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망不忘
- 여강 최재효
한때 꽃이었던 나는
다시 꽃으로 피어나 삼백육십오일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
임이 화사한 아침 해로 나와서
붉은 석별의 시를 토할 때 까지,
초저녁 가냘픈 실연失戀의 소녀로 태어나
새벽녘 그믐달의 아픈 모습으로
쓸쓸히 사라지는 순간 까지
소년은 한 순간도 눈을 떼지 못했다
내일부터 별 바라기로 살아가야 할
중년의 발 뒤꿈치가
자꾸만 무거운 침묵을 강요하고 있다
카시오페아 부근에 자리하고 있을
첫 키스의 그 애가 별꽃이 되어
꿈길을 밟아 찾아올 것 같은 밤이면
반백의 소년은 괜스레 잠들지 못하고
밤새 창문을 열어 놓는다
- 창작일 : 2008.09.29. 2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