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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1)

* 창작공간/단편 - 동행

by 여강 최재효 2010. 1. 1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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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행(1)

 

 

                                                                                                                                                                           - 여강 최재효

 


 

 “지연이, 아저씨는 강녕하시지?”
 “저에게 신경 쓰지 말고 승호씨나 마누라에게 들키지 않도록 조심해요.”


 서울시내 특급호텔 객실이 열기 휩싸여 있다가 차차 안정된 분위기를 되찾아

가고 있는 중이었다. 은은한 오렌지 빛 무드 등에서 발산하는 불빛이 끈적

끈적한 땀에 전신이 촉촉하게 젖은 두 나신(裸身)을 휘감고 있었다.

 

 지연은 방금 바다에서 잡아올린 싱싱한 한 마리 물고기와 같았다. 절정의

여운이 아직 지연의 전신에서 사그라지지 않고 미미하게 살아있었다. 지연

은 시뻐하며 운동으로 단단하게 다져진 승호의 가슴을 이빨로 잘근 잘근

씹었다.

 

 생머리가 허리까지 하늘거리며 탐스러운 삼십 후반의 지연은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다. 여고시절 주위의 강권에 못 이겨 미인대회에 출전한

경험 있는 지연이었다. 카페 손님들의 대부분은 지연의 뛰어난 미모에

반해 수년 째 발길을 끊지 못하는 속이 시커먼 중년의 사내들이었다.


 지연은 요리사나 다름없었다. 사내들이 원하는 요리를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만들어내는 만능 요리사였다. 지연의 심신(心身)을 공유하는

사내는 다섯 명이었다. 주로 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내들인데 변호사, 기업

체 대표, 대기업 임원, 자영업자 등 경제적으로 자유로운 부류들이었다.

물론 그중에 샌님 같은 남편 지훈은 제외된다.

 

 지연은 대학교 시간강사였던 남편 지훈을 만나 보금자리를 꾸몄다.

지훈은 지연보다 서너살 많았지만 오히려 지연이 누나처럼 보였다. 문약

(文弱)해 보이는 지훈을 지연이 배우자로 선택한 이유는 곧 정식 교수가

되면 교수 사모님으로 통할 거라는 계산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 었다.

 

 교수의 사모님이란 호칭은 대한민국에서 국회의원 부인, 사장 부인, 병원장

부인, 재단이사장 부인등과 같이 어느 정도 부와 명예가 보장된 자리로 취급

된다. 갑자기 떼돈을 거머쥔 졸부의 처, 식당사장 마누라, 부동산 갑부 마누라

보다 훨씬 듣기 좋고 사회통념상 고상해 보이는 측면도 지연이 지훈을 선택

하게 된 결정적 원인이기도 했다. 지연은 그 소망을 이루었지만 늘 허전했다.


 지연이 여러 사내들의 품을 전전하게 된 이유는 뛰어난 미모가 원인이지만

더 큰 원인은 지훈의 시원치 않은 사내다움이 지연의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

시켜 주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오늘은 지연의 내연남 중에서 외모가 가장 출중

하고 최근 들어 아내와 심하게 갈등을 겪고 있는 김승호와 만나는 날이었다.

 

 나머지 사내들 중에도 괜찮은 남자들이 있긴 하지만 승호가 가장 자신의

음욕(淫慾)을 해소해 주는데 재주가 특출했다. 열한시 쯤 카페에 들려 종업

원들에게 간단한 교육을 시키고 서울 교외에 있는 호화가든 식당에서 승호를

만난 지연은 점심식사를 하면서 와인 한 병을 나눠 마셨다. 식사 후에는 당연

코스처럼 아늑하고 시설 좋은 장소를 찾아 들었다.


 “지연이, 아저씨하고 지금도 잠자리 같이 안 해?”
 “어머나? 승호씨는 아내하고 삼 년째 각방 쓴다면서요?”

 지연은 엉뚱한 답변을 하면서 승호의 넓은 가슴에 난 무성한 털을 쓰다듬었다. 


 “이혼을 생각하고 있다면서?”
 “네에. 그런데 아이들 때문에 고민이에요.”

 지연은 늦은 결혼에도 불구하고 남매를 두었다. 두 아이는 모두 중학생이

었다.

 
 “요즘, 누가 아이들을 생각해? 아이들은 아이들이야. 이게 아니다 싶

으면 하루라도 빨리 각자 제 갈길 가는 게 현명한 처사지. 지연이 나이면

재혼해도 젊은 사람들 못지않게 인생을 즐기며 살 수 있다고.”

 

 승호는 담배 연기를 천정을 향해 길게 내뿜으면서 아내를 그려 보았다.

아내 순지 역시 청초한 한 떨기 백합처럼 고고해 보이는 여인이 었다. 
 승호가 사내에서 죽자 사자 따라다닌 덕분에 결혼에 골인하였고, 아내

가 임신하면서 승호는 아내를 퇴사하도록 하였다.

 

 아내가 회사 중역의 조카딸이기 때문에 승호는 아내의 역할을 은근히

기대하였다. 그러나 승호의 기대만큼 아내 순지는 승호의 승진에 크게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발휘하지 못 했다기 보다 순지의 작은 아버지가 명예퇴직 하면서 승호

는 한쪽 날개 부러진 새가 되었고, 사내에서도 동료들로부터 비웃음을

사기도 하였다. 승호는 허탈감을 알코올과 육신의 향연으로 위로받고

싶어 했다. 지연은 승호의 그러한 사연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매일 연구다 세미나다 연수다 하며 새벽에 들어오는 남편에게 미련이

없어요.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려고 이혼상담소에 가서 여러 번 상담도

받아보았어요. 그때마다 변호사 말대로 험한 세상에 두 아이들을 아비

없이 키워야 하는 게 은근히 부담으로 다가오더군요. 그렇다고 나중에

계부에게 아이들을 맡길 수도 없고......”

 

 지연은 어제 방문 했던 변호사가 하던 말이 생각났다. 변호사는 지연이

이혼하기 보다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서로 한 발짝씩 양보하고 살면

될 텐데 굳이 이혼하려고 하느냐며 심사숙고 해보라고 충고도 하였다.

 

 지난주 방문한 어떤 변호사 사무장은 조속히 이혼하는 방법을 권하며

준비하라고 부추기기도 하였다. 지연은 이혼을 부추기는 변호사의 말이

더 귀에 들어왔다.


 “법을 통해 이혼을 하기위해서는 사전에 충분한 준비가 있어야 합니다.

즉 사모님에게 유리한 증거물을 확보하는 거죠. 예를 들면 남편의 간통

증거를 확보하는 겁니다. 돈이 좀 들기는 하겠지만 결정적인 물증만 확보

하면 사모님의 의도대로 일을 풀어갈 있습니다.”


 “그럼, 제가 어떻게 해야 하죠?”
 “흥신소를 통해 보시지요?”

 “흥신소요?”


 “네에, 그들은 아저씨의 비리를 낱낱이 밝혀내 사모님이 이혼을 결심

했을 때 유리한 입장에 서도록 도와 줄 겁니다. 돈이 좀 들어서 그렇지

만......” 


 “돈이 얼마나 드는데요?”
 “뭐, 사안에 따라 틀리겠지요? 보통 큰 거 한 장은 들 겁니다.”


 “백만 원이요?
 “네에?”


 변호사 사무장은 사회물정에 어두운 지연의 말에 배꼽을 잡았다. 상담

끝에 지연은 우선 남편 지훈의 휴대전화를 복제하였다. 그러나 거금을

주고 복제한 보람도 없었다. 지훈에게 걸려오는 전화는 주로 학생들이나

학술관련 내용이었고, 묘령의 여인에게 걸려오는 전화나 문자는 없었다.

 

 지훈이 바람을 피우지 않는 다고 판단한 지연은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지훈이 묘령의 여인을 만나는 장면이라도 포착된다면 사진을 찍어 남편

에게 증거물로 들이밀고 이혼요구하려했지만 남편이 밤에 좀 허약하

다는 사실 이외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


 “이제 가게에 가봐야 할 시간이에요.”
 “벌써 그렇게 되었나? 나도 빨리 들어가 봐야지. 결재가 밀려있을 텐

데......”

 승호와 지연은 다시 한 번 욕망을 불태우고 호텔을 나섰다.


 “승호씨, 담에 또 연락할게요.”

 지연이 먼저 택시를 타고 도심속으로 사라졌다. 멀뚱히 지연이 태운 택시가

시야에서 멀어질 때 까지 승호는 담배를 피우며 멍하니 서있었다. 


 ‘참말로 아까운 여자야. 마누라가 사슴이라면 지연이는 야생마야.

어느 누구에게도 길들여지기 어려운 야생마. 난 그런 야생마가 좋은데

마누라는 다른 꿈을 꾸고 늘 피동적이니 원. 내가 언제까지 목석같은

여자하고 살아야 할지 원. 그놈하고 빨리 일이 매듭지어야 하는데......’

 승호는 샤워를 하고 나왔지만 전신에 지연이의 땀으로 끈적거리는 것

같았다.

 

 승호는 딱히 아내에게서 꼭 이혼해야 하는 결정적인 흠결이나 사유가

없어 지연과 마찬가지로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 승호에게 기회는 우습게

찾아왔다. 그렇다고 확신없이 지연이를 보고 이혼한다고 하여도 지연이

선뜻 자신에게 올 여자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특별히 이혼사유가 없는 타인의 아내를 강제로 이혼시킨다면 자신 역시

순지와 이혼해야 했다. 멀쩡한 남의 가정을 깨면 자신은 가정파괴범이라는

자랑스럽지 못한 굴레에서 한동안 자유롭지 못할 것 같았다. 승호는 일이

풀리지 않자 자주 술을 입에 댔다. 

 

 '그놈이 뜸을 들이는 바람에 죽도 밥도 안되게 생겼어. 어찌한다?' 승호

아내가 외간남자와 놀아나는 영상이 떠 올랐다. 동시에 자신이 지연

이와 은밀한 행위를 즐기는 이미지가 오버랩 되면서 머리를 흔들었다.  


 “사장님, 한 시간 전쯤 S건설 박 사장님한테 전화 왔었어요. 이리로 전화

달라고 하시던데요.”

 지연이 카페에 도착하자 지배인이 쪽지를 전해 주었다. 그제야 휴대폰을 카페

에 두고 간 것이 생각났다. 지연이 휴대폰을 열어보자 부재중 전화가 서너 통, 문

자가 세통이나 와 있었다.


 ‘흠, 박 사장은 이틀 후 점심 약속을 했는데? 혹시 무슨 일이 있나?’

 지연이 지배인이 건네준 전화번호로 전화를 해보았다.


 “오오, 지연이, 아까는 전화를 통 안 받아서 걱정했어, 어디 다녀온 거야?”
 “네에, 사장님, 집에 일이 있어서. 급히 다녀오느라고 휴대폰도 두고 갔었

네요. 무슨 일 있으세요?”   


 “무슨 일은 아니고, 나 여기 지연네 카페 근처 H호텔인데, 이리로 좀 와 줄

있나? 급히 상의할 일도 있고 또 지연이가 보고 싶기도 하고 말이야.”

 

 박 사장은 명문대학을 나와서 중견 건설사를 운영하는 사내였다. 지연이

운영하는 카페의 최고 고객이기도 했다. 한번 카페에 들리면 수백만 원의

매상을 올려 주는 것은 기본이고 종업원들에게 팁도 지갑에서 집히는 대로

주는 통 큰 사내였다. 그 역시 원만하지 못한 부부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지연은 지훈이 해외 세미나 참석차 일주일 동안 외국에 나가있는 동안

박 사장과 제주도로 골프 여행을 다닐 정도로 사이가 좋았다. 지연이 말이

라면 박 사장은 하나님 말씀 다음으로 믿고 있었다. 지연은 카페에서 나와

H호텔로 향했다.

 

 비가 오려고 하는지 하늘이 꾸물거리고 있었다. 지연의 코트의 깃을

고 짙은 검정계열 짙은 선글라스를 썼다. 미모가 출중한 탓에 행여

자신의 카페에 자주 들리는 손님들이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지연

이 박 사장이 들어 있는 객실의 초인종을 눌렀다.


 “어서와, 지연이 기다리고 있었어.”
 “어머나, 철민씨. 가운도 안 걸치고......”

 박철민은 늘씬한 육신을 자랑하며 객실 문을 열어주었다. 승호보다는 못하지만

나이에 걸맞지 않는 육신은 이미 안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듯 했다. 철민은 지연을

번쩍 안고 침실로 달려갔다.


 “아이, 철민씨, 왜 이리 급해요? 그리고 대낮에 왜 호텔에 계신 거예요?”
 “응, 자기가 보고 싶어서.”

 그리고 박철민은 지연이에게 달려들었다. 열기가 좀 식었다 싶었는데 지연은 철민

의 조급성에 다시 덥혀졌다.


 “사장님, 아니 철민씨, 급히 상의 할 일이 있으시다면 서요?”
 “가만, 가만히 있어요. 내가 급해요.”

 하룻밤에 열 사내도 마다하지 않을 지연이었다. 객실은 곧 폭발할 화산처럼 변

해갔다. 


 ‘아아, 사내란 그저 다 똑같단 말이야. 암컷을 보면 참지 못하고 덤벼드니......’

 철민의 격렬한 몸짓에 상당히 익숙해 있는 듯 지연은 철민의 손놀림에 순순히

응해주면서 철민속을 태웠다. 창밖에 번쩍하는 불빛이 일더니 천둥이 치기 시

작하였다. 마치 암수의 향연을 축하하려는 듯 연달아 불꽃을 터트렸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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