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강 최재효 2006. 7. 28.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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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 꽃(3)

 

                                       - 여강 최재효

 

 

 

  “야, 마담 , 여기 예쁜 애들 둘만 들여보내라.”
  “아니 오빠, 언니가 계신데 어떻게 애들을 들여보내요?”
  “어허, 이 오라비가 하라면 하는 거여, 웬 말이 많아?”


  “그래도 그렇지......”
  “아니, 여보. 무슨 아가씨를 불러요? 그냥 입가심만 하고 가자니까?”


  “당신 평소에 내가 어떻게 노는지, 아니 남자들이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는지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그래. 당신은 잠자코 구경이나 해.

그렇다고 여자인 당신을 무시해서 하는 행동이 아니니까 이해해 주셔.“


  ‘아니, 아 남자들이 나를 뭐로 보고 해괴망측한 짓을 벌이려고 그러나’
 김 혜영은 속으로 찝찝해 했지만 윤 경찬 말대로 남자들이 은밀한 카페에서
젊은 아가씨들과 어떻게 노는지 보고 싶은 호기심이 발동했다.


  “형님, 이왕이면 밴드도 부르지요?”
  “박 아우님, 여긴 밴드가 없고 기계음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곳이라네.

오늘은 대층 이런데서 놀고 나중에 멋진 곳에 가서 질탕하니 놀아봄세. 미안

하이. 누추한 데를 데리고 와서.“


  “아닙니다. 시간은 얼마든지 있는데요 뭐.”
  “안녕하세요? 미스 장 이라고 해요. 잘 부탁 합니다.”
  “안녕하세요? 미스 진이라고 합니다. 예쁘게 봐주시와용 오빠들 그리고


언니.”


  “야, 너 미스코리아 진 출신이야?”

  “어머, 오빠 이 업소에 있는 아가씨들은 모두 미스 코리아 출신이라

고요. 여기 계신 저 언니도 미스코리아 같은데?“


  미스 장이 약간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대꾸하자. 김 혜영은 심기가 불편

했다. 미스 장이 윤 경찬 곁에 앉고 미스 진이 박 영식 옆에 앉자 박 영식

은 좌우에 두 여자를 끼고 앉게 되었다.


  ‘아니, 요년들이 어디서 나 까지 싸잡아 들먹거려? 버르장머리 없이.’
  김 혜영이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미스 진과 미스 장의 얼굴을 째려보


았다.


  “네년들은 오늘 안주 발 죽이지 말고 이 오빠들 옆에 얌전하게 앉아서

열심히 잔이나 따르거라. 알았지 나중에 팁은 알아서 줄 테니.“
  “어머, 우리가 언제 안주 발 죽였다고 그래요? 술발 죽였지?”


  “어어, 이년들 입심이 언제 이렇게 세졌지?”
  윤 경찬이 아내 김 혜영을 의식하지 않고 미스 장의 엉덩이를 꼬집었다.
  “자, 처음엔 내가 손수 강력한 수소폭탄을 제조해서 한 잔씩 따를 테니

받아.”


  윤 경찬이 평소 즐겨 마시던 스카치와 생맥주를 적당한 비율로 섞어


박 영식과 김 혜영의 500cc 잔에 8부씩 채워주며 건배를 제의 했다.


  “오늘 우리 아름다운 마눌님 덕분에 박 형과 의형제를 맺은 뜻 깊은 날일

세. 부디 우리 마누라 좀 예뻐해 주고 나와 끈끈한 형제애를 다져가 봄세.

박 아우님도 한 마디 해야지.“
 

   “에-, 하늘이 맺어준 형제애를 영원히 존중하고 또 그리고 혜영이를 계

속해서 사랑해 주고, 아니 김 여사님을 존경하고 …….  이상입니다.“
  혀가 약간 꼬부라진 박 영식이 횡설수설하면서 마지못해 덕담을 했다.


  ‘아니, 이놈이 내 마누라를 사랑해?’
  윤 경찬이 취중에 박 영식이 흘린 말에 속으로 불쾌해 했지만 실수로 그

랬으려니 넘어갔다.


  “이번엔 당신도 한 마디 하구려?”
  윤 경찬이 아내 김 혜영을 쳐다보았다.


  “저로 인하여 두 분이 오늘 의형제를 맺게 되었으니 저로서도 기분이 좋

습니다. 앞으로 두 분의 형제애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조오치요. 형수님. 김 여사님.”
  박 영식이 김 혜영의 어깨에 손을 얻으며 김 혜영에게 술 냄새 풍기는

입을 가까이 갔다대자 김 혜영이 윤 경찬의 눈치를 보며 슬며시 박 영식

에게서 몸을 떼었다.


  “박 선생님, 오늘 너무 취하신 것 같은데 그만 드시지요?”
  “아임니다. 저 끄떡어스니다. 끄윽……”


  ‘이 남자 술 무지하게 약하네 정말. 이런 남자가 또 밤일은 끝내 준단


말이야?’  김 혜영이 혼자 중얼거렸다.


  누구나 웃으면서 세상을 살면서도 말 못할 사연 숨기고 살아도 나 역시

  그런저런 슬픔을 간직하고 당신 앞에 멍하니 서있네.......
 

 윤 경찬이 먼저 무대로 나가 조 항조의 ‘남자라는 이유로’를 부렀다. 미스

장과 미스 진이 윤 경찬의 양 옆에 서서 탬버린을 치면서 흥을 돋웠다. 술에

취한 줄 알았던 박 경식 한 손이 김 혜영의 엉덩이를 쓰다듬고 다른 한 손

은 스커트 속으로 들어가 김 혜영의 은밀한 부위를 지분거리기 시작 했다.


  “아이, 영식씨. 여기서 이러면 안 되는데......”

  “헤영씨, 나 당신 정말로 좋아해. 첫 눈에 당신에게 반했단 말이야. 당신도
내 맘 알지?“


  “쉿, 남편이 봐요. 이 손 빼요.”
  “윤형은 영계들하고 노느라 정신이 없는데 뭘그래요?”


  박 영식의 양손에 힘이 들어가면서 김 혜영은 묘한 쾌감을 느꼈다. 스커

트 밑으로 들어가 박 영식의 검지와 중지가 김 혜영의 손바닥만 한 팬티

속으로 침입해 촉촉해진 부위를 공략했다. 김 혜영은 애써 태연한 척 하면

서 시선은 남편의 등 뒤에 고정시켰다.

 

  남편이 바로 코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상황에서 외간 남자가 자신

의 가장 비밀스런 운 곳을 지분거리는 상황을 김 혜영은 말로 형언 할 수

없는 짜릿함을 맛 보면서 몸을 뒤 틀었다.


  “아, 영식씨 그만, 그만 해요. 남편이 보면 어쩌려고?”
  박 영식은 김 혜영의 엉덩이를 주무르던 손을 빼서 폭탄주가 담긴 잔

을 잡고 태연한 척 윤 경찬의 등을 바라보고 한 손은 여전히 김 혜영의

은밀한 곳을 열심히 간질였다. 


  “나, 나 기분이 이상해요 영식씨.”
  김 혜영이 박 영식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카페의 시간은 정지 된 것처

럼 열락의 밤을 자꾸만 덥혀갔다. 윤 경찬이 도우미들과 어울려 노래 3곡


을 내리 부르고 테이블로 돌아 오자 폭탄주를 단 숨에 비웠다.


  “아우님도 나가서 불러봐. 오늘 즐거운 날에 한 곡조 뽑아야지?”
  “알겠스무니다, 행님. 지가 한곡 합지요.”


  박 영식이 비틀거리며 무대로 나가자 윤 경찬이 김 혜영에게 같이 나가서

노래 하라고 눈짓을 보냈다. 남편의 묵인 아래 김 혜영이 무대로 나가 박

영식의 허리를 잡았다.


  잘있거라 나는 간다 이별의 말도 없이 떠나가는 새벽열차 대전발 영시


오십분 세상은 잠이 들어 고요한 이 밤 나만이 소리치며 우울 줄이야…….
   

  박 영식이 ‘대전 부르스’를 부르자 김 혜영은 박 영식의 품에 안겨 부르

스 춤을 추었다. 윤 경찬은 다시 폭탄주 한 잔을 직접 만들어 벌컥벌컥

마셔 버렸다.


  ‘ 거참,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단 말이야. 예쁘게 생긴 마누라가

저런 촌티 나는 녀석을 좋아하다니. 혹시 저것들이 이미 그렇고 그런

사이 아냐?‘


  윤 경찬은 오렌지를 질겅질겅 씹으면서 이상야릇한 눈으로 박 영식과


몸을 밀착시키고 춤을 추는 아내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흥, 남편이 지금 나와 영식씨를 노려보겠지? 호호호호 그런데 왜 이렇게
신이 나고 가슴이 울렁거릴까? 참으로 요상한 일이네.‘


  김 혜영은 속으로 좋아라 웃으며 남편이 자신과 박 영식을 어떤 눈으로

쳐다볼까 매우 궁금해 하면서 노래를 불렀다.

 

  “아이, 오빠, 술 안마시고 뭘 그리 쳐다봐요? 남자 여자 춤추는 거 처음

봐요?”
  “저희도 한 잔 주세요? 오늘은 술 발이 좀 받는 거 같은데.”


  “으응? 그래그래 너희들이라고 왜 마시고 싶지 않겠냐? 똑같은 사람인데.
오늘은 이 오빠가 사는 거니까 맘 놓고 마셔봐라.“


  “어머, 역시 오빠는 짱이야.”
  “얘들아 누가 나하고 춤출래? 미스 진이 나하고 춤출까?”
  “좋아요”


  윤 경찬이 미스 진의 허리를 꽉 끌어안고 무대 앞으로 나가 빠르게

빙글빙글 돌면서 김 혜영의 시선을 유도 했지만 박 영식의 품에 파묻혀

두 눈을 감은 채 박 영식의 율동에 따라 몸을 맡긴 김 혜영은 마치 행복

의 나라로 가고 있는 듯 했다.


  ‘허어, 놀고들 있네. 저 여편네가 정말 저 놈에게 푹 빠진 거 아녀?’
  윤 경찬이 부르스를 추다 말고 중얼거리면서 자리로 돌아와 폭탄주 잔

을 만지작 거리면서 박 영식의 노래가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얘들아. 우린 술이나 마시자.”

  “좋지요, 오라버니.“


  박 영식이 노래 서너 곡을 부르자 김 혜영이 김 수희의 ‘남행열차’를 불

렀다. 김 혜영의 앞에서 박 영식이 온갖 재주를 부리며 김 혜영을 놀려

댔다. 김 혜영이 박 영식이 추는 우스꽝스러운 춤에 노래를 부르면서도

얼굴은 웃고 있었다.


  ‘정말 놀고 있구먼, 염병.’
  “이년들아 오빠 잔 비었어.”


  박 영식과 김 혜영이 노래를 마치고 테이블로 돌아오자 윤 경찬이 넥타

이를 풀어 머리에 질끈 동여매고 와이셔츠 단추는 반쯤 푼 상태에서 신나

는 메들리 송을 불렀다.


  별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 바람 부는 갈대숲을 지나 언제나 나를 언제

  나 나를 기다리던 너의 아파트  ......

 
  아파트촌의 밤은 서서히 고요 속으로 묻히고 별도 잠이 드는 시간이 되

었다. 박 영식은 완전히 인사불성이 된 것처럼 보였다. 윤 경찬과 김 혜영

은 박 영식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했다.


  “여보, 박 선생님이 대취한 것 같은데 오늘은 우리 집에서 재우죠? 마침

아이들 방도 비었는데.“


  “......”

  “그러게 간단히 입가심만 하라니까. 무슨 폭탄주를 마시라고 해서 이게 뭐람.”
  ‘이런 빌어먹을, 저도 처 마셨으면서.......‘


  “그러지 벌써 새벽 3시가 넘었는데.”
  박 영식은 윤 경찬과 김 혜영의 부축을 받으며 하와이 아파트 103동 1803호

로 향했다.


  “잘 다녀오세요.”
  “저 친구 이따가 9시 쯤 되면 아침 먹여서 보내요.”
  “알았어요. 걱정 마시고 다녀오세요.”


  항상 아침 7시면 회사로 향하는 윤 경찬을 배웅해주고 김 혜영은 아이들

방에서 자고 있는 박 영식이 궁금했다. 살며시 문을 열어본 김 혜영은 깜짝

놀랐다.

 

  침대위에 박 영식이 옷을 몽땅 벗어 버리고 잠에 빠져 있었는데 남근이

잔뜩 성이 나 있었다. 호기심이 발동한 김 혜영이 살금살금 방으로 들어가

박 영식이 잠든 모습을 내려다 보다가 남근을 만져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김 혜영이 박 영식의 물건을 살며시 만지려고 할 때 박 영식의 손이 김 혜영

의 손을 낚아챘다.


  “어머? 안 주무셨어요?”
  “안 자긴? 당신 남편 나가는 소리에 잠에서 깼지. 이리와 여기 누워봐요.”


  “안 돼요. 옆방에 시어머니가 계시다구요.”
  “소리 안 나게 할 테니 이리와 봐요.”


  시 어머니는 귀가 먹어 옆에서 천둥을 쳐도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이니

김 혜영은 웬만큼 소리가 문 밖으로 나간다하여도 신경 쓸 것이 없었다.

안에서 문만 단단히 잠그면 그만 이었다. 그렇다고 출근한 남편이 다시 집

으로 돌아올 리도 없었다.


  “혜영이.”
  “아, 집에서 이러면 안 되는데......”
  “안 되긴 뭐가 안 된다고 그래요?”
 

  박 영식은 나이트가운만 걸친 김 혜영을 침대에 쉽게 쓰러트리고 간밤에
카페에서 채우지 못했던 욕심을 채워 나갔다. 우악스러운 남자의 손이 보

드라운 김 혜영의 가운과 속옷을 제거하는데 단 10초도 안 되었다. 


  “아-, 영식씨이”
  “사랑해, 혜영이.”


  “자꾸 이래도 되는가 몰라......”
  “내가 헤영이를 사랑하고, 그대가 나를 사랑하는데 그 사이에 있는 것은

무엇이든 다 필요 없어 난 , 난 오직 당신만 내 곁에 있어주면 되.“



  “그러나 난, 이미 지아비가 있는 몸.”

  “결혼은 단지 우리 인간이 만들어 놓은 족쇄에 불과해, 수요가 공급을 따

라가지 못하니까 1처1부니, 결혼이니, 법이니 하는 까다로운 것들을 만들어

놓고 남녀간 애정을 가로 막고 있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궤변이라고. 결혼

은 결혼이고 나와 당신이 이렇게 남녀의 지고지순한 정을 나누는 것은 별

개야. 아무 생각하지 마 혜영이, 이 순간은......“

  김 혜영의 신음소리가 문 밖으로 새어나갔지만 듣는 사람이 없었고 두 사

람이 자리에서 일어난 시간은 점심때가 훨씬 지나서 였다. 그리고 여느 때

처럼 김 혜영은 박 영식을 만났고, 종종 남편 윤 경찬과 어울려 저녁을 함께

하고 술을 마셨으며 박 영식의 고집에 의해 집 근처 카페에서 밤늦도록 주

연을 즐겼다.

 

 그런 날은 으레 윤 경찬은 박 영식을 자신의 집에 재우곤 했고 박 영식은

마치 제집에서 잠을 자는 것처럼 생각했다.


  ‘그래, 맞아 박 영식이 처음 우리 집에서 잔 날도 내가 출근 한 뒤 분명히

마누라와 엉겨 붙어서 육욕의 향연을 벌었을 거야. 분명해, 그날 밤에도

마누라는 카페에서 춤을 출 때 저놈의 몸에 찰싹 달라붙어서 마치 두 마리

뱀이 똬리를 튼 것 같았어. 또 마누라의 표정으로 보아도 보통 사이가 아

니었었어.

 

  그 뿐 만 아니야 저놈이 우리 집에서 자는 날 나는 항상 아침 일찍 출근

한 뒤면 두 연놈이 엉켜 붙어 별짓을 다했겠지 그 뿐 아니라 오늘처럼 내

가 며칠 출장가 있는 날은 매일 밤 저놈을 집으로 끌어 들어 저 짓을 했을

거야, 분명히......‘


  윤 경찬은 박 영식의 아내와 어떤 남자가 자신의 집에서 빠져나가는 것

을 목격하고 다시 집으로 왔지만 차마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가지 못했

다. 현관문은 열려 있었다. 


  ‘염병할, 제 남편이 다른 여자와 침대에 뒹굴고 있는 것을 보고도 그냥

가다니 박 영식이 마누라도 보통 여자가 아니구먼. 아니면 바보? 그도 저

도 아니라면 붉은 조명아래서 내 마누라를 끌어안고 자는 자신의 남편


얼굴을 자세히 보지 못한 건가?‘


  윤 경찬은 정 수희가 박 영식과 아내가 침대에서 뒹구는 현장을 목격

하고 난리를 쳐주었으면 하고 바랐지만 어찌 된 일인지 정 수희가 자신


의 집에 왔다가 그냥 조용히 간 것에 대해 크게 실망했다.


‘아, 어찌한다 지금이 새벽 4시30분인데, 이대로 회사에 나갈 수도 없고.

그래 안으로 들어가 저 연놈들이 엉겨있는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놔야

지.‘


  윤 경찬은 다시 집으로 들어가 조금 열려있는 안방 문을 열었다. 하얀

침대 시트에 핑크빛 불빛이 아래 발가벗은 박 영식과 김 혜영의 나신을

눈부시도록 비치고 있고 두 육신은 세상모르고 잠에 취해 있었다.

 

  밤새 전투를 치른 박 영식이 남성이 한쪽으로 맥없이 처져 있었고 아내

의 거웃에 뭔가 끈적끈적한 것이 묻어 있는 것이 윤 경찬의 눈에 들어왔

다. 윤 경찬은 좀 전까지 박 영식과 아내 김 혜영을 찢어 죽이고 싶을 정

도로 분노에 차 있었지만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이상하리 만큼

차분해 져 있었다.


  윤 경찬은 조심조심해가며 디지털카메라로 여러 각도에서 증거를 수집

했다. 차라리 아내와 박 영식이 절정을 향해 달리던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하지 못한 것을 무척 아쉬워했다. 윤 경찬이 아내 곁으로 다가가 잠

자는 아내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붉은 조명아래 잠든 아내의 얼굴은 마치 조각품 같았다. 이전에 자세히

보지 못했 던 아내의 얼굴이었다. 탐스러운 가슴에는 이빨자국 같은 것이

희미하게 남아있었다. 자신의 세 아이를 낳은 아내지만 복부에는 군살이

하나도 없어 처녀애들과 다름없었다. 아내의 거웃이 하얀 물질에 의해

지저분하게 이리저리 뒤엉켜 빳빳하게 말라있었다. 윤 경찬은 강한 질투

를 느꼈다. 동시에 자신의 아랫도리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감지했다.


  조용히 현관문을 잠그고 집을 빠져 나온 윤 경찬은 아파트 입구에 있는

24시 해장국집에 들러 시장기를 해결하고 집에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가도 아내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윤 경찬이 다시 전화를 걸자 그제야 수

화기에서 아내의 잠이 덜깬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여보세요?”
  “여보, 나야.”
  “아니, 새벽에 웬일로 당신이? 당신 지금 부산 아니에요?”


  “으응, 나 어제 일 다 처리하고 지금 올라가는 중이야. 지금 경부고

속도로를 달리는 중인데 지금 평택 쯤 왔어 바로 집에 들렀다 회사로

갈려고 해.“


  “아, 알았어요. 조심해서 오세요.”
  통화를 마친 윤 경찬은 쓴 웃음을 지었다. 평택이라면 윤 경찬 집 까

지 자동차로 20분 정도의 거리였다. 지금 쯤 허둥대고 있을 박 영식과


아내 김 혜영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영식씨, 큰일 났어. 그이가 지금 집으로 오고 있어. 빨리 옷 입어요.”
  “으응? 그으래?”


  “이상하다 내 망사팬티가 어디 갔지?”
  “혜 영이, 내 검정색 팬티도 없어 졌는데?”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분명히 여기 떨어져 있었는데, 당신 것 하고......”
  김 혜영이 옷장에서 다른 팬티를 꺼내 입고 박 영식에는 남편이 입던


베이지색 팬티를 꺼내주었다.


  “어떻게 하지?”
  박 영식이 게슴츠레한 눈으로 김 혜영에게 물었다.


  “오늘은 아무래도 느낌이 안 좋아요. 그냥 집으로 가시던지 아니면 당신

병원으로 가요. 기분이 안 좋아요. 이상하게.“


  “으음, 그러지. 오랜만에 집으로 들어 가 볼까? 그럼.”

  박 영식이 윤 경찬의 집을 빠져 나와 윤 경찬이 있는 24시 해장국 집 앞

에서 택시를 탔다. 택시가 막 출발함과 동시에 윤 경찬이 24시 해장국집

을 나섰다.


  ‘지금 쯤 박 영식이 아이들 방으로 옮겨가서 잠을 자는 척 하겠지? 가소

로운 놈, 내가 호랑이 새끼를 집으로 끌어 들였으니 아내 탓이라고 할 수

도 없지. 모든 일이 나로 말미암아 일어났으니. 내가 해결할 일이군.‘


  윤 경찬은 꿈결처럼 흘러가 버린 지난 5시간의 상황을 다시 한번 그려

보며 일이 이렇게 된 것은 모두 자신의 탓으로 돌려버렸다. 그리고 지난


밤에 보았던 충격적인 장면을 머리에서 지워버리고 싶어 했다.


  딩동-.
  “아니, 당신 이 새벽에 피곤하게 올라오시느라고 그러세요. 주무시고

아침 기차나 비행기로 오시지 않고?“
  “으응,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겼다고 오전 중으로 올라오라고 해서.”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사람이 잠잘 시간에는 잠을 자야지 당신이 무슨


무쇠로 된 사람이에요? 건강도 생각해야지요?“
  “알았어, 나야 아직 건강한데. 집에 누가 왔다갔어?”


  “왔다가긴 누가 왔다가요? 며칠 동안 개미 한 마리 구경하지 못했

구먼.”


  김 혜영이 능청스럽게 말대꾸를 하였지만 목소리에 힘이 없어 보였

다. 윤 경찬은 자꾸 아이들 방쪽으로 시선이 갔다. 그러고 보니 현관


에도 박 영식의 구두가 보이지 않았다.


  ‘이 여편네가 꼬리 아홉 개 달린 여우 100마리보다 더 교활하군. 그 사

이에 그놈은 집을 빠져나갔고, 저 여자는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저렇게

차분할 수가 있단 말인가? 내가 이런 여자를 믿고 평생을 살아가야 하나?

아니면 이쯤에서 집안을 박살 내버리고 말아야 하나?‘


  “여보 뭐해요? 어서 샤워하고 아침 드셔야죠?”
  “어? 응, 알았어.차암, 아침은 차리지 말어. 오다가 천안 휴게소에서 간

단히 아침을 해결했거든.”
  “그래요? 그럼 바로 회사로 나가 실거에요?”


  “아니, 좀 눈 좀 부치고 10시쯤 나가려고. 당신도 더 자, 나 신경 쓰지


말고.”
  “알았어요.”


  윤 경찬이 샤워를 마치고 안방으로 들어왔지만, 좀 전에 보았던 장면

하고는 너무 달라있었다. 방바닥은 깨끗했고 베개도 다른 것으로 놓여져

있고 침대 시트도 분홍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김 혜영은 다시 등을 돌리

고 침대에 누워 잠자는 척 했다. 윤 경찬은 1시간 전 보았던 아내 거웃이

자꾸 떠올랐다. 윤 경찬의 물건이 금방 부풀어 올랐다.


  “여보, 자?”
  “......”


  “여보 내 베이지색 팬티 못 봤어?”
  “아무거나 입어요. 당신 팬티가 한두 개 아니잖아요.”
  “......”


  윤 경찬이 흰색 가운만 걸치고 누운 김 혜영의 어깨를 살며시 만지며

손을 젖가슴쪽으로 가져갔다. 그러나 윤 경찬의 손길을 거부할 줄 알았던

김 혜영이 돌아누우며 윤 경찬에게 키스를 했다.


  “고생 많았어요. 여보, 천리 길을 마다하지 않고 밤길을 달려오다니.


당신도 정말 대단한 남자야.“


  김 혜영의 보드라운 젖가슴이 윤 경찬의 가슴에 닿자 윤 경찬은 아내를

바르게 눕히고 운우의 정을 나누기 시작 했다.


  ‘염병할,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담?’
  윤 경찬은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방금 전 보았던 아내의 불륜을 목

격하고도 어쩌지 못하는 자신의 행동도 이상했고 또 죽이고 싶도록 미워

했던 아름다운 아내의 육신을 끌어안으며 열락을 향해 달리는 자신의 이

율배반적인 행위에 대하여는 더더욱 스스로를 이해할 수 없었다. 


  윽-.
  윤 경찬이 쾌락에 몸을 부르르 떨면서 김 혜영에게 떨어졌다.  그날 오후 

4시쯤 김 혜영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여보세요?”
  “아, 나야. 여보.”
  웬만해서 낮에 전화 거는 일이 없었던 남편 윤 경찬이었다.


  ‘이이가 웬일일까?’
  “웬일이에요? 당신?”
  “응, 당신 오늘 저녁 시간 좀 내줘.”


  “왜요? 또 영식씨랑 같이 저녁 먹게요?”
  “아니. 우리 둘이, 오랜만에 오붓하게 저녁이나 하고 싶어서.”
  ‘아니, 이이가 뭘 잘못 먹었나? 웬 저녁을 다 먹자고해?’


  "특별한 계획을 없어요.“
  “그래? 그럼, 여의도 63빌딩입구에서 6시 정각에 보자고.”
  “네에, 알았어요.”

 

  박 영식이 잠자리에서 일어난 시각은 오후 2시가 좀 넘어서였다. 아내

정 수희는 화장대 앞에서 열심히 화장하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여보, 어디 가?”
  “네에, 오후 4시에 명동에서 동창생 모임이 있어요.”


  “무슨 동창?”
  “초등학교 동창모임인데, 오늘은 동창생중에 사업하는 애가 한턱 손대요.”
  “그으래? 나도 가면 안돼?”


  “어머? 당신이 왜 거길 가요? 동창모임인데?”
  “아, 알았어. 맛 있는 거 많이 먹고 와 그럼.”


   박 영식은 아내가 차 재철과 팔짱을 끼고 H호텔로 들어가는 상상을 하면

서 묘한 쾌감을 느꼈다. 분명 아내는 명동 그 음식점에서 그 남자를 만나 식

사를 한 후에 육신을 불태우며 자신을 비웃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 세상에 태어나면 누구나 혼자지, 내가 저 여자와 결혼하고 내 호

적에 올리고 십년을 살을 비비고 살아도 저 여자는 저 여자 나름의 세계가

있는 거야. 내가 아내 모르는 세계가 있듯이 말이야. 이렇게 서로의 세계를

살다가 가는 거지 뭐. 서로의 은밀한 세상을 가꾸고 즐기며 살다가.

 

  옛날 같으면 여자가 남자에게 손목을 잡히면 평생을 책임지는 시대였지.

그러나 지금 그런 국보급 여자가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그래, 나는 나

의 세상을 아름답고 멋지게 꾸미며 사는 거야, 가정이란 그저 내가 피곤할

때 잠시 들려 기운을 재충전 하는 장소면 되지. 세상 남편들은 자신의 아

내가 자기 물건 쯤으로 생각하고 살지. 바보같은 자식들. 임자가 따로 있는

것도 모르고.......‘

 

  띠리링-.

  박 영식이 혼자서 중얼거리고 있을 때 아내 정 수희의 휴대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아, 재철이구나. 나, 이제 막 나가려고. 그래 있다가 보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