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를 보는 작은 염원
코스모스를 보는 작은 염원
- 여강 최재효
할아버님 산소 주변, 하늘거리는 가을꽃을 봅니다
모기 소리로 늙은 국민 여가수를 흉내 내어 봅니다
늘 흥얼거리던 가사(歌辭)였는데 어째 몰랐을까요
머리하얀 소년은 매년 세 번씩 할아버님을 뵙지요
손꼽아보니 벌써 150번 가까이 선산을 찾았답니다
한심한 일은 눈앞에 우주를 두고 하늘만 보았네요
여태껏 소년은 허블망원경을 가지고 싶어 했어요
사시(斜視)가 아니고서야 감히 객기를 부렸겠어요
그 꽃들 속에 나도 꽃이 되어 흔들리고 있었어요
분홍 꽃잎은 홍등가 젊은 작부 유두(乳頭)였어요
흰색은 명부전 천정에 걸린 등(燈)이 틀림없고요
붉은 화판(花瓣)은 어릴 때 먹던 돼지 선지같아요
적어도 45억 년 전에 사람의 씨앗이 뿌려졌었죠
신(神)들의 나라가 저물고 쥬라기도 사라졌지요
이제 돌연변이 호모모빌리쿠스가 주인이 되었죠
말끔하게 이발하신 할아버지는 웃기만 하셨어요
나는 갑자기 하여가(何如歌)를 부르고 싶었어요
내 몸에 어쩔 수 없는 속물 유전자가 있었나 봐요
십자가를 안아보고 만(卍)자와 연애도 했었어요
고개 넘고 강을 건너보니 바보가 따로 없었네요
살랑대는 추화(秋花)는 줏대가 있어 보였습니다
- 2018. 9. 15. [13:00]
여주시 능현동 조부님 산소에서
[주] COSMOS - 본 작품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