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싱가폴슬링(2)

* 창작공간/단편 - 싱가폴슬링

by 여강 최재효 2007. 12. 31. 18:17

본문

 

 







 

           

 

                

 

        싱가폴슬링(2)

 

 

 

 

                                                                                                                                                              - 여강 최재효

 


  그때 등 뒤에서 ‘혹시 경태님 아니세요?’ 하는 나긋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가을바람이 배시시 웃으며 서있었다. 경태는 온 몸이 전율하는 듯 했다. 상상했던

것보다 백배 이상 매력적인 미인이었다. 울렁거리는 가슴을 간신히 진정시키고

얼른 장미를 가을바람에게 건네며 악수를 청했다. 손이 상당히 따뜻하고 보드라웠

다. 억세고 단단한 아내의 손에서 느낄 수 없는 여성다움이 전류처럼 전해졌다.

붉은 장미를 받아든 가을바람은 좋아서 어쩔 줄 몰라했다.

 

  연애시절 남편에게 받아본 이후 처음 받아본다고 했다. 상대방이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을 때 신속히 다음행동에 옮기는 것이 경태의 전형적인 사냥방법이 었다. 전철위로

난 육교를 건너 노량진 수산시장 횟집이 밀집된 상가로 유도했다. 다행히 가을바람은

회를 좋아했다. 광어회와 소주 한병을 주문했다.

 

  아직도 장미꽃을 받은 기쁨에 들떠있는 듯 해보였다. 가을바람은 술은 많이 마시지는 못하지만 남편과 또는 동창모임이 있을 때 조금 마신다고 했다. 테이블위에 빈 소주병 세 개가 나란히 세워져 있고 가을바람은 방금전 자신이 한 말이 진실이 아님을 스스로 증명했다. 소주 1병정도 마신 얼굴이 불그레해졌다.

 

  경태가 요즘 젊은 선생님들중 사이버상에서 대화를 주고 받거나 메일 교환하는

분들이 얼마나 되는냐고 물었다.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 동료여교사들 약간명이

미지의 남자친구를 사귀고 있다고 했다. 자신도 현재 경태를 포함해 두명의 남자로

부터 매일 메일을 받는다고 하면서 이제는 아침에 출근하거나 퇴근 후 컴퓨터를

접속하는 것이 일상사가 되었다고 했다. 그러던중 우연히 경태의 강력한 유혹에

못이겨 만나게 되었다며 웃었다.

 

  그리고 경태가 약간 건방지지만 자기 자랑을 너무 하는 중증 왕자병환자의

얼굴이 보고싶었다고 했다. 그러나 막상 만나보니 자신이 진단한 증세가 거의 맞는

 같다면서 놀려댔다. 빈 소주병 한개가 추가되었다. 억수같이 퍼붓던 비도 그쳤

다. 다음 행선지를 놓고 경태는 고민하기시작 했다. 노량진역에 도착하면서 2차로

가볼만 한 곳을 찾아보았지만 비가 내려 시야가 확보되지 못하여 2차로 갈 장소

확보에 실패를 했다.

 

  무조건 나가자고 했다. 가을바람의 다리가 휘청거렸다. 경태가 팔을 잡아주자

연인처럼 팔장을 껴왔다. 노량진역 육교를 건넜지만 딱히 갈만한 곳이 없었다.

가을바람이 영등포역 근처로 가자고 제의를 해왔다. 의외였다. 택시가 서울의

도심을 바람같이 달렸다. 전국에서 각가지 사연을 안고 올라온 사람들로 영등포

역사는 붐볐다. 역사지하도를 통과해 신세계백화점 건너편 먹자골목으로 들어

섰다. 가을바람은 술이 오르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술취한 여자를 비겁하게 조용한 곳으로 유도하기에는 양심에 가책을

느꼈다. 무작정 걷다보니 성인전용 PC방이란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라 약간의 호기심도 일었다. 가을바람에게 술도 깰겸 PC방이나 가자고

 하자 가을바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GI 두명이 양주 한병을 마시고 일어났다. A는

 경태를 불렀다. 싱가폴슬링 만드는 방법을 알려 달라고 했다. 앞으로는 자신이

직접 만들어 마시겠다고 했다.

 

  잘되었다 싶어 메모지에 싱가폴슬링 레시피를 적어 주었다. [ 진(Jin) 1온스,

체리브랜듸 1.3온스, 레몬쥬스 1/3온스, 슈가시럽 1온스를 쉐이커에 넣고 흔든 다음

 사워잔에 따르고 나머지는 발포성 탄산음료인 사이다나 카린스로 채우면 됨.] A는

 자신보다 한참 아래인 경태에게 창피를 당하고 견딜 수가 없었다. 두 번씩이나

유혹을 해보았지만 번번히 자존심에 먹칠을 해야했다. 혼자사는 것도 억울한데 마음에 드는 연하의 남자를 애인으로 두려고 한 자신의 행동에 자괴감을 느꼈다.

 

  A는 술이 취한 상태에서 경태에게 그동안 섭섭했던 감정을 여과없이 쏟아내기 시작

했다. 자신의 마음을 너무 몰라준다며, 이제라도 자신의 마음을 알아달라고 했다. 경태가 너무 좋아 다른 남자들과 연애를 하고 싶어도 눈에 차지 않는다고 했다. A는 이야기하다 울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가며 웃고 그러는 자신이 너무 밉다고 하였다. 마음이 약한 경태는 A가 측은해지기 시작했다. 자신에게도 누나들이 두 명이나 있었다. 자신보다 5살이상 나이가 많은 여성한테 사랑을 느낄 수는 없었다.

 

  아무리 사랑이라는 감정을 키워보려고 했지만, 누님 같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리고

영업장에는 A보다 나이가 어린 여자들이 여러명 있었기 때문에 굳이 A와 연애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A의 일방적인 구애(求愛)가 귀찮게만 여겨졌다. 그러나 경태

자신은 곧 복학을 앞둔 신분이었기 때문에 당초 자신이 마음먹은 대로 부모님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바텐더 기술을 배운 것이었다.

 

  그런 상태에서 부모님의 기대를 져버리고 쾌락에 빠져 허우적 거리기가 싫었다.

처음에는 남편이 정신이 좀 이상하게 된 것이 아닌가 의심해 보았지만, 남녀노소

 은밀히 즐기는 것을 혼자만 청정무구하게 살겠다고 하여 우물안의 개구리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날 남편이 보낸 이메일을 열어

보다가 깜짝 놀랬다.

 

  가끔 남편이 보내주던 남여의 진한 스킨쉽 장면이 아닌 트리플이나 스와핑

장면이 담긴 쇼킹스런 사진이 첨부물로 붙어 있었다. 얼른 화면을 끄려고 하였지만

여자 동료교사가 그 장면을 보고 말았다. 가을바람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지만 오히려

그 동료는 ‘뭐 그런 것 가지고 얼굴이 빨개지느냐’ 하면서 자신은 그보다도 더 야한

사진을 남편이나 다른 동료들과 자주 본다는 것이다. 가을바람은 자신만이 너무

순진무구하게 구석기시대를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그후부터 동료와 자주 야한 장면을 보게 되었고, 이제는 아무리 야한 장면의 사진

 보아도 무덤덤 할 뿐이다. 경태가 미국의 유명한 성인사이트를 접속하자 수백종

류의 성인 분류가 표시된 화면이 나타났다. couple, mmff, ffm, mmf, animal, sand

witch, orgy,.... 처음 보는 사람들은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단어들이었다.

그중에서 mmf를 클릭해 보았다.

 

  큰 타이틀 아래로 수백개의 소제목이 나타났다. 그중 한개를 클릭하자 20개 이상

환타스틱한 사진이 떴다. 가끔 심심해서 친구들에게 빌려 보던 미국인들의 변태

장면들이었다. 우리의 정서로는 이해 하기 힘든 장면들이 눈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가을바람은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몰라 당황했다. 언젠가 삼한 땅에서도 사회지도층

이 낀 2;1 성행위를 은밀하게 즐기다가 경찰에 적발 되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적

이 있었다. 가을바람이 당황해 하면서도 상당한 호기심을 보였다.

 

  경태가 미국의 성인산업에 대하여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자 가을 바람은 직업이 의심스럽다며 비아냥 댔다. 다시 animal이란 단어를 클릭하자 충격적인 장면이 촬영

된 사진이 나타났다. 수간(獸姦) 장면이었다. 인간이 가학자가 아닌 동물이 인간을

범하는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경태가 얼른 couple 단어를 클릭하자 정상적인 커플

들의 사랑장면이 촬영된 사진이 화면에 나타났다. 가을 바람의 눈동자가 빛나기 시

작했다. 경태가 가을바람에게 마우스를 주면서 직접 보고싶은 장면을 보라고 하였다

. 가을 바람이 한참동안 노골적인 장면을 보더니 약한 신음을 냈다.

 

  노련한 사냥꾼은 기회를 절대 놓치는 법이 없다. 경태가 술기운과 야한 사진에 흥분하기 시작한 가을바람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손이 상당히 뜨거웠다. 새벽 4시가 훨씬 넘었다. 혼자서 미친 여자처럼 중얼거리며 계속 술을 마시던 A도 더 이상 속에서 술을 받지 않는 듯 했다. 경태가 물수건으로 눈물로 범벅이 된 A의 얼굴을 닦아주고 카페에서 나가자고 했다.

 

  A가 경태에게 의지하여 겨우 밖으로 나왔다. 이슬비가 부슬부슬 내리며 도심을 을씨년스럽게 만들었다. 이태원의 새벽이 서서히 시어져가고 집으로 가려는 사람들이 택시를 타기위해 대로변을 함부로 횡단하며 택시를 불렀다. 인사불성이 되다시피한 A만 택시에 태워 보낸다는 것은 어린아이를 우물가에 방치시키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 택시를 세워 반포동으로 향했다. 세 번째로 A를 택시에 태워 함께 반포동으로 가는중이다. 번번히 A의 유혹을 용케도 뿌리치고 빠져 나왔지만 늘 마음 한구석이 찝찝했다.

 

  A가 살고있는 아파트에 도착했다. 택시에서 내렸지만 A는 걷지 못했다. 경태는 A를 업고 A의 집까지 가야했다. 겨우 A를 침대에 눕혀놓고 집을 나서려고 하는데 A가 괴로운 신음을 냈다. 자신을 유혹하려는 수작이라고 판단하고 막 집을 나가려는 순간 A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침대 시트가 토사물로 덮혀있었다. 밤새 마신술에 못이겨 모두 토한 모양이었다. 그냥 갈 수가 없었다. 자신을 그토록 좋아한다며 울고 웃던 A가 갑자기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사물로 범벅이 된 A의 상의와 스커트를 벗겨 브레이져와 팬티차림으로 편안히 눕혔다. 토사물이 묻은 옷과 침대시트를 화장실로 옮겨놓았다. 따뜻한 물에 수건을 적셔 A의 얼굴을 닦아 주고 침대와 방바닦을 깨끗하게 닦고 화장대위에 있던 방향제 스프레이를 뿌렸다. A가 간간히 괴로운 신음소리를 냈다. 이마를 만져보니 불덩이 같았다. 이 새벽에 아픈 환자를 두고 차마 갈 수 없었다. 아무리 흔들어 깨우려고 했지만 A는 송장처럼 깨어나지 못했다. 경대와 식탁 냉장고를 열고 비상구급약을 찾아 보았지만 없었다.

 

  경대 서랍안에는 외제 콘돔과 여성자위기구들이 들어 있었다. A의 왕성한 성생활을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용도를 알 수 없는 약들이 상당히 많이 있었다. 장농을 열어보았지만 역시 파란색 금박에 포장된 상당한 약이 있었다. 할 수 없이 물수건을 두개 냉장고 냉동실에 넣어 교대로 A의 이마에 얹어주며 열을 식혀 주었다. 눈이 감겨왔다. 밤새도록 A의 푸념을 들어줘야 했으며 이제는 A의 간병을 하게 되었다. 호랑이 같은 매니져의 얼굴이 떠올랐다.

 

   만나면 뭐라고 변명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A가 꿈틀대며 몸을 뒤척였다. 차가운 물수건을 수십차례 교대로 갈아 주었다. 이마를 만져 보니 열이 많이 내려가 있었다. 냉장고를 여니 벌꿀이 보였다. 물은 따뜻하게 데워 꿀물을 만들었다. A의 머리를 벼개를 높여 바르게 하고 수저로 천천히 꿀물을 입안으로 흘려보내자 잠결에도 잘 받아마셨다. 친 누이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A는 경태 바로 위 누이하고 나이가 비슷했다. 잠자는 A의 얼굴을 자세히 보니 장인이 빚어놓은 조각처럼 아름답고 반듯했다.

 

  어떤 남자인지 모르지만 이렇게 예쁜 여자를 싫다고 이혼한 남자가 바보같았다. A가 누이 같으면서도 순간 여자로 보이기도 했다. 경태가 자신의 입술을 살며시 꿀물이 묻어 있는 A의 입술을 덮었다. 꿀물보다 더 달콤했다. 알콜냄새가 없는 청정무구한 소녀의 입술같았다. 한참 A의 입술에 온기와 이성을 느끼며 포개고 있었지만 왠지 죄를 짓는 느낌이었다. 브라쟈 차림의 상체가 눈을 아프게 했다. 경태는 떨리는 손으로 살며시 만져보았다.

 

  헝겊으로 가려진 볼록한 A의 유방이 보드랍고 바람이 잔뜩 들어간 풍선같았다. 이성을 알기 시작했던 때 집안 빨래줄에 걸려있던 누이의 속옷과 브라쟈만 보아도 가슴이 두근 거리고 마치 큰 죄를 지은 사람처럼 사방을 둘러보곤 했었다. 총각의 눈에 무르익은 여성의 몸은 성욕을 자극하는 촉진제 역할을 하기에 충분했다. 야릇한 감정이 뭉게뭉게 피어 올랐지만 더 이상 지속되면 이성을 통제하기 힘들 것 같았다. A의 미끈한 하반신이 눈에 들어왔다.

 

  은밀한 부위와 미끈한 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심장의 박동이 빨라지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여자와 누이 두 이미지가 오버랩되면서 경태는 갈등했다. 술에 취해 떨어진 여자를 건드리는 짓은 신사답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창밖이 훤히 밝아왔다. 눈꺼풀이 천근이었다. 파도처럼 밀려드는 졸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경태가 비몽사몽간에 잠에서 깬 것은 무언가 가위눌림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오후 3시가 훨씬 넘은 시간이었다. 일어나 보니 A의 침대위였다. A가 곁에서 배시시 웃고 있었다. 잠에서 깨기전 경태를 보듬고 있었다. 미리 일어나 예쁘게 단장한 A가 귀에대고 속삭 였다. 좀더 누워 있으라고 그리고 살며시 키스를 해주었다. 새벽에 들어왔던 옷 차림 그대로 였다. 자신이 잠들어 있는 동안 아무일도 없었다는 증거 였다. 화장실을 가려고 거실로 나왔다. 간밤에 자신 때문에 고생을 한 것 같다면서 고맙다고 했다. 앞 치마를 입고 수수한 얼굴의 A는 여염집 가정주부와 다름 없어 보였다.

 

  간밤에 A의 토사물로 더렵혀 졌던 침대시트와 옷은 깨긋히 세탁되어 빨래건조대에 널려 있었다. 간밤에 자신이 이성을 잃지 않고 행동한 것에 대하여 스스로 고마워 했다. 만약 이성을 잃고 A를 범했더라면 상황이 복잡하게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A와 함께 식사를 하면서 앞으로는 ‘누님’이라고 부를테니 이해해 달라고 하자 A도 더 이상 경태를 자신의 성의 노예로 만들려고 했던 의도를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A는 그동안 경태의 진심을 모르고 괴롭혀서 미안하다고 했다. 지나간 일은 모두 잊고 자신을 친누나 처럼 대해달라고 주문했다.

 

  다행히 지배인은 경태를 크게 질책하지 않았다. 가을바람은 떨고있었다. 경태의 손이 다시 가을바람의 은밀한 부위에 손을 얹어놓아도 가만히 있었다. 경태의 달아오른 입술이 가을바람의 입술에 포개져도 가을바람은 가만히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시스템이 밀실에서 남녀의 정사(情事)를 가능하게 한 것은 정말로 위대한 것임에 틀림없었다. 경태의 손이 갑자기 분주해졌다. 비록 처음 만난 사이였지만 사이버 월드에서 이미 마음이 맞는 한쌍의 연인으로 되어있었다.

 

  가을바람이 스스로 통제능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화면에는 슬라이드쇼(Slide show)로 커플의 다양한 정사장면이 바뀌며 계속 시선을 어지럽혔다. 인간의 신체구조는 다른 포유류의 구조보다 월등히 뛰어나게 설계되어 있어서 아무리 좁은 공간이라도 목적을 달성하는데는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 가을바람의 심호흡이 정상에서 멀리 벗어나 있었다. 경태의 촉각이 몰려있는 두 부분이 동시에 전면공격에 돌입하자 가을바람은 순식간에 수세에 몰리더니 다시 역전으로 이어지고 용호상박이 불꽃을 튀겼다.

 

  좁은 PC방이 넘치는 열기로 한 여름밤의 아열대현상에 버금가는 열기로 후끈 달아 올랐다. 쿠션 좋은 의자 두개에 끈적한 땀으로 번들거리고 가을바람은 여러번 전율(戰慄)해야 했다. 경태가 가을바람과 헤어지고 이 주일이 지난 어느날 이상한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가을바람의 남편이라고 했다. 이메일 내용은 자신의 아내와 오랜만에 운우의 정을 나누는 중 아내가 ‘경태’라는 이름을 불러 다그쳐 물어보니 모두 불었다고 하면서 자신의 아내와 있었던 일을 모두 알고 있으니 만나자고 하였다. 만약 만나지 않는 다면 자신의 아내와 이혼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고민끝에 등치가 씨름 선수 같은 불알친구 정태와 함께 가을바람의 남편을 저녁 7시에 영등포역 지하 전철티켓 매표소에서 만나기로 하고 나갔다. 경태가 정확히 시간에 맞춰 영등포역으로 나갔다. 덩치가 170CM쯤 되는 왜소해 보이는 가을바람의 남편이 경태를 알아보고 다가왔다. 그 남자는 침착하게 자신이 가을바람의 남편인데 자신의 아내와 몇 번이나 잠자리를 했느냐고 다짜고짜 짜증투로 물어왔다. 경태가 빙그레 웃으며 그런적이 전혀 없고 한번 만나 저녁을 먹고 헤어진 것 밖에 없다며 당당하게 이야기를 하자 가을바람의 남편이 갑자기 입에 담기 힘든 욕을 해가며 경태의 멱살을 잡고 때릴 기세로 덤벼들었다.

 

  덩치가 큰 경태가 지지않기 위해 가을바람의 남자의 멱살을 잡자 그가 비명을 질러 댔다. 삽시간에 구경꾼들이 모여들었다. 빨리 다른곳으로 빠져나가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경찰이 와서 두 사람을 연행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을바람의 남자는 악을 써가며 욕을 해대기 시작했다. 경태의 불알친구인 정태가 달려와 말려 보려고 하였지만 이미 사태가 크게 벌어져 버렸다.

 

  두 남자가 엎치락 뒷치락 바닥에 넘어져 싸우고 있었다. 가을바람의 남자 입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신고를 받고 경찰 두명이 나타났다. 사태가 커져 버렸기 때문에 말로 해결하기 힘들게 되어버렸다. 두 사람모두 경찰서로 연행될 처지가 되었다. 정태가 경찰들에게 간단한 시비로 싸움이 된 것이니 자신들이 화해를 하고 헤어지겠다고 하였지만 경찰은 신고가 접수 된 이상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하였다.

 

  경태는 자신이 경찰에 연행되어 조사를 받게 되면 자신의 신분이 드러나고 결국 자신의 아내가 알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무조건 도망이라도 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정태에게 사인을 보내 경찰에게 시비를 걸라고 하였다. 정태가 큰 소리를 지르며 경찰이 함부로 사람을 친다고 주변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했다. 사람들이 모여들자 경찰의 태도도 약간 누그러 졌다. 가을바람의 남자도 사태가 자신에게 별로 이롭게 전개되지 않자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사소한 일로 말다툼이 벌어졌지만 두 사람이 화해하고 갈테니 경찰들에게 그냥 돌아가라고 하였다.

 

  그제서야 경찰들이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판단하고 돌아갔다. 경태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정태가 경태와 가을바람의 남편을 데리고 역 근처 호프집으로 갔다. 경태가 손을 내밀어 가을바람 남자에게 화해를 청하자 그 남자는 마지못해 악수를 했다. 경태는 이 남자에게 말을 잘못할 경우 정말로 가을바람의 가정이 풍비박산 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가을바람의 남자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 계속 -

 

 

 

 

 

 

 












































 

 

 

 

 

 

 

 

 

 

 

 

 

 

 

 

 

 

 



















































'* 창작공간 > 단편 - 싱가폴슬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싱가폴슬링(終)  (0) 2007.12.31
싱가폴슬링(3)  (0) 2007.12.31
싱가폴슬링(1)  (0) 2006.05.17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