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에 기대어
창에 기대어
- 여강 최재효
새벽비 그치니 회색 그림자 맑아라
반가워 창문 열고 천지를 살피는데
텅 빈 창공에 동장군은 보이지 않네
산 자락에 하얗게 서린 춘정(春情)
동짓달 두터운 솜이불 걷어버리고
무산(巫山)의 정분 새삼 떠올리네
모래알처럼 흔하디 흔한 달콤한 말
은하수에 놓았던 옥색의 가교(架橋)
눈 감으면 한순간 공약(空約)이라
이 후로 사십년이 소걸음으로 지나고
항하사 만큼 상사화가 피고 질 테니
천년 동안 벅찬 감개(感慨)만 있으리
뼈 마디마디에 둔탁한 소리 들리고
상념의 탑 태산 처럼 쌓여만 가는데
몸은 발걸음 뒤로 쳐지니 초조하네
- 2019. 1. 26.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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