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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삽화/박영철 |
사흘 만에 술집에 나타나 좌자가 양(羊)으로 변해 양떼 속에 섞여 보이지 않자 포졸들은 어느 것이 좌자인지 알 수가 없어 사실대로 조조에게 보고하였다.
이 말을 듣고 노한 조조는 "삼일 내에 좌자를 살아 있는 채로 잡아오라. 그렇지 않으면 너희들에게 죄를 묻겠다."고 한다.
형옥을 담당하는 모든 관리들은 포졸들을 총동원하여 좌자를 체포하기 위해 우왕좌왕하는 데, 마치 뜨거운 가마솥 속의 개미처럼 갈팡질팡하며 허둥댈 뿐 달리 방도가 없었다.
좌자 체포에 동원된 포졸들은 기한인 3일이 되었으나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마지막 날 저녁 무렵 포졸들은 무리지어 술집으로 들어가 풀이 죽은 채로 술잔을 기울이면서 내일 문책당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울하게 술을 마시고 있는데 그때 어디선가 낭랑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포졸들은 일제히 고개를 출입구 쪽으로 돌려 바라보니 왼쪽 눈을 뜨고 오른쪽 눈을 감은 도인 한 사람이 나타났다.
그 도인은 유쾌한 듯 껄껄 웃으면서 몸을 가볍게 날려 술집 안으로 들어와 술상이 차려진 탁자 앞까지 다가왔다. 탁자 위의 술병을 들더니 꿀꺽꿀꺽 통쾌하게 술을 마신다.
이 광경을 보던 포졸들은 처음에는 깜짝 놀랐으나 금방 정신이 번쩍 들었다. 수십 명의 포졸들이 떼 지어 몰려들어 모두 힘을 합하여 쇠사슬로 이 도인을 묶었다. 이 도인이 바로 3일 동안 찾아 헤맸던 좌자였다.
감방 벽을 통과하고 분신 수십 명을 만들어 감옥에 들어간 좌자는 조금도 개의치 않고 태연했다. 형옥의 관리들이 고문을 가하고 전말을 조사하기 위해 감옥 안으로 들어갔는데 감옥 안에 있던 좌자가 홀연 감옥 철문밖에 서 있었다.
감옥 밖으로 쫒아 나왔는데 이번에는 좌자가 감옥 안으로 사라졌다. 조사 나왔던 형옥의 관리들은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사실을 보자 머리가 어지럽고 혼란스러워 어찌할 방법이 없어 조조에게 이 일을 보고하였다.
이 보고를 받은 조조는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리고 조조는 마음속으로 "좌자를 감옥에 다시 가두어 둔다 해도 형리들이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자꾸 생길 것이니 좌자의 목숨을 빨리 없애버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조조는 즉시 다음날 정오에 좌자를 묶어서 저잣거리에서 공개처형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다음날 좌자를 압송하여 저잣거리로 데려가 형틀 위에다 묶었다.
죄인의 목을 베는 망나니가 춤을 추면서 바야흐로 막 사형을 집행하려 하는데 돌연 형틀 위에는 죄인을 묶었던 끈만 달랑 남아있고 좌자는 종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 보고를 받은 조조는 그 자리에서 군사를 풀어 시가지 전체를 봉쇄하고 길마다 가로막아 불심검문을 하여 체포토록 하였다. 그리고 공개 지명수배령을 내리고 좌자의 얼굴을 그려서 거리마다 붙였다.
거리에 방으로 붙은 좌자의 형상은 애꾸눈을 하고 칡으로 만든 푸른 두건을 쓰고 푸른 두루마기를 입은 모습이었다. 좌자에 대한 수배령이 내려진 지 얼마 되지 않아 거리마다 갈건을 쓰고 애꾸 눈 모습을 한 사람이 무수히 나타났다.
포졸들은 수배령에 그려진 사람과 똑같은 옷차림에 용모를 한 사람 수백 명을 모두 붙잡아 조조 앞으로 데려왔다. (다음호에 계속)
2006.11.08 22:18 입력 | 2009.11.05 14: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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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삽화/박영철 |
좌자의 머리 사라지고, 달랑 짚단 하나만 조조가 좌자에 대한 공개수배령을 내린 지 얼마 되지 않아 군사들이 좌자와 모양이 똑같은 수백 명을 붙잡아다 조조 앞에 대령했다. 조조는 이러한 사실을 듣고 분기탱천하여 머리 속에서 웅웅 소리가 나는 듯했다.
화가 치밀어 올라 노발대발하면서 명령을 내렸다. "빨리 그들을 모두 쫓아 버려라!" 그리고는 이어서 "오늘 이 시각 이후로 좌자를 보기만 하면 붙잡아서 데려올 필요없이 그 자리에서 바로 처형하라."라고 명령을 내렸다.
그 명령을 내린 며칠 후, 스스로 좌자를 죽여서 머리를 베어 가져왔다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이 좌자의 머리를 조조에게 진상하였다. 조조는 매우 기뻐하면서 몸소 좌자의 머리를 보고자 했다.
시체를 덮은 천을 걷어보니 그곳에는 짚단 하나가 달랑 놓여 있었다. 이를 보고 조조는 벌컥 화를 내면서 좌자의 목을 베었다고 자랑하던 그 사람을 감옥에 집어넣었다. 사실 조조가 이 일로 화를 내고 있던 바로 그 때에 좌자는 이미 구름을 타고 형주(荊州) 땅에 도착해 있었다.
좌자, 형주 땅 유표에게 가다 이때 형주목사 유표(劉表)는 조조가 좌자를 체포하여 죽이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좌자가 이미 형주 땅에 들어왔다는 보고를 받자 매우 당황스러웠다.
유표는 조조의 명령을 거스를 수도 없고 또 자신도 좌자에게 희롱당할지 모른다고 우려하면서 이런 생각 저런 생각에 골머리를 앓다가 그럼 내가 먼저 좌자에게 한번 본때를 보여 주리라고 마음먹었다. 기회를 엿보아 이를 실행하기로 했다.
유표는 사람을 보내 좌자를 청했다. 진심을 숨기고 비위를 맞추기로 한 유표는 자기의 군대를 도열시켜 사열하게 했다. 좌자는, 많은 군사를 앞세워 위세를 부리려고 하는 유표의 속내를 다 알고 있었으나 짐짓 모르는 체하고 군대 사열을 마쳤다. 그는 군대 사열을 마치고 돌아와 유표에게 한마디 하였다.
좌자, 유표의 전 군대를 위로하다 "제가 작고도 보잘 것 없는 예물을 준비하였는데 유표장군님의 군대를 위로하고자 합니다." 이 말을 듣고 유표가 물었다. "도장께서는 몸 하나만 구름처럼 떠돌아 이곳에 왔습니다. 그러나 나의 군대는 실제로 숫자가 너무 많으니 선생께서는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위로하고자 합니까?"
좌자가 가볍게 웃음을 보이면서 "제가 마련한 예물이 비록 부족하다하나 도리어 전체 군대에게 두루 상을 내릴 수 있습니다."한다. 이 말을 듣던 유표는 내심 "좌자가 이번 일을 일부러 호언장담하고 있을 뿐이다. 나는 차라리 이번 기회를 틈타 여차하면 좌자에게 죄를 물어야겠다."라고 생각하며 말을 이었다.
"도장의 넓으신 후의와 병사들을 생각하시는 그 마음에 감격할 뿐입니다. 그러나 무슨 물건으로 나의 군대를 위로할지 모르겠군요?"
좌자는 이 말을 듣고 그 자리에 놓여있던 술 한 단지와 육포 한 묶음을 가리키면서 "바로 이것들입니다."하였다. 그 말에 유표가 키득키득 웃으면서 "이 술과 육포는 단지 10여 명이 겨우 먹을 수 있는 분량입니다. 하물며 수천 명 나의 군대를 먹일 수 있겠습니까?" 하였다.
열선소전(列仙小傳 16) 좌자(左慈) (7)
2006.11.15 23:32 입력 | 2009.11.05 14:4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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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삽화/박영철 |
도술로 만 명의 군대에게 술과 고기를 먹이다 [대기원] 형주목사 유표의 군대 사열을 받고난 후 좌자는 겨우 열명 정도가 먹을 술과 육포를 가리키면서 이것으로 전 군대가 먹을 수 있는 술과 고기를 선물하겠다고 했다.
좌자는 의아해하는 유표에게 구구한 설명없이 그 자리에서 실행에 옮겼다. 유표에게 각 부대에 명령을 내려 병사 백 명을 차출하여 술 단지와 고기가 걸려있는 곳으로 집합하도록 했다.
좌자는 품속에서 한 자루 칼을 꺼내더니 고기가 걸려 있는 곳으로 가서 한 덩이씩 잘랐다. 얼마 되지 않아 고기가 작은 산더미처럼 쌓였다. 그는 또 직접 국자를 들고 술 단지 앞에 서 있는 병사들에게 술을 퍼주었다.
술을 받으러 오는 술통이 얼마나 되든지 간에 좌자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술통 가득 술을 채워주었다. 유표의 만여 명 병졸 모두 개인별로 술 석 잔에 한 덩이 고기를 맛보았는데 빠진 사람 하나없이 충분히 먹고 마셨다.
그리고 병사들뿐만 아니라 유표의 천여 명 손님들조차 모두 취하도록 술을 마시고 배가 부르도록 고기를 먹었다. 그 자리에 있던 손님들이 신기해서 좌자 앞에 놓여있는 술 단지를 살펴보니 그 속에는 처음처럼 술이 하나도 줄지 않고 그대로 있었으며, 그 한 무더기 육포도 그렇게 많이 잘라내었으나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유표는 그 광경을 목격하고 크게 놀라면서 한마디 던진다. "도장이야말로 진짜 신선(眞仙)이십니다!" 그는 좌자를 해치려 했던 그 마음을 완전히 버리고 정성을 다하여 진중에 머물도록 간청한다.
유표의 간절한 성의를 물리치기 어려워 좌자는 형주에서 수일간 머물렀다. 며칠이 지나자 유표에게 이별을 고하고 동쪽지방 오(吳)나라로 갔다.
초라한 행색으로 푸대접 받다 이때, 동오(東吳)는 손권이 권력을 잡고 있었다. 오나라는 산천이 수려해 뛰어난 인재가 많이 배출되는 영험한 땅이었다. 오나라에 온 좌자는 날마다 산수간을 한가로이 노닐면서 두루 도가(道家)의 고인들을 방문했다.
어느 날 하루 그는 "단도"(丹徒)라는 곳에 갔다. 이곳에는 이름이 "서타"(徐墮)라는 은자(隱者)가 있었는데 자못 도술이 있다고 소문이 나 친히 가서 만나보기로 했다. 이날 공교롭게도 서타도인 집에서 모임이 있어 손님 몇 사람이 좌자보다 한 걸음 먼저 도착했다.
그 손님들은 좌자의 얼굴과 행색이 변변치 못한 것을 보고는 무시하는 마음이 일어났는지 "서타 도인이 집에 계시지 않으며, 산속에 가셨는데 언제 돌아오실지 알 수 없다"면서 좌자를 속였다.
말을 마친 손님들은 그들이 타고 온 수레와 소를 문밖에 세워놓고 아무렇지 않은 듯 활갯짓하며 성큼성큼 대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갔다. 좌자는 그 말을 잠자코 들으며 그들이 좌자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더 말해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몸을 돌려 문밖으로 나갔다.
열선소전(列仙小傳 16) 좌자(左慈) (8)
2006.11.22 23:38 입력 | 2009.11.05 14:4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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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삽화/박영철 |
소가 백양나무 가지 끝에서 걸어가다 좌자에게 "서타"(徐墮)도인이 집에 계시지 않다고 속인 후 "서타도인" 집안으로 들어간 손님들은 한참 시간이 지나자 갑자기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불안과 초조가 온몸에 엄습해 오는데 그 이유를 알 길이 없었다.
그래서 마침내 그 자리를 떠나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어 부지불식간에 몸을 일으켜 자리에서 일어나 대문 밖으로 걸어 나갔다. 어쩐 일인지 그들이 타고 온 수레를 끌었던 소가 보이지 않는다. 사방을 둘러보았으나 그림자조차 찾을 길이 없다.
그들이 우연히 고개를 들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그때 마침 소들이 높다란 백양나무 가지 끝에서 느릿느릿 걸어가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눈을 믿을 수 없었으며 이게 무슨 조화인지 놀라면서 서둘러 백양나무 있는 곳으로 다가가 나무 위로 올라갔다.
나무 위에서는 이상하게 소가 보이지 않았다. 나무에서 내려와 다시 고개를 들고 나무 위를 쳐다보니 그 소들이 나무 위에서 여전히 유유히 걸어가고 있었다.
아무리 잘라도 없어지지 않는 가시넝쿨 그들은 몸을 돌려 방금 전에 세워 놓은 수레는 이상이 없는지 살펴보니 수레바퀴 주위가 가시나무로 덮여 있었다. 정차해 놓은 잠깐 사이에 가시가 한자 이상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그들은 도끼를 찾아 가시나무를 찍어 잘라 내었다. 쉬지 않고 도끼질을 하고 또 힘껏 잡아 당겨 보았으나 꼼짝도 하지 않는다.
이들은 이러한 돌발 사태에 겁을 집어 먹고 정신 나간 사람처럼 황망히 집안으로 달려 들어가 말을 더듬거리면서 방금 전 밖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자초지종을 여러 사람에게 알렸다.
너나 할 것 없이 이 이야기를 못믿겠다면서 밖으로 나와 눈으로 확인해보니 사실 그대로였다. 모두들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뜨고 말문이 막혔다.
이때 집주인인 "서타"가 그 사람들에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를 추궁하였다. 그 손님들은 방금 전 대문을 지나올 때의 일이 생각났던지 한마디 한다. "아까 애꾸 눈 노인 한 분이 이 집을 방문했는데, 우리들이 그를 하찮은 사람으로 여겨 "서타도인"이 집에 없다고 그 노인을 속였습니다."
그 말에 서타도인은 발을 동동 구르면서 "망쳤군! 망쳤어!" 하더니 손님들에 "그 분이 제가 만나 뵙기를 학수고대하던 바로 그 "좌자"어른입니다. 당신들이 어떻게 일을 그르칠 수가 있습니까? 서둘러 그 분을 쫓아가 사과합시다!"하였다.
그 자리의 많은 사람들은 일이 잘못 되었음을 눈치 채고 후회막급이었으나 서둘러 좌자 선인의 뒤를 쫓아갔다. 한바탕 달려가 마침내 "좌자"선인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손님들은 일제히 머리를 조아리며 잘못을 사과했다. 좌자는 태연히 한번 웃더니 "아무튼 빈도가 한바탕 웃으려고 장난을 한 것이니 아무쪼록 개의치 마시오. 손님 여러분 돌아가시오. 나는 내 갈 길을 가겠소."한다. "서타도인"과 손님들이 집으로 돌아와 수레와 말을 확인해보니 원래 그대로 대문 앞에 서 있었다.
이 일이 있고난 후 좌자의 종적은 표연히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후로는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일이 없었다. 신선이 되어 삼청(태청경, 옥청경, 상청경)세계 어디로 갔는지 알 길이 없다.
(다음 호에는 장량편으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