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는 한 잔의 와인을
- 여강 최재효
한 잔의 와인을 마주하고
무채색으로 칠해 진
창밖의 촉촉한 수채화를 바라봅니다
이렇게 비가 내리는
봄날은
둘보다 혼자가
아니, 혼자도 없는 무아(無我)가
훨씬 더 편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로마향이 전신에 촉촉이 퍼지면서
물이 흐르고
꽃이 피고
다시 물이 흐릅니다
아직 인가 봅니다
세상을 이 만큼 끌어 왔어도
내 혈관에는 따뜻한 피가 흐릅니다
멀었나 봅니다
어느새 한 잔이 더해지고
나는 한 마리 새가되어
허공을 향해 목을 길게 빼고 날아 봅니다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2006. 5. 22. 1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