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에로 항변
- 여강 최재효
무대에서 빨리 내려오라고 하지마
이 몸도 처음엔 무릎으로 박박 기면서
별의별 욕 다 먹고 이만큼 컸어
내 재주가 쌀뜨물 같다고 하는데
맛있는 음식도 매일 먹어봐
세상에 영원한 게 있을까
간밤에 별 하나 졌다고 난리들인데
그대 백년 후를 생각해봐
60억 개 흙무덤이 생겨나겠지
어떤이는 아쉬움이 남아 구천을 맴돌 테고
누가 하찮은 이름을 기억해 준다면
이승에 왔다간 보람은 있는 거야
돌아갈 곳이 없어 이리 방황하고 있어
내 잔재주가 박수 좀 받을 때
갈 곳이 너무 많아 행복했지
주변에 늘 향긋한 살 냄새가 풍겼어
등이 굽고 실수가 늘자 찬바람 불고
그 흔한 탁배기 한잔 구경하기도 힘들어
겨울이 가면 봄이 오고
꽃이 지면 열매가 맺는 거야
꿈같은 꿈은 절대로 믿을 게 못돼
한 평생 꿈만 먹다 이 모양이 되었어
내게 다시 올 기회가 주어진다면
안드로메다에 태어날 거야
여긴 지옥이면서 천국 같은 곳이야
귀신도 너무 많아
- 창작일 : 2010.7.29.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