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終)
- 여강 최재효
민지는 형욱을 간이 바(Bar)로 안내했다. 식당 옆에 호화롭게 꾸며진
간이 바는 어른 두 세명이 앉으면 적당할 것 같았다. 바 뒤에 놓여진 장식
장 안에 고급 브랜디와 위스키, 와인이 주인의 간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도대체 이 여자가 술꾼인가 아니면 남편이 술꾼인가?’
“민지씨, 한 가지 물어봐도 돼요.”
“네에.”
“아저씨는 자주 오세요?”
“형욱씨, 나하고 있을 때는 그런 이야기 하지 말았으면 해요.”
“미안해요.”
“미안할 것 없어요. 그인 회사일로 뉴욕에서 베이징으로 갔다가 어제
오후에 서울 본사에 들어왔어요. 밤을 새서라도 무슨 중요한 프로젝트
를 설계해야 한대요. 아마 내일 점심때가 돼야 집에 도착할거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아, 그렇군요.”
“뭐, 더 궁금한 점 있으면 말씀하세요.”
“아, 아닙니다. 없어요.”
“왜 없겠어요. 혼자 살다시피하는 젊은 유부녀에게 별의 별게 다 궁금할 텐
데요. 여자가 외간 남자를 집안으로 끌어 들인 것과, 남편과의 애정 문제, 아
이들 문제, 나와 또 다른 남자들과의 관계 등등 형욱씨가 나에게 의문부호를
품고있는 것이 많을 텐데요? 저는 자유롭게 살고 싶어요. 남편은 법적으로 내
성(性)의 실질적 지배자이지만 내 의지만큼은 지배하지 못하고 있답니다.
여자가 혼자 살면서 남자들을 만나는 것 보다 배우자가 있는 상태에서 또
다른 남자들을 만나 자유롭게 사귀는 것이 훨씬 더 아기자기하고 긴장감이 있
고 늘 불안해하면서 은밀한, 아주 달콤한 마약 같아요. 그래서 한번 맛 들이면
좀처럼 빠져나오기 힘들어요.“
민지는 언더락스 잔 두개에 각 얼음 두개씩 넣고 프랑스산 브랜디인 헤네
시를 2온스 붓고 콜라로 7부정도 채웠다. 형욱이 거실 이곳저곳을 바라보고
있을 때 민지는 하얀 가루약을 형욱의 잔에 탔다. 남편이 미국에서 사온 효
과가 아주 강력한 최음제와 황홀한 밤을 위하여 준비한 약을 약간 섞어 만
든 미약(媚藥)이었다.
형욱은 잠자코 민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회사에서 볼 때의 민지의 이미지
와 늦은 밤에 나이트가운을 걸친 야한 모습의 민지를 대비해 가며 민지에
대한 좋은 이미지만을 기억하려고 하였다.
“형욱씨, 우리 건배해요. 추억에 남을 아름답고 좋은 밤을 위하여.”
형욱은 아내에게 미안했다. 아내의 목표 고지가 바로 코앞에 있었는데 민
지에게서 문자를 받고 나온 것이 집을 나올 때부터 찜찜했다. 5분만 더 버
텨주었어도 아내는 오르가즘에 충분히 도달할 수 있었을 것이고 아내는 숨
을 헐떡이며 자신을 열락으로 인도할 수 있는 남자들의 능력에 대한 찬사
를 쏟아냈을 것이다.
“형욱씨, 우리 저리로 가요.”
민지가 처음 형욱과 관계를 가졌던 방을 가리켰다. 눈에 익은 킹사이즈
침대가 형욱의 시야에 들어왔다. 지난해 연말에는 얼떨결에 민지와 정사
를 가졌던 그 방이었다. 형욱이 얼른 007가방을 들고 방으로 들어가며
민지에게 건넸다.
“형욱씨 우리 오늘 성을 바꿔요.”
“성을 바꾸다니요? 제 성은 장씨고 민지씨는 권씨잖아요?”
“아이, 그런 게 아니고......”
“아아, 알겠어요. 내가 여자가 되고 민지씨가 남자가 되겠다 이말 이죠?
이야, 그거 기대되는데. 그런데, 민지씨. 어떻게 남녀의 성을 바꾸죠?”
“형욱씨는 내가 하자는 대로만 하면 돼요. 그렇게 해주실 거죠?”
“그럼요. 무슨 명령이든 내리면 거역하지 않고 수행할게요. ”
평소에도 소심하면서 꼼꼼한 성격의 형욱은 민지가 굳이 제안하지 않아도
민지의 일방적인 행동에 아무 말 하지 못할 사람이었다. 성의 역할을 바꿔보
자는 민지의 말에 형욱은 호기심이 발동하면서도 몹시 기대가 되는 눈치
였다.
민지가 방의 조명을 반으로 흐리게 조절하였다. 형욱이 가져온 가방을 열
자 현란한 색상의 성인 용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민지는 형욱에게 윗도리와
바지를 벗도록 하였다.
“그만, 거기서 멈추세요.”
형욱이 러닝셔츠와 팬티 차림이 되자 민지는 형욱을 방에 가만히 서
있도록 하였다. 민지가 가위로 형욱의 러닝셔츠를 가로세로로 잘라 버리고
형욱의 팬티도 똑같은 방법으로 잘라냈다.
소심하고 여성스러운 성격에 비해 형욱의 남성은 늠름했다. 민지의
손길에 의해 나신(裸身)이 되자 형욱의 의사와 관계없이 영물은 스스로 꺼
덕거리며 곧 달려들 태세다. 민지와 시선이 마주치자 형욱은 얼굴을 붉
혔다.
형욱의 눈은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영물이 스스로 거만하
게 논다며 강하게 항변하고 있었다. 민지는 형욱에게 눈가리개를 하게 하
고 손과 발에 수갑을 채웠다. 수갑이 채워진 형욱의 손을 남편의 넥타이
두개로 침대에 단단히 묶었다.
민지도 옷을 모두 벗어던지고 딜도(Dildo)가 달린 검정색 가죽팬츠를
착용하였다. 약간 떨어져서 보면 영락없는 남자의 형체였다. 민지는 형욱
을 엎드리게 하고 등과 엉덩이에 올리브기름을 듬뿍 바르며 회심의 미소
를 지었다.
‘그래, 이제 피정복자의 입장에서 오늘은 정복자의 입장에 서보는 거야.
징기스칸보다 더 잔인한 정복자로 말이야.‘
민지는 삼각대를 세우고 비디오카메라를 설치하였다. 비디오카메라를
ON으로 놓고 침대로 다가와 형욱의 등과 엉덩이를 만져보았다.
포동포동한 등과 엉덩이가 미끈거렸다. 민지가 하얀 손톱을 들어
약기운 전신에 퍼진 형욱의 등과 엉덩이를 세로로 긁어 내렸다. 형욱이
민지의 손톱에 힘이 들어갈 때마다 움찔거렸다.
하얀 손톱이 지나간 부위가 빨갛게 부어올랐다. 하얀 등과 엉덩이가
금세 붉게 변해 버렸다. 민지는 부어오른 부위에 브랜디를 붓고 다시 한번
긁어내리자 피부가 연한 엉덩이에 핏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최음제에
취한 형욱은 크게 통증을 느끼지 못하였다.
찰싹 -.
민지의 매서운 손에 들린 가죽 채찍이 허공을 갈랐다. 가죽 채찍이 형욱
의 등과 엉덩이에 닿을 때마다 형욱은 묘한 기분을 느꼈다. 전혀 아프지
도 않을 뿐더러 일종의 쾌감을 맛보았기 때문이다. 경쾌한 소리를 내면서
연속적으로 가죽 채찍이 형욱을 강타할 때마다 형욱은 쾌감이 혼합 된 비
명을 질러댔다.
비디오카메라가 두 사람의 기괴한 행위를 하나도 빠짐없이 담고
있었다. 민지는 채찍을 휘두를 때마다 그동안 회사와 남편에게 억눌려 왔던
감정들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나쁜 놈, 나는 비서지 창녀가 아니란 말이야. 나는 비서라고. 비서’
칠십이 넘은 회장은 민지를 자주 회장실로 불러 자신의 은밀한 부위를 펠라
치오(Fellatio)를 하게 하였고 자신의 영물이 대담무쌍해졌을 때 늙은 늙은
회장은 민지를 현란한 쿠니링구스(Cunniligus)로 나락으로 빠지게 하고 은
근히 노익장을 과시했다.
일이 끝날 대마다 회장은 거액의 수표를 민지에게 건네주었고 민지는 회
장의 호출이 올 때마다 치욕을 느껴야 했다. 풀죽은 남성을 애무하는 일은
죽기보다 싫었지만 회장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고 비서실 동료들은 민지
의 그러한 비밀을 모두 알고 있는 것 같아 민지는 얼굴을 들 수 없었고 하루
하루가 괴로웠다.
잠시 담배를 한개비 피워물고 천정을 향해 연기를 뿜어내던 민지는 얼굴에
개기름이 번지르르한 여성편력이 심한 남편을 떠올렸다.
“나쁜 새끼, 결혼 초부터 바람을 피워?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외국 출장 갈
때 마다 요상한 계집년들을 데리고 다녀? 쌍놈의 새끼. 죽어, 어서 죽으란
말이야.“
민지의 왼손이 순신 간에 형욱의 목덜미에서부터 엉치뼈가 있는 곳까지
긁어내렸다.
악 -. 형욱의 등에서부터 엉덩이까지 핏방울이 송알송알 맺혔지만 형욱은
비명 한번 지르고 이내 잠잠했다. 민지는 남편을 엎드리게 해놓고 학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가죽 채찍에 이어 양초에 불을 붙여 촛농을 형욱의 등과 엉덩이에 떨어 트렸
다. 그때 마다 형욱은 괴성을 질러 댔다. 순간의 통증이 전해졌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면서 형욱은 오줌까지 지렸다.
민지의 남편은 민지와 결혼 전부터 사귀던 유부녀가 있었고 그 유부녀는
낙태까지 하면서 남편에게 집착을 보였다. 우연히 남편의 외도를 목격한 뒤
부터 민지는 남편과 법적인 부부로 지냈고 각자의 성적(性的) 스트레스는
각자 알아서 해결해야 했다.
“망할 놈의 새끼, 내 인생을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어 놓고 네가 행복할 것
같으니?“ 민지는 이를 갈며 가죽채찍을 휘둘렀다. 그때마다 남편 아닌 남편
이 침대에 엎드린 채 단말마적 비명을 질러댔다.
“민지, 이제 그만해. 너무 아파. 그만해 제발.”
형욱이 민지의 가죽 채찍질에 그만 기가 죽어 간청하였지만 민지는 못들은
체 하며 계속 채찍을 휘둘러 댔다.
윽 -. 민지와의 뜨거운 밤을 기대하고 단숨에 민지에게 달려 온 형욱은 후
회하였다.
‘빌어먹을, 마누라와 밤새도록 열락의 밤을 보내야 하는건데 괜히 와서 이
게 무슨 꼴이람.‘
어느 정도 분이 풀렸다고 판단한 민지는 착용하고 있는 팬티에 달려
건들거리는 딜도우에 바셀린을 발랐다. 벌겋게 부어오른 형욱의 엉덩이가
안돼 보였지만 민지는 모른 척 했다. 후배위 자세에서 민지의 에이널(Anal)
을 탐해 온 동혁의 덕분에 민지는 자주 병원에 다녀야 했다. 민지는 형욱을
엎드린 상태에서 엉덩이를 천정으로 높이 쳐들게 했다.
형욱의 에이널이 민지의 눈에 마치 수억 년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는
미개척 동굴처럼 보였다. 민지는 바셀린을 손바닥 가득 퍼서 형욱의 그곳에
덕지덕지 바랐다.
“민지, 뭐하려는 거야.”
민지는 대답대신 가죽 채찍을 휘둘렀다.
“아, 알았어. 아무 말도 하지 않을게.”
민지는 서서히 형욱의 비밀의 문을 열고 힘껏 앞으로 힘을 주었다.
윽-. 형욱의 비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민지는 사내가 되어 정복자의 위치
를 만끽했다. 민지의 허리 놀림의 속도와 강약에 따라 형욱은 지옥문을 들락
거려야 했다. 형욱은 처음 경험하는 행위에 전율하면서도 점차 민지의 행위
에 적응하며 박자를 맞춰주었다.
“오늘밤 나는 정복자가 되었다. 남자들을 정복한 여왕이 된 거야. 여왕.
이렇게 통쾌하고 행복한 정복자가 될 수 있는 것을 왜 이제야 알게 되었을
꼬. 남자의 눈치만 보고 사는 세상의 바보 같은 여성들이여, 나처럼 이렇게
여왕이 되어보라.
이제는 남자들의 구속의 시선에서 탈출하여 여왕이 되어보란 말이다
이 바보들아. 단 한번만이라도 정복자가 되어보란 말이다. 누천년간의 틀을
깨고 답답하고 우울한 우리에서 뛰쳐나오란 말이야 이 멍청한 것들아. 죽으
면 다 썩어 문드러질 육신을 아껴서 뭣할꺼니 이 바보같은 년들아.“
민지는 완벽한 정복자가 되어 든든한 말에 올라타 채찍을 휘두르며 탄성을
질러댔다. 이제까지 자신을 눕혀놓거나 엎드리게 해놓고 자신의 육신을 장
난감처럼 주물러대던 세상의 남자들에게 복수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형욱이 거의 기절할 정도의 경지에 다다랐을 때 민지는 갑자기 행동을 멈추
었다. 밖에서 무슨 소리가 들린 것이 분명했다. 벽시계가 새벽 4시를 달리고
있었다.
딩동, 딩동 -
분명 현관에서 나는 소리였다.
-끝-
_()_ 끝까지 감상하여 주신 임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항상 건강/ 행복 함께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