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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몽(2)

* 창작공간/단편 - 상사몽

by 여강 최재효 2008. 8. 23.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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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사몽(2)

 

 


                                                                                                                                                                                              - 여강 최재효

 

 

 

 


  청춘은 육신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 오묘한 천지음양의 법리에 따라 청춘은 항상 움직이고 따르고 탐하고 진정하면서 끊임없이 소용돌이치는 마음을 다잡지 못하면 변고가 생기게 마련이다. 구중궁궐에 들어와 후궁의 신분으로 하루 아침에 고귀한 신분이 된 덕중은 넘치는 호사(豪奢)를 주체하지 못했다.


 궁중의 다른 나인(奈人)들도 덕중의 앞에서는 고개를 숙이고 예를 갖추었지만 돌아서면 덕중의 천출(賤出)을 입에 올리며 시기와 질투의

칼날을 세웠다. 궁궐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덕중의 몸에서 태어난 아이가 그만 원인도 모르게 죽고 말았다. 수양은 침통해 하면서 덕중의 육아방식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 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아이가 죽자 수양의 마음도 차차 덕중에게서 멀어져 갔다.


 수양은 눈 코 뜰사이없이 정사(政事)에 매달렸다. 정통성을 계승하지 못하고 왕위를 찬탈하였기 때문에 늘 좌불안석이었다. 수양은 금상이 된 후에도 악몽에 시달리기 일쑤여서 불안한 마음을 술로 달래곤 하였다. 술자리에는 당연히 여인들이 합석해야 했다. 대군시절 사저(私邸)에 있을 때는 정실부인인 낙랑대부인 윤씨나 덕중이 주석(酒席)에 앉곤 했지만 만인지상의 지존이 된 이후는 궁궐에 넘쳐나는 나인들로 몸살을 앓 정도 였다.





  한참 나이의 덕중은 아이를 잃고 난 뒤 한 동안 우울증에 시달려야 했다. 밤이면 사내의 품이 그리웠지만 덕중의 뜨거운 육신을 보듬어 줄 사내는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밤마다 아름

답게 치장을 하고 주안상을 준비하였지만 수양은 덕중을 찾지 않았다. 여인의 기다림의 한계는

그리 오래가지 못하는 법인가. 덕중은 기다림에 지쳐 조금씩 자작(自酌)을 하는 습관이 생기기

시작했다. 임을 그리다 지친 여인의 밤은 너무 지루하고 길기만 하였다. 차라리 수양이 임금이

되지 않았으면 좋았을 거라고 덕중은 혼자 중얼거리며 술잔을 들었다.


 ‘아, 오늘도 길고 긴 밤을 홀로 지새워야 하다니. 이러다 나는 평생 이 암굴처럼 어둡고 침침한 독방에 홀로 피어나 아무도 보는 이 없이 들꽃처럼 시들어가야 한단 말인가. 차라리 잠저에 있을 때가 내 인생에 최고의 아름다운 시절이었어. 이까짓 소용(昭容)의 품계가 무에 말라비틀어진 것인가. 다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어. 예전처럼 대군의 사랑을 받는 여인으로 되돌아가고 싶어. 이제 난 어떻게 해야 하나......’


 덕중은 홀로 미친 여자처럼 술에 취해 홀로 웃기도 하다가 울기도 하면서 밤을 지새웠다.





 수양은 덕중을 철저히 외면했다. 자신의 혈육을 잘못 양육하여 죽게 한 죄가 덕중에게 있다고 생각한 수양의 마음은 풀어지지 않고 있었다. 수많은 밤을 젊은 여인 혼자 있게 내버려 두는 일 역시 남자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이다. 잔잔한 호수에 파문을 만들게 한 당사자가 나 몰라라 하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었지만, 남성우월 사회에서 연약한 여인들은 자신의 속내를 마음 놓고 드러낼 수 없었다.


  궁궐에는 수백 명의 젊은 내관들이 각 전각에 소속되어 일하고 있었다. 내관들 역시 청춘을 억지로 잊고 오로지 자신의 주인을 위하여 평생 일만 해야 했다. 내관 중에는 자신의 처지를 망각하고 궁녀와 눈이 맞아 해괴한 짓을 벌이다 발각되어 죽임을 당하는 사례도 있었다.


 그만큼 내시들의 성(性)은 궁궐에 들어오기 전 인위적으로 거세되어야 했다. 그런 내시 중에 인물이 뛰어나 임금의 후궁이나 궁녀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덕중의

외로움은 날이 갈 수록 변태적인 행동으로 나타났다.


 대낮부터 술을 마시며 자신의 음울하고 딱한 처지를 비관하며 미친 사람처럼 울고 웃는 횟수가 점점 늘어갔다. 또는 괜히 시중드는 나인들을 구박하거나 매질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여인의 외로움을 무엇으로도 달랠 길 없었다. 음욕(淫慾)이 넘쳐흘러 스스로도 통제하지 못하는 덕중은 내관 중에서 가장 용모가 수려하다고 소문난 환관 송중(宋重)에게 유혹의 손길을 내밀었다.




   만산에 꽃이 활짝 피었지만 벌 나비가 없으니 춘삼월에 어이 흥이 날 수 있으리오.
   구중궁궐 깊은 곳에 홀로 만월을 바라보는 것도 이제는 여인네 가슴을 흔들지 못한
   다오. 홀로 마시는 술잔에 눈물만 담겨있으니, 그대와 함께 달콤한 술을 함께 할 수

   있다면 내 무슨 소원을 더 바라리오.


 덕중의 연서를 받아 든 송중은 여러 날 고민한 끝에 답신을 써서 보냈다.


  남산에 기화요초(琪花瑤草)가 만발하면 무엇하리오. 이미 하늘의 뜻을 거부하고
  스스로 남자이기를 포기했지만, 가슴에 끓는 춘심(春心)만은 버릴 수 없음이 더욱
  눈물 나게 한다오. 하지만 그대의 춘정만은 그냥 모른 체할 수 없으니 어찌하면
  좋을지…….

 

  송중의 답신을 받은 덕중은 하늘을 날 듯 기뻤다. 그날로 덕중은 시녀(侍女)를 시켜
송중을 자신의 처소로 오도록 하였다. 어린 나이에 궁중에 들어와 불알을 거세한 채
수 많은 세월동안 음욕을 참아가며 성실하게 일하던 송중이었다. 깊은 밤 주안상을
준비하고 송중을 기다리는 덕중은 뛰는 가슴을 어찌하지 못하고 한 잔술을 들이키고
진정시키려 하였다. 시녀가 송중이 도착하였다는 보고를 하자 덕중은 버선발로 뛰어
 나갔다.


 “오, 송내관, 어서 오세요. 많이 기다렸습니다.”
 “마마님을 뵙습니다. 미천한 것을 불러주시어 몸 둘 바를 모르겠나이다.”
 “아닙니다. 내가 오히려 고맙습니다. 어서, 어서 드세요. 주안상을 준비해 놓았습니다.”


 “마마님, 망극하옵니다.”
 “너는 문을 잠그고 혹시 누가 염탐하는 자가 있는지 잘 살피도록 하라. 그 누구라도 주변을 얼씬거리게해서는 안 된다.”
  덕중은 시녀에게 단단히 주의를 주고 송중과 함께 침소로 들었다.


 “마마님, 제 절부터 받으소서.”
 “아닙니다. 아니에요. 절은 무슨 절 그냥 앉으세요.”


 “그래도......”
 아무리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되었다해도 내명부 정3품의 소용이라는 관직을 제수 받은 왕의 여자였다. 만일 야심한 시각에 내관이 왕의 여자침소에 들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덕중은 송중에게 술 잔을 건넸다.


 “자, 송내관 내 술 한잔 받으세요. 인삼주랍니다.”
 “마마, 송구하옵니다만 소신은 술을 잘 못하는지라.”


 “사내대장부가 술 한 잔이 무서워서야 원. 괜찮습니다. 이곳에는 나와 그대 말고
아무도 없으니 안심하세요. 상감의 발길 끊긴지 벌써 여러 해 되었답니다. 낮에는 해를 벗삼고 밤에는 달과 별을 벗 삼아 쓸쓸한 여인네의 심사를 달래고 있답니다. 내 오늘 이렇게 헌헌장부를 대하니 구름 위에 올라 앉아 있는 듯 합니다. 자 얼른 한잔 받으세요.”


 “황감하옵니다. 마마.”


 이미 두 사람은 언문으로 쓴 편지로 서로의 마음을 주고 받은 지라 더 이상의 말이 필요하지 않았다. 새벽까지 이어진 수작(酬酌)에 덕중은 대취하였고 송중도 못 마시는 술을 많이 마셔 중심을 잃고 휘청 거렸다. 밖에서 방안의 광경을 몰래 살펴보던 궁녀들은 두 남녀의 일거수일투족을 빠짐없이 살피고 있었다.


 “송내관님, 제 잔에 술 좀 채워주시구려”
 “소, 송구하옵니다. 소신이 눈치가 없어 서리. 자, 한잔 받으세요 마마님.”
 “송내관, 이리 가까이오세요.”


 “마마?”
 “괜찮아요. 어서 이리 가까이오세요.”
 “......”
 “저런, 사내가되서 겁은......”


 새벽달도 서산으로 넘어 간 깊은 밤 구중궁궐 한편에서는 뜨거운 남녀의 열기가 발산되고 있었다. 덕중은 송중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참으로 잘생긴 외모에 수양보다 훨씬 체구도 단단해 보이면서 딱 벌어진 가슴이 여인네 가슴을 뛰게 하기에 충분했다. 덕중은 오랜 세월을 감추고 억눌러왔던 음심을 서서히 발산하기 시작했다.


 “송내관, 구중궁궐 오랫동안 버려진 여인의 심정을 아세요?”
 “무, 무슨 말씀이온지?”


 “나는 홀로 피었다 아무도 모르게 지는 들꽃이랍니다. 오늘밤에도 달 바라기가 되어
 홀로지려다 이렇게 내 곁에 그대가 있음으로 해서 꽃이 다시 피기 시작했습니다. 시들기 전에 그대가 꽃봉오리에 단비를 내려 주세요.”
 “......”


 덕중이 송중의 손을 잡자 송중은 부르르 떨었다. 그러나 덕중의 따뜻한 온기가 송중에게 전해지면서 송중은 진정하였고 덕중의 손은 송중의 얼굴과 가슴의 어루만졌다.


 비록 고자이지만 아름다운 여인의 부드러운 손길이 은밀한 곳을 만지는데 가슴이 뛰지 않을 수 있겠는가. 덕중의 손이 송중의 그것에 이르자 송중은 몸을 뒤틀며 덕중의 손을 잡았다.

더 이상 진전되면 걷잡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


 “가만, 가만히 있으세요.”
 “마마님.”


  두 쪽 불알은 없지만 남근은 금방 독사머리처럼 고개를 쳐들었다. 덕중은 늠름한 송중의 남근이 만져지자 신음소리를 냈다. 그리고 송중의 손을 자신의 젖가슴에 올려놓았다. 덕중의 손에 힘이 들어가자 송중은 숨을 헐떡거리며 진저리 쳤다.




 “마마님, 그만, 이제 그만하세요. 숨이 막힐 것 같아요. 제발, 제발 이제 그만......”
 “오늘은 이대로 보내드릴 수 없어요. 나를 안아 주시고 가셔야해요.”
 “마마님, 그건, 그건 절대로......”


 “제발 부탁이에요. 제발 내 몸이 으스러지도록 꼭 안아주세요.”
 ‘아, 이러면 안 되는데. 내가 내관의 신분으로써 어찌 상감의 여인을 탐한단 말인가?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 에라 모르겠다. 내일 곤장에 맞아 죽는 일이 있더라도 열락의 밤을 보내보자.’


 덕중은 송중의 의복을 순식간에 벗기고 송중도 덕중의 소복을 능숙한 솜씨로 벗겨내고 이부자리 위에서 한 몸이 되었다. 십년 가뭄에 단비를 맞은 듯 덕중은 송중의 몸 구석구석을 깨물고 핥고 애무하였다. 송중 역시 이전에 은밀히 궁녀들을 건드린 경험이 많이 있었기에 여체(女體) 다루는 데 어느 정도 경지에 올라 있었다. 덕중의 포동포동한 몸은 용광로보다 더 뜨거웠다. 송중의 혀가 여체를 핥아내리자 덕중은 뜨거운 탄성을 토했다.


 아 -. 덕중의 질러대는 교성(嬌聲)이 은밀히 문밖으로 새 나가자 밖에 있던 시비(侍婢)들 조차도 몸을 비비꼬았다. 이따금 들려오는 남자의 묵직한 탄식소리에 시비들은 몸을 부르르 떨면서 자신이 어쩌다 금욕을 해야 하는 궁녀가 되었는지 후회하기도 하였다. 두 사람의 거친 몸부림은 새벽 첫 닭의 울음소리가 나서야 끝났다. 땀으로 범벅 된 덕중은 송중의 그것을

움켜쥐고 헐떡거리며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대는 내가 부르면 언제든지 와야해요. 아셨지요?”
 “마마님, 즐거우셨어요?”


 “그럼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아요. 이제 그대와 통정하였으니 나는 그대의 여자나 마찬가지에요. 적적하시면 언제든지 내 처소로 오세요.”
 “고마워요 마마님.”


 “송내관님, 한번만 더 나를 안아주고 가세요.”
 “......”
 

  한 번의 정사(情事)로 갈증을 다 해소하지 못한 덕중은 송중의 그것을 힘껏 쥐고
흔들었다. 다시 한 번 송중의 욕망이 단단하게 솟아올랐다. 촉촉한 덕중의 은밀한 곳이 활화산처럼 타올랐다.


 창문이 뿌옇게 여명으로 물들어진 것도 모르고 남녀의 치열한 몸싸움을 이어졌다. 밖에서 망을 보고 있던 시녀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행여 누가 들어온다면 처소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은 죽음을 각오해야 했다. 누구든 궁녀도 아닌

임금의 후궁을 건드린 다는 것은 대역죄에 버금가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아 -.  남자의 쾌락에 겨운 신음소리에 이어 여인의 길고 긴 비음(鼻音)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날이 훤히 밝기 전에 송중은 덕중의 처소를 빠져 나갔다. 물론 덕중은 송중에게 답례로 패물을 듬뿍 안겨 주었다. 덕중의 처소는 다시 예전처럼 고요했다.




 “너희들은 어젯밤의 일을 누구에게도 발설해서는 아니 된다. 만약 이일이 밖으로 새나가게 되면 나 뿐만 아니라 너희들도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야. 알겠느냐?”


 덕중은 비록 임금에게 버려진 처지였지만 아직은 임금의 여인이었다. 그런 처지에 음욕을 달래기 위해 외간 남자와 통정(通情)한 사실이 알려지면 곧 죽음이 내려질 것이 뻔했다.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하여 덕중은 치를 떨었다. 그러나 덕중의 염려는 일상에 묻혀버리고 여러 날이

 흘렀다. 송중과의 첫밤을 꿈결처럼 보낸 덕중은 다시 한 번 송중이 보고 싶었다.


 덕중의 부름을 받은 송중은 왕의 여자인 덕중과의 첫날밤을 생각하면서 전율하였다.
깊은 밤 달도 없고 별들도 깊은 잠에 빠진 시각 송중은 덕중의 처소에 도둑고양이처럼 기어들었다. 간단한 안주와 함께 합환주를 나눠마신 남녀는 곧 불덩이가 되었다. 간드러진 교성과 묵직한 탄성이 오랜 시간 이어졌다. 시비들이 창문에 바싹 붙어 황촉불 아래서 너울대는 환상적인 남녀의 사랑 행위에 넋을 빼고 바라보았다. 한 시녀는 참다못해 자위를 하기도 했다. 처음처럼 송중은 첫닭이 울자 바람처럼 덕중의 처소를 빠져 나갔다.


 “아, 절륜한 사내로다. 저런 사내와 한 평생 살 수 있다면......”
 덕중은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아직도 몸속에 남아 있는 사내의 체취를 음미하면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한번, 두 번, 세 번, 음욕이 넘치는 여인의 요구는 사내에게 차차 두려움을 안겨 주었다. 꼬리가 길면 언젠가는 밟히게 마련이었다. 갈수록 농도가 짙어지는 왕의 여인 덕중과의 사랑놀음에 송중은 고민하고 있었다.
 





 ‘이를  어찌한다? 꼬리가 길면 언젠가 탄로날 터인데. 자칫 잘못하면 목이 달아날 수도 있고......’
 송중을 부르는 덕중의 요구가 점점 늘어만 갔다. 할 수없이 덕중의 요구에 응하기는 했지만 송중은 불안했다. 송중은 다른 내관들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자 나이 많은 내관이 방책을 일러주었다.
  

 “뭐라고, 내관이 짐을 보자고 했단 말이야?”
 “네에, 상감마마. 송중이라는 내관인데 전하께 꼭 전해드릴 말씀이 있다고 하면서
독대를 청했습니다.”


 “그으래? 그럼 어서불러보거라. 내관도 짐의 신하인데 내 어찌 신하의 청을 거절할꼬?”
 상선은 죽음을 각오하고 임금과 독대를 청한 송중을 대전으로 들게했다.


 “상감마마, 소신 송중이라하옵니다.”
 “그래, 네가 짐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송중은 수양에게 덕중이 처음 자신에게 보낸 편지를 내보였다. 편지를 읽던 수양은

충격에 빠진 듯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그리고 한참동안 수심에 빠진 듯 멀거니

천정을 쳐다보았다.


 ‘내가 그동안 그 애를 너무 홀대하였구나. 한참 나이인데........’
 “너는 죄가 없다. 물러가 있어라. 내가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니라.”


 수양은 자신이 오랜 세월 덕중을 찾지 않아 일어난 일이라고 자책하고 덕중에게 내린

소용(昭容)의 직책을 거두고 방자(房子)라는 궁녀의 최하위 직책으로 강등시키고궁궐에서 잡일이나 하도록 조치하였다. 큰 일없이 일이 마무리되자 덕중은 크게 안도하면서 송중의 사내답지 못한 처신에 분노하였다. 소낙비는 무조건 피하고 봐야 했다. 궁궐에서 일개 궁녀의 신분으로 힘든 일을 하면서 근신하였다. 또 세월이 거짓말처럼 흘렀다.


 

 직급이 방자이지만 한때 상감의 여인이었고 왕자까지 생산했던 여인이라 직책은 강등

되었지만 예전처럼 생활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타고난 음욕을 주체할 수 없는 덕중의 근신은 오래가지 못했다. 수양의 조카인 귀성군은 당대 최고의 미남이면서 문무를 겸한 남자중에 남자였다. 덕중이 잠저에 있을 때부터 귀성군을 자주 보아왔기에 귀성군에 대하여 잘 알고 있었다.


 귀성군이 등청하여 궁궐을 거닐 때면 궁녀들은 숨어서 귀성군의 행동을 훔쳐보았다. 어떤 궁녀들은 자신의 본분을 잊고 귀성군에게 연정을 품거나 가슴앓이를 하며 상사병에 걸려

자리에 눕기도 하였다. 귀성군이 등청하는 날이면 궐내 젊은 궁녀들은 기강이 흐트러지기 일쑤였다. 어떤 궁녀는 귀성군이 어쩌다 자신의 앞으로 지나 갈 때면 귀성군의 잘 생긴 외모 품위있는 행동에 전율하며 실신하기도 하였다. 궁녀들의 우상으로 등장한 귀성군에 대한

경계의 눈초리가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주군의 사랑을 잃은 덕중의 관심은 송중에  이어 귀성군 이준(李浚)에게로 옮겨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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