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후(1)
해후
- 여강 최재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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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차장이 점심 식사후 거래처 업체에 다녀오니 책상위에 메모지가 놓여있다.
[김수혜 : 018-***-4401 ......] 전화부탁 드립니다. 순간 장차장은 눈을 의심했
다. 김수혜, 15년전 총각시절 연애를 했던 아가씨였다. 회전의자에 몸을 깊숙히
묻고 담배를 한대 꼬나물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김수혜...... ! 그녀가 어떻게 내 전화번호를 알았을까? 그리고 이 전화번호의
주인공이 정말로 그녀의 전화번호가 확실한가? 이제 까지 아무 연락이 없다가
15년이 지난 지금 연락이 왔을까? 혹시 신상에 무슨 일이라도......"
장차장 손가락에서 몸을 태우던 담배꽁초가 짖이겨져 속이터진 김밥처럼 재떨이
던져졌다. 세경은 어느새 옛 추억을 떠올리고 있었다.
15년전 3월중순 토요일 12시 서울 세검정의 예식장 3층 예식실입구 하객들로
붐비는 곳에 오늘의 주인공 경복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연신 쏟아져 들어오는
하객들을 맞느라 정신이 없다. 간밤에 대림동 신부집에서 새벽 3시까지 함팔러 온
불알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퍼마시고 그것도 모자라 룸싸롱에서 밤을 지새우고
목욕탕에서 새우잠을 자고 이제 막 이발소에 들려 머리에 찌꾸를 바르고 치장을
하고 곤색 싱글정장을 걸치고 있다.
"야아 ! 어이 신랑 그렇게 차려입으니 정말로 새 신랑 같다"
간밤에 함께 룸싸롱에서 미녀들과 지새운 밤의 역사가 얼굴에 써 있는 경진이
녀석이 신랑이 부러운지 비아냥 대는 조로 한마디 던졌다.
"그럼 임마 쟈샤 ! 내가 언제 헌 신랑이었냐?"
경복이 녀석이 게슴츠레한 눈을 크게 뜨고 대꾸를 했다.
"제수씨는 어디계시냐?" 세경이 신랑귀에 대고 속삭였다.
"형수님은 왜 찾아 임마?"
"이 형님이 제수씨가 얼마나 이쁘게 치장을 하고 기다리는지 확인을 해야겠다"
"저쪽으로 돌아가면 신부 대기실이 있는데. 거기 임마 형수 친구들도 있어 괜히
가서 불알 떼이지말고 여기있어 어련히 신부입장 알리면 들어 올까봐 그러니?"
신랑은 떡거머리 친구들이 구경을 한다니까 은근히 걱정이 되는 눈치다.
"야아- ! 그거 듣던중 반가운 소리다. 요즘 아가씨들 총각 불알도 떼어가냐?"
경진이와 세경이 두손으로 요상한 포즈를 취하며 신랑을 놀린다. 신부 대기실
앞에 세경이와 경진이 그리고 신랑의 여러 불알친구 녀석들이 간밤에 마신
술기운이 남아있는 벌겋게 상기된 얼굴을 하고 신부를 보려고 기웃 거리고 있지
만 누가 먼저 문을 열 것인지 망설이며 주춤거리고 있다.
"경진아 네가 신부대기실 문을 열어봐라"
"야 임마! 난 숫끼가 없어서 못열어. 네가 열어봐"
경진이 갑자기 세경이의 등을 떠밀며 신부대기실 문을 열고 밀어 넣었다. 들 중 긴 생머리를 한 수혜가 소리를 질렀다. 얼마나 예쁜지 구경을 하려고 왔습니다." 마치 죄라도 지은것 처럼 얼굴이 벌개져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친구들을 대변했다. 이번에도 수혜가 한마디 하며 웃는다. 이쁘게 봐주세요. 그럼 이만 실례" 점찍었으니까 아가들은 신경 쓰지 말도록 알갔냐?" 혹시나 딴 친구녀석들이 찝적 대기라도 할까봐 미리 엄포를 놨다. 서 계신 하객 여러분은 식장안 으로 들어와 주시기 바랍니다." 식장에서 안내방송이 들렸다. 수혜도 예식장 뒤편에 서서 좀전에 불한당 같이 신 부대기실로 침입했던 세경이를 의식하며 곁에 서있다.
"어머나! 누구세요?"
갑자기 신부대기실로 들어온 세경이를 보고 신부곁에서 수다를 떨던 신부 친구
"아예 죄송합니다. 전 신랑 친구 장세경이라고 합니다. 드레스입은 제수씨가
"그럼 실컷 보세요. 그러고 보니 어제밤 함 팔러 오셨던 분 같으시네요"
수혜가 세경의 잘 생긴 외모에 호감이 가는지 입가에 살포시 미소를 띠고 신부와
"신부 예뻐요? 보셨으면 소감을 말씀 하셔야지요?"
"예 아주 이쁘십니다. 전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참 제 이름은 장세경이라고 합니다.
신부 친구들이 세경이의 코메디언 목소리 흉내에 '까르르' 웃는다.
"야 임마! 신부 어떻냐?" 친구들이 신부대기실에서 나온 세경을 붙잡고 물었다.
"임마! 궁금하면 너희들도 문열고 들어가 직접 봐라"
"참! 그리고 너희들 경고하는데 신부 친구들중 생머리한 아가씨 딱 한 사람인데 내가
세경이 방금 신부 대기실에서 본 긴 생머리를 한 예쁜 수혜의 얼굴을 떠올리며
"지금부터 신랑 박경복군과 신부 임선영 양의 결혼식을 시작하겠습니다. 밖에
"저어, 우리 어제 밤에도 함팔 때 보셨죠?"
수혜가 자존심을 버리고 세경이 에게 말을 걸었다.
"네에. 그러고 보니 구면이네요. 좀전 신부 대기실에서는 정말로 실례를 했습니다"
"아니에요. 신랑 친구분들이 신분 얼굴 좀 보겠다는데 뭐 큰 죄될 것 없잖아요"
수혜가 백옥보다 하얀 치아를 드러내고 방긋 웃는다.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저어 우리 인사나 하고 지내요. 어차피 신랑신부 그리고
친구들 모여서 뒷풀이 해야 하니까요" 세경이 여자 손처럼 길고 하얀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한다.
"김수혜라고 해요" 고사리 손을 내밀었다.
"장세경 입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세경이의 큰 손아귀에 수혜의 손이 모습을
감추었다.
"신부 입장이 있겠습니다. 하객 여러분들 께서는 천둥과 같은 박수로 축하해 주
시기 바랍니다."
사회가 코미디언 흉내를 내며 코맹맹이 소리로 안내를 하자 하객들이 '와-'하고
한바탕 웃는다.
"신부입장 !"
신부가 아버지 팔장을 끼고 입장을 하자 우뢰와 같은 박수와 짖꿎은 신랑친구 들이
여기저기서 폭죽을 터트렸다.
"수혜씨? "
"네?"
"친구가 드레스 입은 모습을 어떤 심정으로 보시는 지요?"
세경이 노처녀인 수혜의 약점을 찔렀다.
"네, 전 아직 결혼 생각이 없어요"
수혜가 입을 약간 삐죽 내밀고 야무진 목소리를 냈다.
"아! 그러세요? 전 수혜씨 같은 분이 저의 신부가 된다면 당장이라도 결혼식을
올릴 텐데요?"
세경이 수혜의 얼굴을 바라보자 수혜가 얼굴을 붉히며 세경의 눈빛을 피했다.
"저어, 수혜씨?"
"네?"
"애인 있으세요?" 세경이 멋적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왜요? 없으면 세경씨가 제애인 되어 주실려고요?"
수혜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묻어있다.
"네?"
"아 ! 네에. 그렇다면 저희 단양장씨 가문에 크나큰 영광이고 세상 사는 보람을
느낄 것 같은데요"
"어머나! 가문의 영광까지......"
수혜가 말고리를 감추었다.
지루한 주례사가 계속되자 하객들중 신랑신분와 피가 섞이지 않은 축들은 슬금
슬금 자리를 빠져나와 피로연이 마련된 지하식당으로 가는 눈치다. 오랫만에 Y읍
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촌놈들이 서울에 모여 친구녀석의 결혼을 축하하고 있다.
개중에는 어제 마신 술이 채 깨기도 전에 미리 식당에 내려와 소주를 몇 병씩 깐
녀석들도 있다. 소주잔이 몇 번 왔다갔다 하고 모두들 얼큰하게 취하자 세경이 일
어나 향후 진행될 일에 대하여 안내를 한다.
"야, 임마들아! 내말 좀 들어봐라. 술좀 작작 죽이고. 신랑신부가 폐백을 마치고
내려오면 요 근처 '아방궁'이란 카페를 통채로 2시간 예약을 해놨으니까 여기서는
술을 조금만 마셔라 알겠냐? 임마들아. 이 술귀신들아!"
신랑 신부가 폐백을 마치고 식당으로 내려와 하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친구들과
함께 아방궁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예식장 근처의 카페인데 내부가 약간 침침하
고 화려하게 치장된 불란서풍의 고급 스런 카페였다. 신랑 친구 여섯명 신부 친구
여섯명 마치 미팅이라도 하려는 남여 대학생들 같았다.
둥그런 원탁 테이블 가운데 신랑 신부가 앉고 신부의 친구들이 신부 옆으로 앉
고 수줍은 신랑 친구들이 신랑 옆으로 앉았다. 모두가 말이 없이 서먹한 분위기
였다.
"자, 여러분 ! 오늘의 사회를 맡은 사람입니다. 여기서는 사회자가 왕입니다요.
그러니 모두 내 말에 복종을 해주시기 바랍니다요."
경진이 녀석이 자청해서 사회자가 되어 맥주병에 수저를 꼽아 마이크로 삼고 안
내 방송을 한다.
"그랑께 말여, 시방 우리가 요러코롬 남정네 일곱 공주님들 일곱 아주 황금비율
이란 말여 .근디 참말로 우리가 무신 남북대화 하려고 이자리에 모인게 아니란 말
씨. 지금 부터 남정네들은 각자 호주머니에서 소지품을 하나씩 꺼내서 테이블위에
잽싸게 올려 놓더라고 알갔제?"
경진이 어설픈 전라도 사투리로 좌중을 웃기려고 노력은 하였지만 분위기가 더
썰렁해 졌다. 신랑신부 친구들을 즉석에서 파트너를 정해주려고 하는 조치인 듯
싶다. 세경이 이미 수혜를 예식장부터 마음에 두고 있는터에 사회자가 파트너를 정
하려고 하자 세경과 수혜는 몸이 달기 시작했다.
"저, 사회자님! 지는유 이미 파트너가 있는데 어쩌면 좋나유?"
세경이 벌떡 일어나 충청도말로 웃기는 자세를 하며 수혜에게 눈길을 주며 이의
를 제기하자 경진이 무슨 뜻인지 알았다는 듯 씨익 웃는다.
"여기는 신랑 신부만 빼고 모두 제 의사를 존중해 주시기 바랍니다. 비록 여기에
와이프를 데리고 나왔다 하더라도 새로이 결정된 남성 파트너를 김포공항에 까지
동행 해야합니다 "
경진이 알았다고 하더니 세경이의 의견을 묵살했다.
세경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호주머니에서 열쇄뭉치를 꺼내 다른 사람
모르게 얼른 수혜에게 보여주며 윙크를 했다. 수혜도 알았다고 윙크로 응답을 해
왔다.
"자 공주님들은 모두 두 눈을 질끈 감아 주시기 바랍니다."
경진이 자신의 소지품을 포함 친구 들에게 건네받은 소지품을 테이블 위에 죽 늘
어 놓았다.
"자 공주님들 이제 눈을 뜨고 테이블 위에 있는 남정네들 소지품 하나씩 선택 하시
기 바랍니다"
경진이 말이 떨어지마 수혜가 세경이가 꺼내놓은 열쇄 꾸러미를 잡았다. 내키 지는 않았지만 신부 친구들도 남자들의 소지품을 하나씩 잡았다. 곁으로 가서 앉아주시기 바랍니다." 자리가 재 정리되었다. 주세요" 갑자기 홀안이 왁짜지껄 해졌다. 로 화답해 왔다. 여섯쌍 모두 흡족한 표정으로 원탁 테이블에 빙 둘러 앉아 서로의 자랑에 여념이 없다. 무 황홀하고 구름위를 나는 기분입니다" 리 그냥 술 마셔요" 수혜가 샴페인잔을 들자 세경도 잔을 들어 부딪힌다. -계속-
"공주님들의 간택이 끝난 것 같습니다. 남자분들은 자신의 소지품을 잡은 공주님
"오늘 결혼한 신랑신부의 새 출발을 위하여 건배합시다. 모두 샴페인 잔을 들어
사회자의 권유로 모두 잔을 들었다
"자자! 제가 선창 할테니 여러분 따라 해주세요 .신랑 신부의 뜨거운 밤을 위하여!"
"위하여!"
"수혜씨! 고맙습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세경이 수혜에게 은근한 추파를 던지며 속삭이자 수혜도 싫지 않은듯 야릇한 미소
"수혜씨!"
"네?"
"어제 밤 함 팔때 한번 보고 오늘이 두 번이지만 십년은 사귀어온 친구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수혜씨 처럼 예쁜 여성이 지금 이 순간 내 곁에 있다는 사실이 너
"어머! 세경씨, 너무 그렇게 치켜 세우면 않되요. 어느 순간 추락한단 말이에요.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