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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후(2)

* 창작공간/단편 - 해후

by 여강 최재효 2005. 3. 3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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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후(2) 



                                                                                                                                                                                - 여강 최재효





 "여러분 많이 그리고 엄청 그리고 꽤 즐거우셨습니까? 지금이 오후4시입니다.

제가 공주님들을 신속하고 안전하게 김포공항까지 모시기 위해 특별경호차량을

대기 시켜놨습니다우리 남정네들은 공주님들을 한 분도 빠짐없이 모시고 가겠

습니다. 공항에서 신랑신부를 배웅하고 다시 서울로 돌아와 여흥을 가지려고

합니다. 같이 동참해 주시길 빕니다"

  사회자가 침을 튀기며 안내를 했다.

 신랑과 신부는 승용차로 김포공항으로 향했고 나머지 열 두명은 사회자가 말한

특별 경호차량인 중고 봉고차 한대에 짐짝 싣듯 겹쳐 앉아야 할 처지였다. 신부친

구들의 실망스런 눈빛이 역력했다. 사회자 경진이 억지로 열두명을 봉고차량에

태우고 김포공항으로 향했다. 세경과 수혜는 거의 포개진 상태로 앉아야 했다.

 "수혜씨 미안해요! 난 특별 경호차량이라고 해서 관광버스라도 동원한줄 알았

더니...... 힘들 더라도 참으세요"

 "전 괜찮아요. 세경씨 무릅이 아프시겠어요. 저 엉덩이가 무거워서......"
 좁아터진 봉고차에 열두명이 타고 차량 뒷편에 신랑신부의 여행소품들이 실려 있

었다. 봉고차는 김포공항을 향해 질주했다. 중고차량이 '덜컹'하고 튈때 마다 수혜

의 엉덩이가 십센티 튀었다가 세경의 무릅으로 떨어졌다

 -.

 '어휴 사람 죽이네. 자주 이랬으면.....'


 세경이 혼자 중얼거리자, 수혜는 무슨 영문이지 몰라 자꾸 세경의 얼굴을 쳐다보

얼굴을 붉혔다. 수혜의 부드럽고 통통한 히프가 세경의 무릅을 강하게 자극할

때 마다 아픔이 아닌 야릇한 쾌감을 느꼈다. 세경은 속으로 고물차에게 감사했다.

 자주 차가 덜컹댔다. 그럴 때 마다 수혜는 어쩔줄 몰라했으니 세경은 개의치 않는

듯한 표정이다. 자신의 무릅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 있는 수혜의 향긋한 머리칼

내음이 창밖에서 불어 들어오는 바람을 타고 후각을 자극했다.

 김포공항가는 길에는 오색종이로 치장한 각양각색의 차량이 줄을 지어 거북이 걸

음을 하고있다. 어떤 차량은 깡통을 차 꽁무니에 달아매어 요란한 소음을 제공했

, 어떤 차는 운전자도 술에 취했는지 차가 갈지자 로 달려 보는이로 하여금 걱정

스럽게 했다.

 한 시간 걸려 김포공항 국제선 출국장에 도착했다. 수혜의 히프로 인해 하체 부위

강한 자극을 받은 세경은 차에서 내리자 마자 화장실로 뛰어가야 했다. 경진이

미리 준비해 온 안주와 소주 몇병을 가지고 공항 대합실 한켠에 신문지를 깔고 차

렸다.

 "어이 ! 남정네들 각자 공주 님들을 모시고 이리 모이시게!"

 경진이 소리를 쳤다


 "야 임마! 여긴 공항이야 ! 공항경찰들 한테 걸리면 쫓겨난다"

 친구들이 걱정 스러운 듯 좌우를 힐끔 거리며 술판으로 모여든다. 모두들 술이 취

했다. 비행기 탑승시간에 맞춰 신랑 신부가 친구들에게 손을 흔들며 출구안으로 사

라졌다.

 "자자 ,이제 우리들도 여기서 각자 파트너와 쪼개지던지 아님 봉고차를 타고 다시

서울로 들어가던지 합시다."

 어쩔 수 없이 모두들 경진이의 고물 특별경호차량을 타고 서울로 돌아가야 했다.

 "수혜씨?"

 말없이 수혜 곁에 앉아 차창밖만 바라보던 세경이 둘만의 침묵을 깼다


 ""
 "수혜씨 집은 어디세요?"
 "우리집은 대림동이에요"

  순간 세경의 눈빛이 반짝였다


 "대림동! 그러면 영등포에서 가깝네요"
 "전 목동이에요"

 "대림동이면 저희집에서 아주 가깝네요"
 "그러네요"

 수혜가 맞장구를 쳤다


 "저어 수혜씨!"
 "말씀하세요. 세경씨"

 "친구녀석들은 신촌쪽으로 모두 가려고 하는것 같은데 우리는 영등포에서 내리는

어때요? 신촌쪽으로 가면 나중에 집에 오시기도 힘들텐데. 나도 집이 목동이니

"

 세경이 수혜의 눈치를 살핀다.

 "저도 그러는게 좋겠어요. 2한강교를 건너면 집에서 점점 멀어지니까"
 "알았어요. 그럼 우리 영등포 시장에서 내리자구요


 "저어. 경진 아저씨! 나와 내 파트너 수혜씨는 영등포시장에서 내릴테니 이왕이면

영등포 거쳤다가 마포대교로 빠지는게 어떻냐?"

 세경이 자신의 파트너와 영등포에서 내린다고 하자 다른 쌍들도 약간 동요하는 눈

치다.

 "! 너희들만 싹 빠지면 다섯쌍은 바람이 빠진것 처럼 될텐데......"

 경진이 운전을 하면서도 시큰둥한 표정이다


 "미안하다. 너도 알지만 난 집이 목동이고 수혜씨 집은 대림동이라고 하는데 어떻

하냐."
 "그래 알았다. 임마! 오늘 벌써 한쌍의 바퀴벌레가 탄생했구나 . 부럽다야!"

 경진이 비꼬는듯 어투로 대꾸했다.

 "수혜씨?"
 "?" 


 "우리 어디가서 시원한 생맥주 한잔만 해요"
 내가 평소 잘 다니던 영등포시장 부근에 있는 카사블랑카라는 칵테일바로 수혜를

안내해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평소 안면이 있는 바텐더가 나와 수혜를 번갈아 보며 우리를 맞는다


 "자 이리 앉으세요"

  바테의 권유로 바앞에 앉았다.

 "저어-, 아저씨, 저는 위스키샤워(Whiskey shower) 주시고"
 "저는 카카오 피즈(Cacao Pizz) 주세요."

 수혜가 얼른 주문을 했다.

 "수혜씨 카카오피즈는 알콜성분이 없는데......"
 "그래서 술 좀 깨려고 시켰어요


 "제가 다른 것으로 권해드려도 되지요?"
 "다른거...... 뭔데요?"

 "저어 아저씨 카카오피즈 취소하고, 보드카 선라이즈(Vodka Sunrise)로 주세요"
 그러자 바텐이 의미심장한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보인다.

 보드카 선라이즈는 플레이보이술로 여자들에게는 독약이나 마찬가지다. 무색,

취한 고급 보드카에 오렌지쥬스를 혼합해서 칵테일잔에 따르고 얼음을 채운 다음

체리를 위에 네은후 붉은 그레나딘시럽을 살짝 부으면 말 그대로 해가뜨는(sunrise) 장면을 연출하는 칵테일인데 쑥맥의 여성들을 오렌지 쥬스맛 밖에 나지 않으니 홀

짝홀짝 마시다 세네잔 마시면 그날은 늑대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

 세경이 수혜에게 보드카선라이즈를 시켜준 이유는 수혜가 어느정도 술에대한
인내력이 있고, 이러한 술을 알고 있는지 그리고 수혜의 술취한 모습을 보고 싶은 약간의

늑대 근성이 발동했다. 그러나 수혜를 술에 취하게 만들어 어찌 해보려는 속셈은

아니었다.

 "수혜씨?"
 "?" 


 "......."
 "......."

 "내가 수혜씨를 사랑해도 됩니까?"

 내 스스로의 바보같은 질문에 웃음이 났다


 "어머! 그건 세경씨 마음에 달린 것 아니에요?"

 수혜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수줍은 듯 대답했다.

 "자 그럼, 우리의 아름다운 앞날을 위하여 건배해요."
 "장세경과 김수혜의 아름다운 만남과 영광스런 앞날을 위하여!" 


 "어머나! 이 술 참 맛있어요."

 수혜는 이 플레이보이 술을 처음으로 맛보는 눈치다


 "아 그래요. 드시고 한잔 더 하세요"

 세경이 엷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둘은 동시에 합창이라도 하듯 잔을 자주 부딪쳤다.

세경이 위스키샤워를 세잔 수혜는 보드카 선라이즈를 두잔 째 마시는 중이다.

 "이렇게 수혜씨랑 밤늦게 칵테일을 마시고 있으니 마치 10년된 연인사이 같은

생각이 들어요. 자주 이런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약간 몽롱해진 세경이 수혜 곁으로 바싹 다가가 속삭이자 수혜도 싫지 않은 눈빛으로 세경을 바라본다.

 "저도 오늘 세경씨와 함께한 하루가 정말로 즐겁고 꿈같은 하루였어요"


 수혜는 약간 혀가 굳은 것 같은 발음이었다바의 사과모양의 노란시계가 11

30분을 알리고 있고, 바텐더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훔쳐 듣느라. 신경이 예민해져

있다. 그러면서 수혜의 알콜 내력에 대하여 놀라워 하는 눈치다. 대개의 아가씨들이

보드카 선라이즈 한잔 마시고 10분 정도 지나면 자세가 흐트러지게 마련이다.

 그리고 오늘은 바텐이 세경의 지원군을 자처해, 보드카 선라이즈를 만들 때 규정보

 1.5배의 보드카를 넣었기 때문에 알콜이 독했다. 두잔을 마셔도 수혜는 목소리는 약간 변질되었지만 , 자세는 흐트러지지 않았다. 세경은 자꾸 흐르는 시간을 단단한

쇠기둥에 붙잡아 매놓고 싶었다.

 "저어 세경씨이- 우리이제 나가요. 너무 늦었어요"
 "아 그러네요. 늦었네요"  


 칵테일바를 나오자 때 늦은 진눈깨비가 내렸다. 우산이 없는 둘은 당황해 했지만

세경이 윗도리를 벗어 수혜에게 입혀주자 수혜는 감격해 하는 눈치다.

 바에서는 느끼지 못했는데, 밖에 나오자 수혜는 자신의 몸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무리 정신을 가다듬고 똑바로 서있으려고 해도 마음같

지 않았다. 하늘과 땅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하고, 다리가 약간 풀린 상태가 되었다.

어쩔수 없이 세경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 상태다.

 "저어, 세경씨이 - 저 좀 부축해 주세요."

 자존심이 강한 수혜는 창피함을 느끼면서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을 수 없다. 혼자

걷다가 길바닥에 넘어진다면 지나가는 사람들의 즐거운 눈요기감이 될 수 있기 때

문이다.

 "갑자기 웬 진눈깨비람.....! "

 수혜가 투덜대는 투로 중얼거렸다


 "자아 택시를 잡아야 하니까 어서 걸어요. 조금만 경원극장 쪽으로 가면 될꺼에요"

 세경이 수혜의 오른팔을 잡고 부축하고 걸었다. 진눈깨비가 내려 길이 미끌거렸다.
겨우 택시를 잡은 세경은 수혜와 함께 택시를 탔다


 "아저씨 대림동이요"
 택시에 타자마자 수혜는 세경의 품에서 잠이 들었다.

 '이대로 호텔로 갈까아니지 사나이가 치사하게 그러면 안되지. 천재일우의 기회

인데......안돼! 수혜는 나를 믿고 지금까지 함께 시간을 보냈는데......'

 세경의 마음속에 동요가 일었지만, 수혜를 안전하게 집까지 바래다 주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우세해졌다.

 자신의 품에서 잠이든 수혜의 얼굴이 조각처럼 은은히 비쳐졌다. 한편으로는 미안

생각이 들었다. 칵테일을 마시게 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운전기사 아저씨가 뒤

좌석의 남녀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훔쳐보고 있다. 혹시라도 세경이 못된 짓이라도

할까 은근히 걱정이 되기도 하며, 한편으로는 그런 행동을 기대하는 눈치다. 백미러

를 통해 기사와 세경의 눈이 맞추치자 서로 묘한 미소를 흘렸다. 세경이 수혜의 얼

굴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이렇게 예쁜 여자가 내 품에서 잠이 들다니,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세경이 자신의 엉덩이를 꼬집어 보았지만 아프지 않았다. 분명 현실상황이었다.


 경이 살며시 수혜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대어 보았다. 따뜻하고 보드랍고 향

긋한 입술이 육감적으로 느껴졌다. 좀더 용기를 내어 수혜의 입술을 세게 누르고

혀를 밀어보자 수혜가 기다렸다는 듯이 입술과 아래위 치아를 열어주었다.

 "..... 수혜가 잠든게 아니었구나"

 세경이 술이 확 깨는 기분이 들었다. 세경이 더 용기를 내었다. 세경이 혀를 길게

뽑아 수혜의 입안으로 파고 들자 수혜의 달콤한 혀가 환영을 해주었다.

 세경의 혀과 수혜의 혀가 서로의 영역을 넗히기 위해 격렬한 싸움을 하고 있다.

()()을 이긴다고 했던가? 수혜의 적극적인 공세로 세경의 혀는 밀려 났

고 수혜의 보드랍고 달콤한 혀가 세경의 입안을 점령했다. 택시 안을 두 남녀의 불

같은 키스로 달아 오르고, 운전기사는 공짜로 애정영화를 감상하게 되었다. 보기

드문 영화였다.

 세경이 수혜의 머리를 감싸고 길고 깊은 프렌치 키스를 나누었다. 택시가 자주

갈지자로 달렸다. 운전기사 아저씨는 알수 없는 말로 혼자 중얼거리며 신음소리를

내기도 했다. 수혜를 만난지 이틀만에 세경은 수혜의 마음 뿐 아니라, 영혼까지 훔

치게 되었다. 역시 술은 마력을 가지고 있었다. 자존심 강하고 똑똑한 수혜가 보드

선라이즈 두잔에 세경의 포로가 되었다.

 전적으로 술만의 기운을 빌린 것은 아니다. 수혜도 세경을 처음 보았을 때부터 좋

하는 마음이 일기 시작했고, 이제 그 결실이 늦은 밤 택시안에서 맺게 되었다.

혜를 안전하게 집에까지 데려다 준 세경은 허탈한 마음으로 목동으로 달렸다.

 "여보세요? 저어 **통상 비서실 맞죠?"

 세경이 수혜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네 맞습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고객님?"

 수화기에서 옥쟁반에 옥구슬 구르는 소리가 들렸다.

 ", ...... 실례합니다만. 김수혜씨 좀 바꿔주세요"

 세경이 목소리가 떨렸다


 ", 잠시 기다려 주세요. 고객님
 "안녕하세요? 김수혜 입니다"


 수혜의 예쁜 목소리에 세경은 너무 반가워 눈물이 나올 뻔 했다. 수혜와 친구경

복이 결혼식 날 밤 늦게 헤어지고 10일 만에 처음으로 건 전화였다. 몇칠전 부터

전화를 할까 말까 수 십번을 망설인 끝에 용기를 내어 건 전화였다.


 "안녕하세요? 수혜씨. 저 세경입니다"
 "! 세경씨 오랫 만이에요. 그동안 별일 없으셨어요?"

 수혜의 업무적인 투의 목소리가 빠른 속도로 흘러나왔다.

 "저어 , 수혜씨 저녁에 시간 있어요?"
 "그럼요. 시간 있어요." 


 "잘되었네요. 저녁 7시 영등포 본전다방에서 기다릴께요. 나와 주시겠어요?"
 "네 알았어요. 세경씨 꼭 나갈께요" 세경은 날아 갈듯이 기분이 좋았다

 "안녕하세요? 세경씨"

 수혜가 정확히 시간에 맞춰 다방으로 왔다. 담배연기로 다방안은 안개낀 아침 풍

같았고 스피커에서는 엘비스프레슬리의 'Love me tender' 가 감미롭게 흘러나

오고 육감적인 히프가 드러나는 스판청바지를 입은 다방의 레지들이 엉덩이를 실

룩대며 손님들 주문을 받느라 분주히 오간다.

 "수혜씨! 뭘로 드실래요? "
 "전 커피로 할게요


 "그럼 나도 커피로 할래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세경씨. 난 세경씨가 바로 전화 주실줄 알았는데......"

수혜가 약간 삐친 얼굴을 하고 세경을 응시한다.

 ", 수혜씨 한테 전화하려고 몇번이나 수화기를 들다가 망설였어요"
 "아니 왜요? "

 수혜가 토끼눈을 하며 놀란 표정을 짓는다.

 "수혜씨 같이 아름다운 분이 아무래도 나에게는 너무 과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 그리고 애인도 있을것 같기도 하고요"

 내가 말끝을 흐리자 수혜가 손으로 입을 가리며 깔깔대며 웃는다.

 "내가 말씀드렸잖아요. 세경씨 저 애인 없다고요. 그리고 저 그렇게 세경씨가 생각

하는 것만큼 예쁘지 않아요. 너무 과찬의 말씀이세요." 


 "아니에요. 수혜씨는 이 세상에 찾아볼 수 없는 천사에요"

 세경의 '천사'란 말을 하고 얼굴이 붉어졌다.

 "고마워요. 세경씨. 눈물이 나도록 고마운 말씀이세요. 오늘은 제가 세경씨 한테

너무 극찬을 들어서 기분이 좋아요. 제가 저녁 살테니 나가요. 우리." 
 다방을 나오자 어느새 수혜가 세경의 팔장을 끼고 있었다. 세경이 내심 흐뭇한 표

정을 지는다. 시장앞 도로는 차들의 경적소리와 수 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곧 진눈

깨비라도 내릴 것 같이 하늘이 재빛으로 물들어 꾸물대고 있다.

 "수혜씨 잘 아는 레스토랑 있어요?"
 "! 친구들이랑 자주 가는 곳인데 오늘은 세경씨와 가보려고요. 분위기가 조용

하고 아주 좋아요


 수혜가 팔에 은근히 힘을 주었다. 지하도를 건너 시장건너편 먹자골목으로 들어

서자 영등포시장과는 전혀 다른 세계가 둘을 맞아주었다. 화려한 네온에 눈이 아

찔할 정도였다. 원색의 주점간판들이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며 도시의 밤거리를 빛

내고 있다.

 "저기에요. 세경씨"

 수혜가 손으로 간판을 가르켰다. '실락원'이라는 아담하고 빨간 네온이 반짝이는

앙증맞은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2층에 있는 실락원은 꽤나 고급스러워 보였다. 이태리풍의 문양과 각종 로마시대

군인들의 전투장면 그리고 활달한 실내장식으로 꾸며져 있고 중세 화가들의 유명

명화가 여지저기 벽에 걸려있어 음식값도 꽤나 비쌀것 같아 보였다.

 보티첼리의 아름다운 비너스 누드 명화와 트로이 왕국의 보리스 왕자가 아프로디

테 등 세여신에게 사과를 던지는 모습등 중.고등학교 미술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

는 명화들이 벽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은은하고 감미로운 홀리오이글레시아스의 라틴풍 팝송이 홀안을 더욱 격조있게

장식했다. 웨이터의 안내로 창가의 테이블로 자리를 잡았다. 수혜가 자신이 좋아

하는 메뉴를 주문하며 세경 한테도 한번 들어보라고 권한다.

 "세경씨? "
 "?" 


 "세경씨는 꿈이 뭐에요?"
 "꿈이라...... 제 꿈은 매일밤 마다 꿈속에서 수혜씨 만나 데이트 하는겁니다." 


 "아이, 그런 꿈 말고요."

 세경이 잠시 눈을 감고 호흡을 고르더니 입을 열었다

 "네 제꿈은 일본과 중국 그리고 한반도를 잇는 신() 삼각무역의 가교역할을

하는 겁니다. 다시 말씀드리자면 1,100년전 장보고 장군이 청해진을 중심으로

당나라와 신라 그리고 왜를 잇는 삼국무역을 주도하고 많은 이익을 내어 신라의

위세를 당시 동북아에 떨쳤듯이 저도 한반도를 중신으로 삼국의 무역구도를 재편

시키고 한국을 중심을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겁니다.

 

 그래서 장차 우리 한국이 극동아시아 무역의 중심에 서서 신흥 부국이 되는데

일조를 하는 겁니다. 장차 동남아시아및 전세계를 대상으로 글로벌 무역구도를

한국이 중심이 되도록 내 한몸 가루가 되도록 한번 뛰어 보는것이 내 꿈입니다."

 세경이 입에 침을 튀기며 열변을 토하자 수혜는 멍하니 세경의 눈빛속으로 빨려

들고있다.

 "우와! 그 꿈 정말로 대단한 꿈이세요. 만약 그 꿈이 실현된다면 그 곁에 제가

있어도 되나요?"

 수혜가 단 한번의 세경의 열변에 모든걸 빼앗긴듯 했다.


 "제가 바라던 바 입니다. 그렇게 해주신다면 백골난망이고 저희 단양장씨 가문

큰 영광입니다."

 "아이, 무슨 가문의 영광까지. 너무 과분하게요"
 "아닙니다. 수혜씨는 저희집안에 한가족이 된다면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세경이 수혜 칭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태리음식이 나오고 지중해산 적포도주가

나왔다.

 "세경씨! 우리 건배해요. 세경씨의 극동아시아 상권형성과 제패를 위하여! 그리고

장차 있을 단양장씨 가문의 영광을 위하여!"

 수혜가 방실방실 웃으며 잔을 든다

 "수혜씨! 고마워요. 그리고 우리 아름다운 만남과 신화창조를 위하여!"
 수혜는 단 세번의 세경과 만남에서 모든 것을 허락했다. 세경을 위하여 분골쇄신

할 것을 스스로 다짐했으며 영등포에서의 세 번째 만남 후로 세경과 수혜는 거의

매일 만나다 시피했고 이제는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둘이 비익조(比翼鳥)가 되고 연리지(連理枝)가 될 것을 약속했으며 장미가 흐드

러지게 피는 계절에 두 사람만의 조촐한 언약식도 가졌다. 그 자리에서 커플링을

서로의 손가락에 끼워 주었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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