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강 최재효 2020. 2. 17. 16:14

 

 

 

 

 

                본 소설은 고구려 제12대 중천태왕의 후궁 관나부인(貫那夫人)의 억울한 죽음을 재조명하는

               차원에서 창작되었습니다. 9부까지 계획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감상 바랍니다.

 

                                                                                                                                       여강 최재효

 

 

 

 

 

 

 

                                                                      

 

 

 

 

 

 

 

                                                                                    관나부인

 

 

 

                                                                                                                              - 여강 최재효

 

 

 


                                                                      3


 고구려 상류층에서 제법 큰 목소리를 내는 가문은 명림씨(明臨氏), 우씨(于氏),

연씨(椽氏) 등이었다. 명림씨가 주로 국정에 관여하고 있는 반면에 우씨는 태왕의 비(妃)를 주로 생산하였으며, 연불 태왕이 즉위하면서 새롭게 연씨가 우씨의 전통을 이어받아 태왕비를 배출했다. 국상 명림어수는 수시로 태왕비 연씨와 은밀한 만남을 가지면서 관희와 관노 공(貢)을 제거하기 위한 음모를 구체화 시켰다.


 그는 관희의 처소에서 일하는 궁인 중 여아(麗娥)를 자신의 편으로 포섭하는 데 성공하였다. 여아는 관노부 출신 처녀로 성격이 원만하고 신실하며 붙임성이 좋아 궁궐 내에서도 그녀는 많은 지인을 두고 있었다. 관희는 여아를 친 동생처럼 대하며 자신의 속마음을 내보이는 등 스스럼없이 지내는 사이이기도 했다. 명림어수는 그녀에게 수시로 은자를 건네며 관희의 사소한 일까지 고하도록 했다.   


 “여아, 너는 관희가 아침에 눈을 뜨고 나서 잠들 때까지 그녀가 하는 일들을 소

상하게 기억하고 있다가 이틀 정도 지나면 나에게 고해야 한다. 만약 긴급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면 즉시 고해야 한다.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쪽지를 보내거라. 이것은 태왕비님께서 주시는 선물이다.”
 명림어수는 붉은 주머니를 여아에게 건넸다.


 “국상 어른, 제가 만약 잘못되면 국상 어른께서 소녀를 보호해주셔야 해요. 여러 해 상전으로 모셔온 관희님의 사정을 외부로 발설하는 일이 저에게는 무척 괴롭고 부담이 된답니다.”
 여야는 입술을 오물거리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여아는 걱정하지 마라. 이 나라의 실세는 우리 연나부 사람들이다. 태왕비님도 우리 연나부 출신이고 나 또한 연나부 출신 아니더냐. 너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태왕비와 내가 발 벗고 나서서 너를 보호할 것이야. 어젯밤에도 태왕께서 관희 처소에서 주무셨는데, 보고들은 바가 있느냐?”


 명림어수가 불안해하는 여아를 안심시키며 등을 다독거렸다. 여아는 잠시 주저하다가 창밖을 주시하더니 입을 명림어수 귀에 가까이 대수 소곤거렸다.


 “그, 그게 정말이더냐? 내실에 불을 대낮같이 밝혀놓고 두 사람이 운우(雲雨)를 즐긴단 말이지?”


 “요즘 들어 관희님의 새로운 방술(房術)을 사용하고 있답니다. 위나라 방물 장수에게 구입한 규방 비술이 적힌 서책과 여러 가지 요사스러운 물건들이 가지고 있답니다.”    


 여아는 명림어수가 놀라는 모습에 더욱 신이 난 듯 손짓, 발짓을 해가며 간밤에 본 요지경(瑤池鏡)을 설명하였다. 세세한 사안까지 묘사하는 그녀의 언거번거한 태도가 명림어수에게는 무척 흥미롭게 느껴졌다.


 “그것참, 태왕께서 몸도 허약하신데, 하룻밤 사이에 서너 차례나 일을 치르다

잘못되면 어찌하려고 그러시는지 원.”


 말하는 여아보다 요상한 장면을 듣고 있는 명림어수의 뺨이 붉어지며 민망하

여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그는 그제야 며칠 전에 달지가 말한 내용을 떠올렸

다. 여아가 사라지고 명림어수는 멍청하게 앉아 태왕과 관희가 벌릴 법한 각

가지 요상한 모습을 상상하였다.  


 ‘관희가 하루가 멀다 하고 인형과 각선생을 가지고 소비의 처소를 찾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구나. 그것이 방중술(房中術)을 익혀 태왕에게 극락(極樂)을 선사하려는 수작이 분명하다. 그러나 지나친 열락(悅樂)은 남자의 몸을 상하게 하기 쉽다. 관희 그 계집은 생김새나 하는 짓을 보면 색녀(色女)가 틀림없다. 태왕이 태왕비를 제쳐두고 밤마다 그년의 처소를 찾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구나. 태왕이 방중술에 취한 것이야.’


 명림어수는 체머리를 떨며 혼자 중얼거렸다. 그는 태왕의 밤 생활을 지금처럼

내버려 두면 조만간 국상(國喪)을 치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명림어수는 뇌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태왕비가 갑자기 불쌍하게 느껴졌다. 


 “여아야, 머리 손질할 준비 되었느냐?”


 관희는 자신의 키보다 두 배나 길고 치렁치렁한 머리를 풀어헤치고 경대 앞에

앉았다. 혼자서는 도저히 길고 탐스러운 머리를 단정하게 빗거나 감아올릴 수 없는 지경이었다. 여아는 관희의 머리를 전담으로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머릿결이 곱지 못하면 관희는 여아에게 역정을 내거나 듣기 싫은 소리를 내뱉었다. 매일 여아는 관희의 머리를 풀어서 한올 한올 상태를 살폈다. 머리가 한 올이라도 뽑히거나 손상되면 관희는 불같이 화를 내곤했다.


 “왕후님 머릿결은 비단보다 더 고와요. 매일 소비(小婢)가 정성을 다해 머릿결

을 관리하니 왕후님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늘은 머리 끄트머리를 좀 정리해야겠어요. 약간 시든 부분은 잘라내고 새롭게 나오는 머리는 약초즙을 발라 모근(毛根)이 단단히 안착하도록 하려고요.”


 여아는 바로 앞에 국상을 만나고 온 뒤라 도둑이 제 발이 저린 듯 괜히 쓸데없

는 말을 주절대며 자신의 죄를 감추려 했다. 만약에 여아가 연나부 측에서 제공

한 뇌물을 받은 사실을 관희가 알게 되면 여아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었다. 


 “머리는 그 사람의 건강상태를 말해준단다. 머릿결이 뻣뻣하거나 거칠면 그 사

람의 오장육부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증거란다. 특히, 여인들은 머리를 매일매일 손질해서 정갈하고 아름답게 가꾸어야 해. 게으른 여인들은 절대로 아름다운 머리를 유지하지 못한다. 태왕께서는 나보다 아름답고 탐스러운 이 머리칼을 더 예뻐하고 애지중지 하신단다. 


 태왕께서 밤마다 나를 찾으시는 이유는 나의 풍만한 육덕과 이 탐스러운 머리칼 때문이지. 태왕께서 절정에 달하시어 용을 쓰실 때는 나의 부드럽고 향긋한 머칼에 용안을 묻고 피안(彼岸)에 오르신다. 그때 나는 머리를 풀어 태왕을 칭칭 아 지상 최고의 환락으로 인도하지. 나의 머리칼이 지금처럼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한 태왕은 언제나 나의 품을 떠나지 못하실 거야.”

 관희는 경대 속에 비친 자신의 요염한 모습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왕후님, 좋으시겠어요. 태왕 폐하께서 왕후님의 비단결 같은 머리에 푹 빠지셨으니 당분간은 태왕비님과 사랑 전쟁을 하실 필요가 없을 테니까요. 이 약초즙은 두피를 보호하고 모발을 부드럽게 해주며, 잡균이나 이물질이 머릿속으로 침투하지 못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답니다.”


 여아는 달콤한 말로 관희의 귀를 즐겁게 해주었다. 관희와 여아는 비슷한 나이

또래였다. 여아는 태왕의 총애를 받는 관희를 무척 부러워하였다. 모시는 상전(上典)을 시기하거나 질투하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여아는 관희에 대한 게염은 갈수록 커져만 갔다.


 머리 손질이 끝나자 여아는 관희의 아홉 자나 되는 머리를 둥글게 틀어 올리고

황금으로 장식된 옥잠(玉簪)을 꽂아 마무리하였다. 관희는 경대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새로 지은 옷을 꺼내오거라.”


 녹색 비단으로 만든 대례복 같은 저고리와 붉은 치마를 입은 관희의 미모가 다시 한번 빛을 발산하였다. 여아는 마른 침을 삼켰다. 관희는 태왕이 자신을 처소에 찾을 때마다 새로운 옷을 선보였다. 그녀의 옷을 만드는데 드는 비용의 상당 부분은 관노부의 장자들이 충당하였다.                


 “왕후님, 태왕께서 보시면 무척 좋아하실 겁니다. 첫날밤을 맞이한 새색시 같으셔요.”


 “그러하냐? 오늘 밤에도 태왕께서 내 처소로 드실 것이야. 오늘은 무슨 비법으로
태왕을 즐겁게 해 드릴까? 우선, 왕태후님께 새 옷 자랑을 해야겠다. 앞장서라.”


 관희는 소비에게 전한 선물과 실전을 연습할 인형과 *홍목단(紅牧丹)을 가지고 소비의 처소로 향했다. 홍목단과 각선생은 방술(房術)을 익히는 데 없어서 안 될 소품이었다. 자신의 소생을 반드시 고구려의 태왕으로 앉히려는 관희의 정성은 지극한 것이었다. 그녀의 정성에 따라 장차 고구려의 정치 판도가 뒤바뀔 수 있었다.

 

* 홍목단 – 나무로 깎아 만든 여근(女根)
 
 “왕태후님을 뵙습니다.”
 “네가 오늘은 다른 날보다 우아하고 오련하구나. 무슨 좋은 일이 있는 거로구나.
하기사, 네 처소에는 매일 밤 화락지음(和樂之音)이 난무한다고 들었다. 참으로 좋은 때로다. 나비가 꽃을 찾고 벌이 꿀을 찾는 것은 음양의 오묘한 섭리란다. 그섭리 속에 여인의 길흉화복과 부귀영화가 달려있다. 화무는 십일홍이라 했다. 네가 진한 암내로 태왕을 정욕의 포로로 만들어 놔야 너와 나 그리고 내 아들의 장래를 보장 받을 수 있다. 더나가 우리를 지지하고 있는 관노부의 중흥도 꾀할 수 있다.


 화려하게 차려입은 관희를 보고 소비가 침이 마르도록 칭찬 하자 관희는 마치

소녀처럼 기분이 달떴다.   


 “왕태후님께서 예쁘게 봐주시니 은혜가 하해와 같습니다.”


 “오늘은 팔익(八益)에 대하여 배워보자. 팔익은 사내의 정력과 정기를 잘 이용

하여 여인의 체질을 단단하게 만드는 법이니라. 잘 기억해두고 너에게 맞는 것을 선택하여 사용해보도록 하라. 아무리 금강석처럼 단단한 남정네도 음기로 가득한 여인에게 양기(陽氣)를 소모하면 병이 들고 비루해질 수 있단다.”


 “왕태후님, 손부를 잘 지도해주셔요.”
 관희의 지시로 여아가 소비가 좋아하는 다과(茶菓)를 차려 내왔다.


 소비는 다과를 즐기면서 관희가 가져온 홍목단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각선생과 홍목단을 결합해 보면서 소비는 빙그레 웃기도 했다. 다과를 마친 소비는 팔익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여아는 눈치가 보여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었다. 


 고정(固精)은 여인의 궁(宮)에서 부정한 출혈을 낫게 한다. 두 번째로 안기(安

氣)는 여인의 기(氣)를 안정시키고 궁의 안과 밖이 차가워지는 것을 없애준다. 이장(利臟)은 장기를 잘 움직이게 하는 것이며, 강골(强骨)은 뼈를 튼튼하게 해주는 것이다.


 조맥(調脈)으로 맥을 고르게 해주는 것이며, 축혈(畜血)로 달거리를 고르게 하고 피를 잘 만들게 하는 것이다. 익액(益液)으로 진액을 늘리는 것으로 뼈를 튼튼히 하고 마지막으로 도체(道體)는 몸을 다스리는 것이다. 


 소비는 다양한 모양의 남녀 인형을 떼었다 붙였다 하면서 기기묘묘한 자세를 구사하며 팔익에 대하여 관희에게 중언부언하였다. 팔익은 행위에 임하는 남녀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중술 중에서 비술(祕術)이지만 소비는 여인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훈련을 시켰다. 두 여인의 궁극 목적은 태왕이 더는 자손을 낳을 수 없도록 정기(精氣)를 고갈시키는 일이었다.


 “왕태후님, 마지막의 도체라는 비술은 여인이 너무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

아 마음에 들지 않아요. 사내가 여든한 번씩이나 다가오고 상대는 그것을 받아내야 하는 고도의 인내가 필요할 것 같아요. 손부는 일곱 번째 익액이 마음에 든답니다.”
 관희가 얼굴을 붉히며 소비의 눈치를 살폈다.        


 “관희야, 익액은 사내가 공격하는 횟수가 일흔두 번이지만 여인이 어려운 자세

를 유지해야 한다. 태왕의 하체가 짧고 부실하므로 그 체위는 너에게 무척 힘이

들게야. 그러나 네가 그 자세가 마음에 든다면 할 수 없는 일이지. 너에게 실익(實益)이 되고 태왕의 몸에서 양기(陽氣)가 썰물처럼 빠져나가게 되기 때문에 네가 의도하는 바에 합당할 수도 있을 듯 하구나.”


 소비 자신도 예전에 산상태왕과 운우를 즐길 때 자주 애용하던 자세였기에 목

각 인형으로 익액을 익힐 수 있는 체위로 고정하고 묘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왕태후님, 태왕은 손부의 뒤태와 풍성한 머리칼을 무척 좋아하여 요즘은 호보

(虎步)를 즐기고 있답니다.”
 관희가 붉은 입술 사이로 치아를 드러내며 미소지었다.


 “그 자세는 특히 내실에 불을 환하게 밝히고 해야 묘미가 있느니라. 그리해야 네 뒤태의 풍덕한 육덕을 태왕이 시각적으로 마음껏 음미할 수 있을 거야. 감탕질을 잘하는 여인은 사내에게 사랑받게 되어 있단다. 술에 취하거나 할 수 없어 마음에도 없는 *새호루기 같은 행위는 아쉬움만 남길 뿐 별 의미가 없느니라. 오늘 배운 팔익으로 태왕의 음심을 더욱 강하게 자극하여 완전히 너의 육신의 포로로 만들어야 한다.”   

         
 아이까지 생산하여 살거리도 보기 좋게 마무리된 터에 사내까지 후리는 기술을
완벽하게 습득하게 되면서 관희는 두려울 게 없었다. 두 여인이 은밀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실전 같은 실기(實技)를 익히고 있을 때 밖에서 내실의 대화를 엿듣던 여아는 자신이 마치 태왕의 상대가 되어 가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여아는 사흘 전 새벽에 관희와 태왕의 합기(合氣)를 훔쳐보고 한동안 전율한 적이 있었다. 

 

* 새호루기 - 새처럼 짧게하는 교접


 예전에는 내실에 불을 끄고 요분질을 하던 두 상전이 이제는 문밖에 밤새 시비

(侍婢)들이 있음에도 화등잔을 대낮처럼 밝혀 둔 채로 운우를 즐기는 태도에 충

격을 받았다. 태왕과 관희가 벌이는 은밀한 행위를 훔쳐보는 일이 죄가 되는 것

을 알고 있어도 여아의 관음증은 자신도 억제할 수 없었다. 


 ‘관희 왕후님이 부럽다. 어찌 그런 행위가 가능한 것일까? 두 분이 나누는 사랑

의 행위는 마치 야생마가 거침없이 행하는 *말롱질과 거의 흡사했어. 지금 생각해도 오금이 저리고 하체에서 열이 난다.’


 여아는 소비와 관희가 나누는 팔익에 대한 속삭임을 듣고도 충분히 머릿속으로 남녀의 장엄하고 외설적인 장면을 그려 볼 수 있었다. 낮에는 고요하고 맑은 호수 같은 관희가 밤만 되면 부나비가 되어 새벽까지 이어지는 환상적인 요분질에도 전혀 주눅 들지 않는 정력에 여아는 혀를 내둘렀다. 

 

* 말롱질 - 후배위(後背位)


 “국상, 그게 정말입니까? 그년이 늙은 소비에게서 사내를 후리는 비책(祕策)을

전수받고 비술(祕術)까지 터득하고 있다고요? 그년이 태왕하고 이불을 덮으면 아랫도리를 맷돌 돌리듯 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제는 방중술까지 터득하고 다니 그냥 두고 볼 일이 아닙니다. 태왕의 건강이 염려됩니다.”


 “저어-, 그, 그렇다면, 그렇다면…….”
 명림어수가 머리를 긁으며 태왕비 연씨의 눈치를 살폈다. 


 “국상, 무슨 말씀인데 주저하세요?”
 “태왕비님도 그 비술을 한번 배워보심이…….”


 태왕비 연씨는 얼굴은 반반한 편이지만 살거리가 투실하고 성정이 억실억실하

여 나긋나긋한 여인을 선호하는 태왕의 취향과 거리가 멀었다. 국상이 연씨에게 방중술을 비워보라는 제의에 그녀는 기가 막힌 듯 한참 동안 명림어수를 노려보았다. 


 ‘이자가 나에게 못하는 소리가 없구나. 내가 그년처럼 요술을 배워 태왕을 홀려보라고 하다니. 그까짓 방중술을 배우지 않아도 나는 얼마든지 그 짓을 할 수 있다고. 하지만, 하지만 내가 혼인한 지 일 년이 넘도록 태왕과 겨우 두 번의 방사(房事)를 치렀으니 한심한 일이기는 하다. 국상 말대로 모르는 척하고 그것을 배워볼까?’
 태왕비의 눈치를 살피던 명림어수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태왕비님, 사내의 마음을 얻으려면 이불속 일에 능수능란해야 합니다. 소신이

그 일에 뛰어난 도사(道士)를 알고 있습니다. 소신의 큰딸도 혼인하기 전에 그 도사에게서 석달 동안 비술(祕術)을 배웠습니다.”


 태왕비는 마음을 바꿔 명림어수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녀는 태왕에게 시집오기 전까지 사내를 전혀 몰랐다. 석녀(石女)나 다름없었던 그녀를 태왕이 마음에 두기에는 꽤나 어려운 일일 것 같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