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설無說說
- 여강 최재효
혀가 무서워 산으로 간다네
대처의 새들은 입산수도 중이라 하고
어떤 산은 인산人山이 되었다 하네
산신山神은 바다로 갔다하는데
어디에 누워야 귀가 편할까
어머니는 세상을 주셨고
스승은 쇠바가지를 선물하였지
여인은 입술에 죽음같은 꿀을 묻혔고
정처 없이 걷다가 뒤를 보니
내가 뿌린 말의 씨앗들이 노려보고 있었네
달콤한 입술들이 거리에 넘치고
성전聖殿들은 무수히 발에 차이는데
사람들은 고기떼 처럼 몰려다니네
말씀으로 날이 밝고
말씀으로 날이 저무는 복음福音 천국
부처는 묵묵부답이고
십자가는 장신구로 전락한지 오래라네
나무에서 고기를 구하라는 검은 혀들만
시퍼런 비수를 들고 막무가내로 달려드는데
어쩌면 산도 곧 말을 하겠네
- 창작일 : 2010.9.5. 16:00
[주] 무설설 - 말을 하지 않고 말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