恒河沙가 되다
- 여강 최재효
여태껏 사람인 줄 알았나이다
형상이 그럴싸하여 그리 생각하였지요
지금까지 쌓은 보잘 것 없는
공덕으로 극락에 갈 거라 기뻐했지요
강변에서 산화하는 사자死者의 인골들
강물에 목욕하는 살아있는 육신들
강 위에 반쯤 탄 시신들
나룻배가 된 이방인들
강에 빠진 하얀 만월
쌍쌍이 날고 있는 저 물새들
모두 갠지스 강에 모래 아니던가요
물에서 나와서
땅에서 찰라를 천년처럼 살다가
바람에 이끌려 이리저리 거닐다
어느 좋은 날
미지의 세상 기대하고 불의 옷을 입는
모습도 없고 생각도 없을 허망
황제 같은 소
정승 같은 낙타
개 같은 개
그리고 모래알 처럼 무수한,
아무도 알아주지 않은 거짓 삶, 유령......
- 2010.9.19. 20:00
인도 갠지스 강에서
[주] 恒河沙(항하사) - 갠지스 강의 모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