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의 달(3)
- 여강 최재효
두 줄인지, 한 줄인지 먹구름 사이로 새들 날고
천 갈래, 백 갈래로 밤바람 어지러워라
급조(急造)된 하숙(下宿)들 들판에 어지러운데
집 떠난 나그네 전전반측에 밤은 야속하게 깊어만 가네
풍상(風霜)에 지친 길손이여, 어디가 그대 집이뇨
훈풍(薰風) 속에 벌레들 합창에 목이 메는데
유성우(流星雨)는 이곳 완주 뜰에 무수히 떨어지네
잠을 잊은 백로 한 마리 연꽃 핀 호수가에 서성거리고
두 눈을 감고 조용히 주위를 살펴보고 있노니
짙푸른 청산 위를 날고 있는 산새도 있고
날개 없이 창공을 날려고 애쓰는 무명(無明)도 있는데
정작 눈을 떠보면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네
비구들 햇살 두려워 하안거(夏安居)에 드는 시절
앞산 거목은 푸른 옷 입고 시간의 향기에 취하고
만학도(晩學徒)들 밤 새워 경(經)을 읽듯 문자를 들추네
아침에 눈 비비면 머리에 잔설(殘雪)은 더 두터워 졌고
그 사람 있는 북녘에서 여러 날 동안 소식이 없으니
사소한 별자리 움직임에도 눈을 감지 못하네
서로를 그리워하기를 겨우 사나흘인데
낯선 허허벌판에서는 하루가 여삼추(如三秋)라네
- 창작일 : 2016.8.8. 03:30
전북 완주군 이서면 용서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