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 열
거열(車裂)
- 여강 최재효
싸늘한 아스팔트에
일상으로
능지처참의 참상이 일어나고 있다
분명, 제대로 된 재판이 없었을 터
오얏왕조 때 이상향을 꿈꿨던
교산(蛟山)과 고균(古筠)이 거기 있었다
붉은 살점
한때, 뜨거웠던 선혈이
포도(鋪道)에 아무렇게 나뒹굴어도
공범(共犯)들, 누구하나 거들떠보지 않는다
유년시절 해피가
꼬리 흔들며 달려들지만
나 또한 외면하고 만다
문명이 무죄를 주장하며
창밖으로 쏜살같이 달아난다
억울한 영혼은
산화(散華) 된 육신으로
거칠게 항의 해 보지만
가해자도 판관(判官)도 그 자리에 없다
검정 페이브먼트 위에는
때 이른 부음을 받고
조문(弔文) 온 낙엽들만 아우성이다
2006. 10. 2. 아침
- 경인고속도로에서 -
[주]
1. 거열 - 팔과 다리를 각각 다른 수레에 묶고, 반대 방향으로
끌어서 찢어 죽이는 형벌[= 능지처참( 陵遲處斬)]
2. 고균(古筠) - 갑신정변을 주도 했던, 김옥균의 호.
1894.3월 홍종우에게 상해에서 피살되어, 그의 시신은
양화진에서 다시 능지처참되었음.
3. 교산(蛟山) - 홍길동전의 저자인 허균의 호로, 역모죄로
몰려 광해군 10년(1618년) 능지처참을 당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