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강 최재효
결혼 전에 현재의 아내를 몇 번 업어준 적이 있었지만 결혼 후 성숙한 여인을 업어보기는 처음이었다. 콘도와 바로 옆에 있는 살림집에서 아내가 선배의 여인을 업고 집에 들어오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남자는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도둑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연주의 방으로 향했다. 술 취한 여인은 무척 무거웠다. 간신히 콘도 안으로 들어선 남자는 연주를 침대에 눕히고 막 나가려고 할 때였다.
“왕자니임……. 나 좀, 이 가련한 여인을 안아주세요. 왕자니 임…….”
“형수가 잠꼬대를 다하네? 어떤 왕자를 찾나?”
남자는 희미한 불빛아래 누워있는 연주의 모습이 무척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다시 돌아 서서 연주 곁으로 다가간 남자는 연주의 잠든 모습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아, 선배의 여인이 아니었다면…….‘
연주가 몸을 옆으로 돌리자 육감적인 엉덩이가 남자를 유혹했다. 노팬티의 연주 뒤태는 남자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었다.
‘안 돼. 안 돼.’
남자는 마른침을 삼키고 나가려고 할 때 연주가 사온 종이 백이 궁금했다.
‘이 안에 무엇이 들었을까?’
남자의 연주의 종이백 안 물건들을 꺼내보았다.
“헉 -, 이 이건 인조남근(人造男根)인데…….”
‘혀, 형수가 왜 이런 물건을…….’
연주의 종이백 안 물건을 꺼내보던 남자는 연주의 엉덩이와 딜도를 번갈아 보면서 계속 마른침을 삼켰다. 매주 토요일이면 선배가 내려와 하룻밤을 연주와 보내고 가곤했다. 그런데 연주의 종이 백에서 딜도가 나오자 남자는 혼란스러웠다. 연주의 풍덕한 엉덩이가 다시 남자의 눈을 유혹했다.
‘안 돼. 안 돼.’
남자는 불끈 솟아오른 욕정을 겨우 참고 방을 빠져 나왔다. 남자가 연주의 방을 빠져 나오고 한 시간 정도 지났을 때였다. 연주가 기거하고 있는 콘도에 접근하는 검은 그림자가 있었다. 달도 없는 밤이라 지척도 분간하기 힘들었다. 행동으로 보아 남자가 틀림없어 보였다.
남자는 이미 연주가 묵고 있는 콘도를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남자가 능숙하게 콘도의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콘도 안에는 거실과 방이 두개 있었는데 연주는 서쪽 방향에 위치한 큰방을 사용하고 있었다. 남자는 자주 연주의 방을 드나든 것 같았다. 문에 살며시 귀를 대고 안의 동정을 살피더니 손잡이를 비틀자 방문이 열렸다.
침대 위에 연주의 모습이 남자의 시선에 들어왔다. 남자는 연주가 혹시 인기척에 깰까봐 조심조심 연주 곁으로 다가갔다. 콘도 남자가 나간 뒤 연주는 몇 번 더 잠꼬대를 하고 스커트와 블라우스가 거추장스러워 잠결에 모두 벗어버렸다.
알몸의 연주를 바라보던 남자는 침을 꼴깍 삼키며 무르익은 여체의 곡선미를 감상하였다. 은은한 불빛에 연주의 자태는 한 폭의 누드화였다. 남자가 연주의 엉덩이에 손을 대보려고 하다가 멈추었다. 남자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남자는 연주의 입에서 약한 알코올 냄새가 나는 것을 알고 대담하게 행동하기 시작했다. 남자가 연주의 젖가슴을 살며시 쓰다듬어 보았지만 연주는 가볍게 코고는 소리만 낼 뿐이었다. 이번에는 남자의 입술이 연주의 입술에 접촉을 하였지만 역시 연주는 일정한 숨소리만 낼 뿐이었다.
남자의 손이 연주의 엉덩이를 쓰다듬었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 남자는 능숙한 솜씨로 발휘하였다. 연주를 옆으로 눕히고 자신도 같은 자세로 전혀 압박을 가하지 않고 연주의 은밀한 부위를 공략하시 시작했다.
깊은 잠에 취해있던 연주는 잠결에 아랫도리에 이상한 자극을 느끼고 약간 의식이 돌아왔지만 자신의 의사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남자는 리드미컬하게 반복적인 몸놀림을 하고 있었지만 꿈결인지 잠결인지 연주는 분간이 안 갔다. 거의 무의식적인 상태였지만 자세가 너무 편했다. 연주는 다시 깊은 수면상태로 빠져들어 꿈을 꾸기 시작했다.
연주는 호동왕자로부터 늦은 밤에 개최되는 가면무도회 초대장을 받았다. 호동왕자는 연주에게 두 마리의 백마가 끄는 꽃마차를 보내왔다. 공주들이나 왕녀들이 타는 화려하고 눈부신 마차였다.
“연주공주님, 어서 오르세요. 왕자님께서 기다리고 계세요.”
“어머나, 제가 어떻게 이런 마차를 탈 수 있나요? 공주들이나 타는 것을…….”
“왕자님께서 연주님을 공주처럼 모셔오라고 했습니다.”
“아이, 그래도 어떻게 내가 이런 마차를…….”
연주가 마지못해 마차에 오르자 마차는 순식간에 허공을 날았다. 별들이 창밖으로 지나가고 뭉게구름이 휙휙 스쳐지나갔다. 마차가 한 시간쯤 하늘을 날자 월궁에 도착하였다. 의리의리한 전각들이 즐비한 곳에 마차가 사뿐히 내려앉았다.
“어서 오세요. 연주공주님.”
하얀 날개옷을 입은 선녀들이 나와 연주를 맞이했다.
‘공주? 나를 보고 공주라니…….’
붉은색 양탄자가 큰 전각까지 깔리고 그 위로 연주는 가볍게 걸었다. 전각에 들어서자 수백 명의 악공들이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다. 홀 좌우로 서양과 동양의 전통 의상을 입은 수십 명의 젊은 남녀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남자들은 모두 황금색 가면을 여자들은 흰색 깃털로 장식된 가면을 쓰고 있었다. 연주가 홀 안으로 걸어 들어가자 춤을 추던 남녀가 갑자기 좌우로 길게 도열하더니 고개를 약간 숙여 예를 갖추어 연주를 환영했다. 남녀들이 도열해 있는 맨 끝에서 키가 크고 풍채가 좋은 남성이 연주를 향해 걸어왔다. 황금가면에 연미복을 입었는데 연주가 늘 상상해왔던 호동왕자가 틀림없었다.
“연주, 어서 오세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호, 혹시 호동왕자님이신가요?”
“맞아요. 내가 호동왕자입니다.”
‘아, 이승에서 만날 수 없는 왕자님을 이렇게 뵙다니. 이게 꿈이 아니고 생시란
말인가?’
“자, 이리와요.”
순간 연주는 호동왕자의 목소리가 어디서 많이 듣던 음성이라고 생각했다.
호동왕자가 홀 가운데로 연주를 데리고 가자 수백 명의 남녀들이 빙 둘러 싸며
두 사람이 춤을 출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호동왕자 연주의 손을 잡고 춤 출 자세를 잡자 음악이 연주되기 시작했다. 수백 명의 남녀들 가운데 연주만 가면을 쓰지 않았다.
“연주, 내 손을 꼭 잡고 나를 따라오면 되요. 이승에서는 절대로 연주를 안 보려고 했는데 내가 너무 보고 싶어 못 견딜 것 같아 이렇게 가면무도회에 초대했어요. 그대가 너무 보고 싶었답니다.”
호동왕자가 연주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자 연주는 부끄러워 얼굴을 호동왕자의
가슴에 묻었다. 수백 명의 남녀들도 두 사람이 춤을 추기 시작하자 각자의 파트너와 춤을 추기 시작하였다.
“왕자님, 이게 분명 꿈이 아니겠지요?”
“연주, 이건 분명 꿈이 아니오.”
“왕자님…….”
호동왕자와 연주가 춤에 도취되어 넓은 홀을 수십 번 돌때마다 수많은 가면들이 휘파람을 불거나 박스를 치면서 두 사람의 만남을 축복해 주었다. 호동왕자가 연주를 데리고 원탁의 테이블로 가더니 자리를 안내했다. 테이블에는 생전 처음 보는 술과 음료수가 크리스탈병에 담겨져 있고 이름 모를 과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연주, 자 한잔 받아요. 이 술은 한잔만 마셔도 천년을 살 수 있는 불로주(不老酒 )랍니다. 내가 특별히 그대를 위하여 준비하였소.”
“왕자님, 정말로 고마워요. 저는 왕자님을 만나는 것으로 행복하답니다. 저는 이제 죽어도 소원이 없답니다. 사이버에서 맺은 부부의 정을 이제야 나누게 되나 봅니다. 왕자님, 정말로 반갑고 고맙습니다.”
왕자와 연주가 술잔을 부딪치자 순간 수백의 남녀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연주는 호동왕자의 손에 이끌려 화려한 방으로 안내되었다. 비단금침이 깔린 방은 너무 화려한 나머지 감히 침상에 몸을 누일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얀 침대 시트가 하얗다 못해 푸르게 보였다.
“왕자님, 여기가 어디에요?”
“여기는 나와 그대가 첫날밤을 보낼 사랑방이랍니다.” 연주는 전혀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예쁘게 단장하고 오는 건데…….’
“연주, 그동안 그대가 너무 그리웠소.”
“왕자님,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매일 눈이 뜨면 왕자님 생각으로 하루를 시작하였고 잠자리에 들어서도 역시 왕자님을 생각하였답니다.”
“오, 그랬소?”
“왕자님, 전 무서워요.”
“뭐가 무섭단 말이오? 내가 이렇게 그대 곁에 있거늘…….”
“이것이 정녕 생시가 맞지요?”
“이건 분명한 생시의 일이오. 자, 이 술 한잔 받으시오.”
호동왕자는 잔이 넘치도록 연주에게 술을 따르고 자신도 한 잔 가득 따라 연주에게 건배를 제의했다.
“왕자님과 첫날밤을 위하여…….”
“연주, 사랑하오.”
호동왕자가 연주를 침상으로 잡아끌었다. 호동왕자의 손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연주의 백옥보다 아름다운 육신이 하얀 시트위에 드러났다. 연주는 부끄러워 몸을 움츠리고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오, 그대는 정말로 아름답소. 내 생전처음 그대 같은 여인을 보는 것 같소.”
연주는 곧 구름 위를 날고 있었다. 알몸의 연주가 구름 위를 날다가 한없이 추락하고 추락하는 연주를 호동왕자는 재빨리 손을 길게 뻗어 연주를 품었다. 두 마리 불새는 하늘과 땅을 수없이 왕래하면서 모든 기운을 소진 시켰다. 호동왕자는 연주를 꼭 안고 단말마(斷末魔)의 신음을 길게 질러댔다. 달콤한 시간이 금방 지나가 버리고 구름이 걷히자 동쪽에서 붉은 기운이 보였다.
“연주,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이오. 곧 날이 밝을 것이오. 어쩌면 이 번 만남이
이승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일지도 모르오.”
“마지막이라니요. 왕자님?”
“나는 저쪽 세상에 가서 해야 할 일이 많아요.”
호동왕자는 은하수가 손에 잡힐 듯 흐르는 방향을 가리켰다.
“안 돼요 왕자님. 어렵게 왕자님을 뵈었는데 절대로 왕자님을 보내드릴 수 없어요. 너무 허무해요. 하룻밤만 더 있다가세요. 전 이렇게 왕자님을 보내고 나면 정말로 더 살수 없을 것 같아요. 제발 하룻밤만 더 주무시고 가세요. 제발요.”
“연주, 미안하오. 정말로 미안하오. 내세에 또 만나면 되잖소. 그때는 늘 그대와
함께 있겠소.”
호동왕자는 말을 마치자마자 홀연히 한 줄기 연기로 변해 은하수가 있는 하늘을 향해 소리 없이 날아가 버렸다.
“왕자니 임-, 나는 어쩌라고요.”
연주는 몸부림을 치면서 통곡하였지만 호동왕자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콘도에 새벽이 점점 엷게 부서지기 시작했다. 그때 연주가 잠들어 있는 콘도에서 한 남자가 주위를 살피더니 빠져 나왔다. 남자는 콘도 뒤편으로 돌더니 금방
모습을 감추었다. 눈물로 범벅이 된 연주는 목이 칼칼했다.
물-. 그러나 누구도 연주에게 물을 가져다주는 사람은 없었다. 머리가 빠개지는 통증을 느낀 연주는 부스스 자리에 일어나 앉았다.
“지금이 몇 시지?”
벽시계는 새벽 6시를 가리키고 유리창 문이 우윳빛으로 차차 물들기 시작하였다. 연주는 전등을 키고 방안을 살펴보았다. 어제 쇼핑한 팬티와 브래지어 세트 그리고 딜도가 종이백에 그대로 들어있고 방안은 깨끗했다. 다시 침대에 누운 연주는 어제의 일을 생각해 보았다.
인천에서 출발하는 강화도행 마지막 버스를 타고 콘도 촌 앞까지 와서 남편 후배와 만난 일까지 생각이 났지만 그 이후로는 아무것도 생각 해낼 수가 없었다. 머리가 아파왔다. 평소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많이 마신 탓에 연주는 자신이 필름이 끊긴 것이라고 판단했다.
침대에서 내려와 화장실로 향하려고 하자 아랫도리가 뻐근했다. 마치 첫 경험을
했을 때와 똑같은 부자연스러움과 미끈거림이 하반신에서 전해졌다. 한발 한발
움직이는 것이 너무 부자연스러워 그만 물만 한잔 마시고 침대에 다시 누웠다.
자신과 호동왕자가 주연한 한편의 장편 영화를 본 것처럼 연주는 꿈이 생생하게 영
상으로 다시 살아났다. 너무나 실감나는 영상이라서 연주는 정말로 호동왕자와 첫날밤을 치룬 것이 라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어제 사온 딜도를 종이 백에서 꺼냈다.
“형수님, 형수님 일어나셨어요?”
연주 남편의 후배가 연주의 방문을 두드렸다.
“형수, 삼촌이에요. 이제 일어나셔야죠? 벌써 오후 1시인데요. 얼른 건너오셔서
식사하세요.”
“알았어요. 세수하고 곧 건너갈게요.”
연주는 며칠 동안 켜지 않던 컴퓨터를 부팅시키고 이메일을 체크하였다. 마침
호동왕자로부터 편지 한통이 도착해 있었다. 발신 날짜를 보니 한 시간도 안 된
따끈따끈한 편지였다.
[내 사랑 연주, 당신이 먼저 말해준 콘도를 찾아 갔었소. 간밤에 그대와 보낸
시간은 내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오. 당초의 약속을 깨고 그대를 만난 것은
더 이상 그대를 보고 싶은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었고, 무엇보다 그대를 흠모하는 내 마음이 변할까 두렵기도 했다오. 우리의 사랑은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이오. 간밤에 약속한 대로 나는 저 은하수에 건너가 할 일이 많은 몸이오. 당신의 나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였으니 나는 더욱 그대를 사랑할 것이오. 언제인지 모르지만 내 저 은하수를 다녀온 뒤 그대를 다시 만나러 가겠소. 그때까지 몸성히
잘 있으시오. - 호동왕자]
‘아니. 그럼 내가 꾼 꿈이, 꿈이 아니었단 말인가? 아냐, 분명 꿈이었어. 꿈이 분명했었어. 정말이야.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연주는 처음 자신에게 컴퓨터를 가르쳐 준 남편, 자신에게 형수라고 하며 깍듯
하게 잘 해주었던 콘도 남자인 삼촌, 자신에게 휴양을 권했던 정신과 의사 그리고 실체도 모르는 호동왕자를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아, 아냐. 이건 말도 안 돼는 일이야. 아. 머리아파.”
-끝-
_()_ 끝까지 읽어주신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늘 평안하시고 건강하시길 두손 모아 빌게습니다.
2008.7.19 1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