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3)
봄날은 간다(3)
- 최재효
아버지 봄날은 한국전쟁 때
낙동강 전선에서 흔적도 없이 녹아버렸습니다
만산(萬山)에 불꽃이 붉게 타오를 때면
아버지는 습관적으로 하늘바라기가 되었답니다
반백 년이 훨씬 더 흘러 마파람 불어오면
얼굴 청수한 막내아들은 몽유병 환자가 된답니다
누이 같은 진달래꽃 어느새 풀이 죽고
목련꽃 땅에 떨어져 비련의 주인공이 되었어요
아버지와 어머니는 오작교에서 해후하셨을 테죠
아버지의 어두운 청춘을 가슴 아파하던 아들은
홀로 꽃 피고 지는 밤을 지새울까 두려워
온종일 휑한 시선을 먼 하늘에 박아 놓습니다
지금처럼 속절없이 일 년이 수백 번 흐르고 나면
부자(父子)의 봄날은 망각으로 흐를 테고
전가의 보도(寶刀)가 된 몹쓸 정한은
순진한 어떤 후손을 임바라기로 만들 테지요
- 2022.4.17.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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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해설]
주제 : 대를 잇는 봄날의 사건
소제 : 봄
저희 집안은 1950년도부터 유난히 풍파가 많았습니다.
위 시에는 주관적 요소가 부비트랩처럼 매 연(聯)마다
깔려 있습니다.
제1연은 아버지의 한국전 참전과 풍비박산 난 집안
큰어머니는 지아비가 전사한 줄 알고 그만......
아버지는 오랜 방황 끝에 어머니와 재혼하셨습니다
제2연은 봄마다 일어나는 필자의 불행한 일의 연속
누님과 형님의 소천(召天), 저의 세 번의 암 수술
그리고 이혼과 재혼, 2년에 한 번씩 하얀 병상에
누워야 하는 현실.
제3연은 아버지의 발자국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막내
항상 내 주변에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이 모두 사라진
허허로움에 하늘을 바라보는 우울. 두 분은 하늘에서
잔병치레가 심한 아들을 내려다 보시며 무슨 생각을
하실지...
제4연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아버지와 아들의 정한
무너진 꿈의 조각들... 그리고 체념
하지만 봄은 또 얼굴을 바꾸고 나서
또 다른 몽유병 앓는 후손을 만들까 두려워하고
[프로필]
- 경기도 여주(驪州) 고등학교 졸업(3회)
- 숭실대학교(崇實大學校) 영문과 졸업(60회)
- 한국문인협회원
- 소설과 현대시/소설로 등단 수상
- 2007. 9월 한국영농신문 소설부문상 수상
- 한국문인협회인천지회원(소설분과)
- 갯벌문학회 주간
[발표한 단독 작품집]
- 2005. 06 제1시집 “사랑할 때 사랑해야” 발행
- 2007. 06 제1소설집 “유월에 내린 눈” 발행
- 2007. 06 제2시집 “흔들리는 것은 사랑을 한다” 발행
- 2009. 12 제3시집 “달하 노피곰 도드샤” 발행
- 2009. 12 제4시집 “꽃 피고 지는 사연” 발행
- 2011. 12 제5시집 “그대 하늘가” 발행
- 2015. 05 제1 수필집 “지옥이 있어야 천국이 있다” 발행
- 2015. 05 제2 수필집 “뒤돌아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발행
- 2019. 05. 제2소설집 “요석궁에 내린비” 발행
- 2019. 05. 제3소설집 “꽃들의 암투” 발행
- 2021. 08. 역사 장편소설 “설죽화” 발행
e북 동시 발간(현재, 교보문고 절찬 판매중)
2022. 09. 역사 대하소설 “강릉대첩” 시리즈 발행 예정
* 즐겁고 건강한 4월 되세요.
_()_ 최재효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