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 여강 최재효
고향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며 설날 맞이한다
주선(酒仙)이셨던 아버지에게 큰 잔을 올렸다
생전 술만 담그시던 어머니에게도 잔 올렸다
서너 번의 수작으로 이승과 저승 연결되었다
몇 번의 절로 세 사람의 관계가 확인되었다
부모 모습 변함없는데 막내아들만 늙어간다
먼 훗날 아들도 아버지처럼 현고학생 되리라
자식들 술 한 잔 따르고 속으로 지청구 한다
뒤늦은 공부에 여념 없는 아버지 무언이시다
눈 감으면 문전옥답 보이고 망아지 뛰어논다
천둥벌거숭이 소년 진달래 뒷동산을 누빈다
첨잔하고 늙은 아들과 손자들이 절을 올린다
전국 여러 성씨들과 두레상에 빙둘러 앉았다
늙은 총각과 처녀에게 아무것도 묻지 못했다
떡국, 술, 헛기침 한 사발 아들은 불콰해졌다
주소지로 떠나는 이녁 기분 예전 같지 않다
이제는 술도 근심 풀어주지 못하니 어찌하랴
단체 가족사진 속 백인(百人) 얼굴 백색이다
- 2019.2.5.(화) 설날 [10:00]
경기도 여주시 점봉동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