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나라
- 여강 최재효
도시를 뒤덮은 누런 흙먼지
진흙탕 길 위에 맨발의 영혼들
카레보다 더 역한 소똥 냄새
끊임없이 울려대는 릭샤의 경음
남루한 옷차림의 드라비다 족속들
백년은 굶은 듯 한 퀭한 눈동자
아, 이것이 진정 신의 나라였던가요
배불뚝이 브라만 승려들
사람을 우습게 아는, 신이라 불리는 소들
태산 같은 대리석 무덤, 타지마할
하늘을 찌를 듯한 정복자들의 이슬람 첨탑
일 년 내내 출렁이는 갠지스 강
혼돈 속의 질서, 안개 속에 태양
역시 신들은 살아 있었어요
세상 만상萬象은 나의 모습 아닌가요
그것도 옳고
이것도 옳고
수천 만억의 또 다른 나도 옳았어요
극락 같은 신의 나라
지옥 같은 마왕의 국토
알 수 없는 거대한 신의 역사役事
눈을 감아도 보이는 기적의 시詩
아, 그것이 신의 나라였어요
- 창작일 : 2010.9.25. 23:00
인도 뉴델리에서
[주] 릭샤 - 인도 도심에서 많이 이용되는 대중
교통수단으로 3바퀴 자전거로 손님
두 명을 태울 수 있다. 3륜자동차는
오토 릭샤라고 부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