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강 최재효
2006. 8. 20. 19:49
젖
- 여강 최재효
다달이 주어지는 생명수
달은 어김없이
식솔들에게 젖을 물려주었고
나는 반쯤 퇴색한 집안의 기둥 역할을
확실히 해내고 안도(安堵)했다
실수로 젖줄은 놓쳤거나
아직 달의 수혜(受惠)를 받지 못한,
또는 달의 눈 밖에 난 영혼들이
대낮부터 역 광장 한 귀퉁이에 모여
세상과 추억을 질근질근 씹으며
퀭한 눈으로
허공에 대고 삿대질을 하고 있다
술에 취한 달은
어린자식들을 못 본체 하고
서둘러 길을 재촉한다
언젠가는 다달이 주어지던 생명수도
바닥이 날 테고
완전히 퇴색 된 기둥이 되리라
나는 벌써부터 어지럽다
2006. 8.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