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自書)
- 여강 최재효
머리칼 날로 엷어지니 두 뺨도 날카롭네
오늘 아침에 흰털 한 움큼 버리고 났니
봄꽃 사이 옥골선풍은 먼 이야기 되었네
겨울 가지에는 아직 차가운 바람 머물고
새들 노래 소리 이명(耳鳴)으로 울리는데
흉금(胸襟)은 이미 도화(桃花) 속에 있네
가고자 했던 길 중간에 야인(野人) 만나
주렴 내리고 청운(靑雲)보며 주선 닮고
무중(霧中)에 서성이다가 강산이 변했네
공구(孔丘)는 중반에 하늘 뜻 알았지만
불목하니 이순이 다 되도록 미련이 많아
온갖 고질에도 하늘 멀리 방황하고 있네
창공에 허다한 뭇새들 자유로이 나는데
천년 이무기 수마(睡魔)로 평생 끝내나
인간사 종종 한겨울에도 꽃이 피어나네
- 2019. 1. 27.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