旅情 3
- 여강 최재효
화월花月 오르고 한매寒梅도 피었건만
왜 이리 늦으시는가
개 짖는 소리 처량도 하네
초저녁부터 두주斗酒를 머리에 이고
한가閒家의 문을 모두 활짝 열었지
만월滿月이 중천에 이르렀네
말하고자 하여도 부끄러워
여인旅人의 깊은 속내를 열지 못했지
그때 그 봄날이 또 저만치 가고 있네
한나절이면 갈 수 있는 길을
반백년이 지나도록 걷고 있는데
오로지 달그림자만 따를 뿐이네
깨진 거울을 보며 머리를 빗네
직녀는 지난 봄 꽃비에 젖어 다리를 건넜고
견우는 말없이 바라만 봐야했지
춘리春離가 억병臆病으로 자리 잡았고
백약百藥도 쓸모가 없으니
꿈결처럼 어서 천년이 지나길 바라네
내 주변에 살아있는 유한有限의 것들을
바라볼 수록 눈물이 나오고
무한無限의 것들이 야속할 따름이라네
- 창작일 : 2013.03.25. 23:30
[주] 旅情(나그네 려, 뜻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