長 夜
- 여강 최재효
초봄에 물오른 버들이 소식을 전하더니
오늘은 시든 연꽃이 눈물을 달라하네
희비喜悲는 본래 한 쌍으로 맺으니
뉘라서 그 사이를 비껴갈 수 있을까
무심한 반월半月은 발걸음 재촉하고
한풍寒風은 먼 데 임 소식 물어오는데
중년의 빈 창가에 또 홀로 밤을 새우니
누가 있어 촉촉이 젖은 베갯잇 갈아 주리
육신은 반쯤 바람결에 날아가 버리고
거칠어진 빈모鬢毛는 달빛에 물들어
허심虛心 털어내려 잔을 채워 보는데
헤진 입 대신 효월曉月이 먼저 잔을 잡네
밤을 잊은 잡새들 정신 혼란케 하는데
천근千斤 눈을 감으면 옛 임 손짓하고
만근萬斤 눈 뜨면 수마睡魔 달려드네
대취한 달은 휘적휘적 구름 길 달려가고
- 창작일 : 2012.9.27. 00:30
[주] 1. 長夜(긴 장, 밤 야)
2. 鬢毛(살쩍 빈, 털 모) - 관자놀이와 귀
사이에 난 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