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묘하다
성묘하다
- 여강 최재효
백 년 전 저승에 드신 고조부(高祖父)를 뵙고 술 올린다
팔십 년 전 이승을 뜨신 증조부(曾祖父)에게 약주 따른다
내가 태어난 해 명부에 입적하신 할아버지께 진작하였다
삼한(三韓)사람들 살아있을 때 핏줄을 목숨처럼 여긴다
청구인(靑丘人)들 망자들 뼈 무게를 대대손손 자랑한다
돌연변이 신인류 현세들 핏줄과 뼈를 애써 모르쇠 한다
매년 여름 산천(山川)에 널린 유택 단장하느라 땀 난다
항렬상 섭(燮)자 다음에 재(在), 호(鎬), 태(泰)자 쓴다
출가외인이 더 많은 가문, 질자(姪子)들 혼자서 늙는다
이녁보다 유택에 드신 옛 조상님들 더 애간장이 타리라
중간에 낀 처지에 아래위로 눈치만 보며 탄식만 해댄다
산은 옛 산이고 산새도 변함없는데 사람만 또 바뀌었다
선산에 잘생긴 나무는 보이지 않고 굽은 나무만 서있다
한 세대 지나서 파문(破門)이 들불처럼 번지면 어쩌나
음복하는 약주 맛이 오늘처럼 쓴 적이 예전에는 없었다
- 2019.2.5. [12:35]
경기도 여주시 멱곡동 청마루 선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