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로 달려가다
천하로 달려가다
- 여강 최재효
그곳은 오래전부터 선택된 두 사람만 갈 수 있었다
별리의 눈물이 하해 되어 서로 밤낮 이름만 부른다
응어리 진 사연을 오로지 오조(烏鳥)들만 알고 있다
웨딩마치 메아리가 사라지기 전에 거울이 조각난다
웨딩드레스는 핏빛으로 물들고 턱시도 걸레가 된다
남남이 된 사람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한다
두분 혈육과 뼛골을 먹고 자란 형제, 천하를 잊었다
농부는 밤낮 별 보고, 지어미 들녘으로 밥을 날랐다
‘사람은 먼 훗날 별로 부활한 단다’ 이명증 되었다
보름달 뜨면 아들은 망원경 잡고 하늘을 조사한다
지난달 보름, 그 곳은 홍수로 다리가 떠내려 갔었다
‘즈아부지’ ‘즈엄마’ 소리 들리고 아무도 안 보였다
본향 가신 아버님 지금 쯤은 천하에 도착하셨겠지
홀현히 떠난 어머님 빠른 걸음으로 꿈길을 가시리
조급증 아들 토끼 눈으로 하늘만 노려보고 있었다
신명님, 저에게 붕새의 튼튼한 날개를 달아주세요
눈치 없는 새떼들 대신 저의 두 다리가 지탱하게요
크신 은혜 백만분의 일이라도 갚을 기회를 주세요
아버지 쯤 나이든 아들 척추는 점점 휘어지고 있다
달 밤이면 그는 빛의 속도로 천하(天河)로 달려간다
칠칠일, 단단한 다리 하나 지상에서도 볼 수 있겠지
- 2019. 2. 17. [2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