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강 최재효 2006. 8. 17. 18:14

 

 

 

                 

 

 

 

 

 

 

 

 

  판도라 상자()

 

 

 

 

                                                                                                                                                                                                   - 여강 최재효

 

 

 

 

 

  그러나 남자나 여자나 너무 빠른 속도로 다가오면 그만큼 신비감이 반감되어 버리게 마련이다. 4시간전 미라를 만났을 때 가슴이 저려 오도록 안아보고 싶었던 욕정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유부남 유부녀가 처음 만난 날 정을 나눈다면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태경은 아무리 프리섹스 시대라고 하지만 그래도 은근한 정이 들고 천천히 상대의 가슴을 알게되면서 연애를 나눠야 남녀상열지사의 제 맛이 날것 같다고 생각해다.

 

  물론 미라를 만나기 이전에도 인터넷에서 우연히 만난 이혼녀와 첫 만남에서 정사를 가진 적이있었다. 준비안 된 상태에서의 정을 나누는 것은 곧 이별을 의미했다. 자칫 서로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기게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미라가 태경의 어깨에 기대어 왔다. 정신을 차리기 힘든 상황이 된 것 처럼 보였다. 바 안에 아가씨가 회심의 미소를지으며 태경에서 윙크를 했다. 

  "축하합니다. 드디어 멋진 먹이감을 무셨군요."

  하는 시기와 질투의 눈빛이었다. 라임쥬스가 가득 채워진 칵테일은 스크류드라이버

(screw driver)로 일명 플레이보이 술이었다. 바텐은 칵테일을 만들 때 보드카를 레시피보다 0.5온스 더 넣었다.

 

  술이 약한 여성이 이 칵테일을 두잔정도 마시고 정신을 차린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태경이 애초 이 칵테일을 주문한 것은 미라를 술에 취하게 하여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 한 것은 아니다. 빨리 술에 취한 모습만을 보고싶었기 때문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나 직장내에서 꽤나 도도한척 하는 잘난이가 술에 취해 무너지는 것을 보며 은근히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미라는 거의 의식이 잃은 사람 처럼 보였다.

  여전히 밖은 비가 내리고 있었고 천둥번개 까지 동반했다. 번개가 칠 때 마다 홀안은

하얀 빛으로 물들고 그 순간은 모든 것이 정지된 한폭의 정물화가 같았다. 태경은 미라에게 더 이상 술을 마시게 한다는 것은 신사로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바에서 나가려고 했다. 폭우가 쏟아지는 늦은 밤에 갈 곳은 각자 자신의 가정 뿐이다.

 

  막상 바에서 나왔지만 도로를 질주하는 택시가 한 대도 없었다. 큰 길로 나가기 위해

인사불성이 되다시피한 미라를 부축하고 걸었다. 갑자기 미라가 주저앉더니 토하기

시작했다. 태경이 등을 다독여 주었다. 시큼한 냄새와 함께 토사물이 미라의 옷에 범벅이 되었다. 미라는 길바닥에 주저 앉아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지려고 했다. 조각같은 미라의 얼굴은 마스카라가 비에 녹아 내려 뺨으로 흘렀다. 미라는한기를 느끼고 덜덜 떨었다.

  "아, 이일은 어쩐다." 태경은 난감한 생각이 들었다.
태경의 바로 코앞에 분홍색 모텔간판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유혹하고 있었다. 급한
 마음에 미라를 들춰업고 모텔로 들어갔다.


  "쉬었다 가실꺼죠?"
  "네" 죠바 아주머니가 묘한 미소를 지으며 키를 내어준다.


  미라는 송장처럼 흐느적 댔다. 태경이 겨우 방으로 업고들어와 침대에 눕히고, 버버리 코트와 자켓을 벗겨주었다. 따뜻한 물수건으로 얼굴과 팔다리를 닦아주었다. 냉장고에서 시원한 음료수를 꺼내 미라입에 대 주었지만 마시지 못했다. 미라를 들춰업고 들어올 때는 아무 생각없었지만, 은은한 오렌지 조명을 받고 침대에 누워있는 미라를 보자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때 미라가 몸을 돌리며 엎드렸다. 스커트 사이로 뽀얀 허벅지가 태경의 시선을 끌게했다.

  통통한 엉덩이를 감추고 있는 스커트를 벗기고 싶었다. 더 이상의 인내심을 억제하기 힘들
 것 같았다. 그렇다고 술에 취한 여성을 범한 다는 것은 남자의 체면상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또한 자신을 믿고 지금까지 함께 있어준 여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었다.

 

  침대옆 오디오에 부착된 디지털 시계가 새벽 1시를 알리고 있다. 만약 자신이 이성을 잃게 된다면 불행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이렇게 은밀한 공간에 들어오기를 두 사람이 무의식중에 원했던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태경은 신사도를 지키기로 했다. 태경이 방바닥에 쪼구려 앉았다가 잠이 들었다. 

  태경이 눈을 떴을 때 새벽 4시가 훨씬 넘어서였다. 미라는 침대에 없었다. 깜짝 놀란

 태경이 화장실문을 열어 보았지만 미라는 없었다. 태경이 잠이들어 있는 사이 미라는 정을 차리고 살며시 모텔을 빠져 나간 것이었다. 경대위에 메모지가 있었다.


  [태경씨, 고마워요. 그리고 저 먼저 나갈께요. 월요일 연락 드리겠습니다 - 미라]

  월요일 아침 10시경 태경의 컴퓨터에 은빛여우의 메시지를 알리는 알람이 깜빡였다.
협력회사 관계자와 면담이 있는 시간이었다. 태경은 회의가 끝나면 연락을 주겠노라고 답신 쪽지를 보냈다. 미라는 태경이 혹시 지난주 금요일밤 일로 마음이 상한 것이 아닌지 불안해 했다.

 

  비록 모텔에 함께 들었지만 술취해 인사불성이 된 자신에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은데 대하여 깊은 신뢰감과 신사다운 면을 보았다. 그날 밤, 스스로 술이 세다고 자부해온 미라 자신도 어떻게 해서 인사불성이 될 정도였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한 시간후 태경에게서 쪽지가 왔다. 지금 대화할 수 있는냐고 했다. 미라가 ok 사인을 보냈다.

- 하얀나비 : 안녕, 미라씨? 그날 밤 집에 잘 들어가셨지요? 그래도 그렇지 혼자만 살짝 빠져나가는 법이 어디있어요?
- 은빛여우 : ㅎㅎㅎ 정말 미안해요. 전 집에와서 한 숨도 못잤어요. 내가 새벽에 외간남자와
모텔에 누워있다는 사실에 대하여 인정할 수가 없었어요. 마음속으로 큰 충격을 받았어요. 지금도 심장이 마구 뛰어요. 그날 밤 생각하면...
- 하얀나비 : 전 제비족이 아니에요. 신사도를 추구하는 남자라구요.


- 은빛여우 : 고마워요. 정말로...
- 하얀나비 : 그런데 미라씨 히프라인이 정말로 멋졌어요. ㅎㅎㅎ
- 은빛여우 : 어휴, 늑대. 남자들은 다 늑대라니까.
- 하얀나비 : 저런, 내가 늑대였다면, 벌써 무슨 일이 났을 텐데.
- 은빛여우 : ㅎㅎㅎ
- 하얀나비 : 그날 술 많이 드셨어요. 우리 오늘 해장술 할래요? 제가 쏠께요.
- 은빛여우 : 또 마셔요? 월요일인데요?


- 하얀나비 : 월요일날 술 마시지 말라는 법 있어요?
- 은빛여우 : 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월요일부터 시작하면 일주일 내내 간다고 하던데.
- 하얀나비 : 걱정말세요. 딱 한잔만 마시면 되잖아요.
- 은빛여우 : 좋아요. 어디로 가요?
- 하얀나비 : 7시 정각, 서울역광장에 계세요. 제가 차를 가지고 그곳으로 갈께요.

  점심시간을 이용해 태경은 회사에서 가까운 서점에 들려 시집 한권을 샀다. 이별의 심정을

읊은 시 모음집이었다. 오후들어 태경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자주 창밖을 내다보며 금요일 밤의 일을 곰곰히 되새겨 보았다. 

  "그래, 괜히 판도라상자를 열었어. 그냥 두었으면 좋았을 것을..."
  자꾸 미라의 볼록한 유방과 풍만한 히프 그리고 뽀얀 허벅지가 영상으로 그려졌다. 이대로
자주 만남을 가질 경우 브레이크가 파열된 폭주열차가 되어 지옥을 향해 달려갈 것 같았다. 미라를 만나지 말고 순수하게 사이버 공간에서 커플처럼 행세하는 것이 훨씬 서로에게 잔잔한 감동과 잔재미를 더 느낄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요즘 성인잡지를 보면 채팅에서 만난 유부녀와 유부남이 서로의 가정을 돌보지 않고 놀아
나다가 배우자에게 발각되어 간통죄로 고소당한 이야기가 많은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태경은 이전에도 한 두번의 외도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상대방 여인과 관계를 깨끗이 청산하곤 했다.

 

  그러나 미라 만큼은 그럴 용기가 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녀를 만나면 만날수록 자신이 헤어 날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들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태경은 이별을 고하는 편지를 자필로

써서 곱게 접어 책갈피에 넣었다.


  오후 3시쯤 고객으로부터 밖에서 상담을 하고싶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미라가 공을 들여 온 50대 중반의 직업이 교사인 K라는 여성고객이었다. 외모도 지적이며 차분한 성격을 지닌 분인데, 두 아들만 남기고 남편이 일찍 병사를 하여 억척스럽게 아이들을 키워왔다.

 

  결혼을 한 큰 아들내외가 자꾸만 재혼을 권유하여 억지로 결혼정보회사에 회원으로 가입하였지만 아직 마음에 드는 남자들을 만나지 못했다. 그런데 미라가 지난달 그 고객에게 소개 시켜준 50대후반의 남자가 마음에 드는 눈치같았다.

  그 남자분에 대하여 K는 미라에게 자주 여러 가지를 물어왔다. K를 만나 상담해주고 태경을
만나러 가기로 했다. 미라의 마음은 이미 태경에게 가 있었다. 주변에 괜찮은 남자들도 많았지만 태경과 같은 남자는 보지 못했다. 어쩌다 멋진 남자 고객들을 만나면 그냥 커피나 한잔 하면서 정담을 나누는 것으로 만족을 하곤했다.

 

   그러나 태경을 만나고부터 미라는 변해가고 있었다. K를 만나 그 남자고객에 대한 신상정보를 자세히 알려주고 다음주 초쯤 다시한번 만남의 시간을 만들어 보겠다고 하고 헤어졌다. 회사근처 자주 가는 헤어숍을 찾았다. 헤어 디자이너 미스 강이 반색을 하며 미라를 맞는다.

  "요즘 MBS '애정의 덫'에 나오는 탈렌트 한혜숙씨 헤어스타일로 해줘봐요. 난 그 머리가
참 마음에 들더라구."


   3시간후 태경을 만나 데이트 할 생각에 미라의 가슴은 콩당콩당 뛰기시작 했다. 맞선을 보러 나가는 심정과 같았다. 남편과 아이들의 얼굴은 까맣게 잊었다. 머리를 하고 집으로 들어왔다. 아침에 입고 출근했던 투피스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간단히 샤워를 하고 향수를 은밀한 부위에 짙게 뿌리고 앙증맞은 속옷을 입어보았다.


 거울앞에 선 자신의 몸매에 흡족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거울속에는 30대 초반의 섹시한 미시가 웃고 있었다. 회사에서 동료들로부터 빼어난 몸매로 부러움을 샀다. 최근에 새로 구입한 보라색 쓰리피스를 입어보았다. 핑크색 립스틱을 짖게 칠하고 약간 초록색의 아이샤도우를 칠했다. 어제의 미라가 아닌 미인선발대회에 나가는 후보같다고 혼자속으로 만족해 했다. 

  태경이 약속시간에 맞춰 서울역 광장앞으로 차를 몰았다. 크락션을 울리자 미라가 알아보고
다가왔다. 태경은 삼각지를 지나 한강교를 건너 흑석동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태경은 아무 말도 없이 약간 침울한 모습이었다. 금방이라도 툭 치면 울음을 터트릴 것 같았다.


 "어디 잘 아시는데 있어요?" 미라가 태경의 눈치를 봤다.
 "네에, 가끔 가는 한정식집이데 분위기도 좋고 음식 맛도 좋고해서요." 더 이상 말이 없었다.

  2층 목조양식의 한정식당은 고급스러워 보였다. 여종업원의 안내로 2층 창가로 자리를
잡았다. 멀리 한강이 내려다 보였다. 강북의 도시의 야경이 사진에서 본 것 처럼 매혹적이었다. 태경이 음식메뉴판을 미라에게 내밀었다.


 "그냥 태경씨가 알아서 시키세요. 전 다 좋으니까요."

  태경이 한정식을 주문하고 음식이 나오기 전에 수육 한접시와 안동소주 한병을 가져오라고
 하였다. 오늘따라 미라가 굉장히 예뻐보였다. 옆으로 다가가 키스라도 해주고 싶었다. 


 "괜히 이별을 하려고 하였나, 사나이 답지 않게..." 태경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담배 한모금 길게
 빨고 천장을 향해 불었다. 

  '헤어지지 말고 이 여자를 한달에 한 두번 정도 만나 엔조하는 상대로 할까? 아니면 그냥
말 상대로만 남겨두고 울적할 때 만나 술이나 마시며 세상을 비웃으며 구도자 처럼 지낼까?'
 미라의 아름다운 모습에 긴 시간 고민한 끝에 스스로 맺은 결론을 두고 다시 흔들리기 시작
했다. 안동소주와 수육이 나왔다.

  "어머나, 차를 어찌하려고 이렇게 술을 많이 시켜요? 전 오늘 딱 한잔만 할꺼에요. 태경씨."
태경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며 미라의 잔을 채웠다. 안동소주는 36도로 일반 소주보다
알콜도수가 높았다. 


  "자, 건배해요. 미라씨의 아름다운 중년을 위하여!"

 

  빈속에 소주 한잔이 들어가자 속이 지르르 전율했다. 태경은 아무 말없이 자작을 했다. 미라가 무슨일이 있느냐고 물었지만, 태경은 오늘 따라 괜히 마음이 우울하다고 했다. 한정식이 들어왔다. 반찬만 30여가지가 넘어보였다. 소주 한 병이 다 비워가자 태경이 다시 한 병을 주문했다. 미라는 처음 받은 첫잔을 반쯤만 마시고 태경의 얼굴만 처다 보았다. 지난주 금요일 처럼 대책없이 마시다가는 또 토하거나 주사를 부릴지 모른고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은 술만 마기기 보다는 어떤 은근한 일을 기대해보고 싶었다. 가야금소리와
대금소리가 한데 어울려 은은히 들려왔다. 미라가슴에 원지 모른 서글픔이 파도처럼 밀려 들었다. 밤이라는 시간은 사람의 마음을 바꿔놓은 신비한 힘이 있는 것 같다.

 

  낮시간 동안 고객들에게 시달릴 때는 입에서 욕도 나오고 짜증도 나지만 밤이되어 술잔이라도 앞에 놓고 있노라면 낮동안 있었던일은 꿈결처럼 잊어버린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일년내내 일어나는 일로 인하여 머리가 터져버리고 말 것이다. 태경이 지난 금요일 밤 너무 술을 많이 주어 미안하다는 이야기와 2차를 가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것이라며 미안하다고 했다. 두 번째 병이 거의 다 비워가고 있을 때 태경이 미라에게 시집을 내놓았다. 

  "태경씨, 이게 뭐에요?" 미라의 눈이 반짝였다.
  "제 마음입니다. 책갈피에 미라씨에게 드리는 편지가 있어요. 지금 펴보지 마시고 여기서
 나가면 펴보세요."


  미라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그 편지가 고등학교 때 남학생들로
부터 받은 연애편지 같은 가슴시린 내용이 들어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내용이 무엇인지

 몹씨 궁금했지만 태경의 요구로 열어 볼 수 없자 더욱 초조해졌다. 


  "자, 우리 이제 일어나요." 태경이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내일 이집에서 점심 약속이 있어 차를 이집에 맡기고 택시로 갈 겁니다. 미라씨도
택시로 가세요." 종업원을 시켜 콜택시 두 대를 불렀다. 봄밤의 상큼한 내음이 전해졌다. 남산타워의 조명이 휘황찬란했다. 손을 뻗으면 잡힐 듯 하다. 


  "자, 미라씨 먼저 타세요. 괜찮으시죠? 오늘 정말 즐거웠어요. 잘 가요." 인사를 하는 태경의
얼굴이 침통했다.
  "태경씨 잘 들어가세요. 다른데로 가시지말고요. 다음에 또 뵈요. 안녕히"

미라를 태운 택시가 어둠속으로 빨려들어갔다. 미라는 택시에 타자 곧바로 편지를 펴보았다.

  미라씨, 그동안 너무 고마웠어요. 전 미라씨를 알고 난 뒤부터 행복했어요.
그러나 미라씨를 OFF-LINE에서 직접 만나고부터 괴로웠습니다. 미라씨를 사랑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우리는 각자의 배우자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미라씨를 아끼고 싶고, 오랫동안 아름다운 추억의 여인으로 남기고 싶어서 이렇게 이별의 편지를 씁니다. 저는 앞으로 긴 시간을 당신의 모습을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를 봄밤에 잠시 왔다 간 바람으로 생각하세요.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 20**. 4.  5. 태경 드림 -

순간 미라의 눈에서 뜨거운 액체가 비오듯 쏟아졌다.


  "아저씨, 차를 좀전의 그 식당으로 돌려주세요. 빨리요, 빨리." 미라가 울부짖었다. 태경은 이미 그 곳에 없었다.


  "바보같은 남자. 나쁜 남자. 내 마음을 훔쳐가 놓고 날 보고 어찌하라고."
 밤 하늘로 미라의 흐느낌이 오랜 여운을 남기며 흩어졌다.

 

                                                                                                        - THE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