성묘하고 전원의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셨다. 어머니에

게 용돈을 드리고 나는 컨디션이 안 좋다고 둘러대고 오후 5시쯤 집

을 출발하여 집으로 향했다.


고속도로는 벌써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해 있었다. 용인쯤 갔을 때

울 방향으로 가는 상행선과 하행선 모두 거북이걸음 차량으로 북

새통이었다. 운전을 하면서도 나는 N도 나처럼 고향이나 시댁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간다면 지금쯤 나와 반경 1Km 이내에 있을 지

도 모른 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인 휴게소에 들러 볼일을 보고 커피 한잔 마시고 다시 운전대

를 잡았다. 평소 보다 두 배의 시간이 소요되면서 집에 도착하게

되었다. 내가 막 주차장에 들어서려고 할 때 갑자기 승용차 한

대가 나를 향해 튀어 나오더니 내 마愛馬를 들이 받았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나는 잠시 운전대를 잡고 고개를 푹 숙

인 채 천지신명에게 감사했다. 만약 시속 140Km의 속도로 고속

도로에서 충돌사고가 일어났다면 상상도 하기 싫은 상황이 전개

되었을 것 같았다.


누군가 내게 다가오더니  차의 문을 두드렸다. 키가 170Cm 정도

되어 보이는 비쩍마른 여인이었다. 내가 차에서 내리자 여인은

앙칼진 목소리로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점점 언성을 높였다.

나는 창피하기도 하고 남들이 볼까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접촉

부의를 살펴보았다.


 내 차는 운전석 반대 문 가운데가 움푹 들어갔고 그녀의 차는 오

른쪽 앞 범퍼가 약간 우그러져 있을 뿐 손상된 상태로 보아 내 애

마가 훨씬 손상을 입었다. 나는 여인과 언쟁에서 질 경우 상당한

금전적 손실이 뒤따를 것을 감안하여 여인과 비슷한 톤으로 목소

를 높였다.


다행히 그녀는 혼자였다. 그녀 옆에 우락부락한 남자라도 타고 있

었다면 나는 목청을 크게 높이지 못하고 여인이 유리한 입장에서

합의를 하고 말았을 것이다. 내가 판단했을 때는 쌍방과실이 50:50

이 적절할 듯 하지만 그 여인은 자신은 절대 잘못이 없다면서 만일

보험 처리를 할 경우 나는 80% 자신은 20% 정도의 과실이라면 수

용하겠다고 하였다.


 다행히 명절인데도 나와 그녀의 차량보험사에서 사람이 도착했다.

그렇지만 그녀는 끝까지 자신은 잘못이 없다며 큰소리로 자신의 주

장을 굽히지 않았다. 한 시간의 실랑이 끝에 나와 그녀는 두 보험사

직원의 판단에 맡기기로 하였다.


그녀의 인상은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여자처럼 보

였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하면서도 잘 기억이 나지 았다. 영화 뱀

파이어에 나오는 요괴妖鬼 같기도 하고 화장을 덕지덕지 쳐 바르고

과거를 회상하며 신세타령하는 신장개업한 선술집 늙은 작부 같기

도 했다.


 나는 내가 가입되 있는 보험사 직원을 불러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보험사 직원은 시야가 넓게 확보되어 있지 않은 어두운 주차장 입

구에서의 접촉 사고는 50:50으로 보상해준다고 하였다.


나는 억울한 생각이 들었지만 같은 공동주택 단지에 사는 입주민

사이에 일어난 접촉사고인 점을 감안하여 직원에게 일 처리를 맡기

기로 하였다. 그녀는 끝까지 자신이 억울하다며 자신에게 불리하

게 보상협의가 이루어지면 보험사를 바꾸겠다고 자신의 보험사

직원을 협박하기도 하였다.


나는 나와 그녀의 승용차 상태를 다시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그녀

의 승용차 운전석 앞 유리 안쪽에 401호라고 쓴 스티커가 붙어 있

었다. 나는 순간 몽롱한 기분과 함께 눈을 비비고 다시 한 번 휴대

전화 불빛을 비춰가며 그 스커를 들여다보았다.


 그녀의 승용차 운전석 앞 유리 안쪽에 분명히 401호라고 쓴 스티

커가 붙어 있었다. 보고 또 살펴보아도 401호라는 선명한 아라비

아 숫자가 내 시선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나는 돌아가려고 하는

내 보험사 직원을 불렀다.


그녀의 보험사 직원과 상의해서 처리하되 내가 80%의 책임을 져

도 좋다고 말해 주었다. 나는 다리에 힘이 빠지면서 불효라는 두 글

자를 떠올렸다. 나는 내 보금자리와 건너편 N의 집을 올려보았다.

순간 오늘 하루 동안 먹은 음식물을 토할 것 같아 얼른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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