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회(素懷)
- 의녀(義女) 홍윤애를 기리며 -
- 여강 최재효
지난밤 사나운 비바람에 붉은 꽃잎 휘날리더니
낮은 언덕 청택(靑宅)에 소복하게 쌓였네
춘흥(春興)은 봄 가지 마디마디에 걸려 있고
나그네 밤새워 천리 험한 바닷길 달려
돌고 돌아 뒤늦은 인사가 송구하여
감주(甘酒) 한잔 올리고 차마 고개 들지 못하네
한양 선비 사랑한 죄가 태산 같고
목숨 바쳐 임을 구한 의기(義氣) 하해와 같은데
쌍쌍이 창공을 나는 새들은 임의 뜻 알고 있는지
바다 건너 고향 가신 낭군 소식 천금 같은데
빈손으로 찾아온 객지 길손 임 뵐 낯이 없어
두 뺨을 적시는 뜨거운 원루(寃淚)로 대신하네
박석고개 임의 춘정 날마다 남쪽으로 향하고
영주(瀛洲)의 임은 밤마다 뭍으로 난 꿈길 걷는데
어느 날 청사초롱에 밤새 불을 밝힐거나
원앙의 인연은 삼세(三世)에 걸쳐 이어지리니
창해(滄海)가 풍성한 뽕잎으로 뒤덮이는 날
두 님은 백록담 무지개 오작교에서 상봉하리
- 창작일 : 2018.4.23. [14:25]
제주 애월읍 유수암리 홍윤애 묘에서
[주] 1) 홍윤애 - 조선 영,정조 때 제주여인으로 1777년 8월 정조시해사건에 연루되어
제주목에 유배된 정헌 조정철을 사랑하여 딸을 낳음. 1781년 5월 홍윤애는 유배인을
도왔다는 죄로 제주목사에게 모진 고문을 받았으며, 정헌을 음해하는 자백을 강요
받았으나 죽음으로 정헌을 구명함. 1811년 복직된 조정철은 30년 만에 제주목사로
부임하여 연인 홍윤애의 무덤을 찾고 단장하였으며, ‘의녀 홍윤애’ 비석을 세우고
헌시(獻詩)함. 조정철의 묘는 충주 수안보면 안보리 박석고개에 있음.
2) 청택 - 의녀 홍윤애 산소를 말함
3) 영해 -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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