福
- 여강 최재효
복을 똥값에 팔거나
100% 할인 처분하는 아름다운 계절이 왔다
휴대전화와 우체부들은
욕이 된 싸구려 복을 전달하느라
밤낮을 구분하지 못한다
강도와 사기꾼에게
인두겁을 쓴 즘생에게
심지어 검은 혀바닥을 가진자에게도
무차별로 복을 살포하는 나라가
세상에 또 어디 있으랴
나는 옥편玉篇에서 福이란 자를 삭제했다
굶주린 개도 외면하는 복을
어째서 서로 주지 못해 안달하는 걸까
아침 이슬을 뱀이 마시면 독毒이 되고
꿀벌이 마시면 꿀이 되는 이치를
진정 몰라서 그럴까
그런데 자세히 보면
복 많이 받은 즘생은 어딘가 모르게 다르다
- 창작일 : 2010.12.15. 2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