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 여강 최재효
열다섯 얼굴은 수월(水月)이라 불렸고
열여덟 풍신(風神) 옥골선풍 명예 얻어
스무살 문향 짙어 청운을 품게 되었네
세상 이치 무상한 아버님에게 배우고
붕우(朋友)간 의리는 형님에게 들으며
가내(家內) 법도 어머님 지도 있었네
동서로 발품 팔고 남북으로 교유했더니
반 백년 낙화유수 처럼 되고 말았다네
이제는 하릴없이 술잔만 들고 있어라
유년부터 공맹(孔孟)을 저리 멀리하고
널리 상도(商途)의 길을 걸었더라면
주유(舟遊)하면서 천하를 희롱했으리
이즈음 분별에 대해 반신반의 깊은데
미인은 주야로 경대(鏡臺)를 매만지고
장부는 대들보 바치고 있어야만 하네
세상의 법도 모래성처럼 무너지나니
사람과 짐승의 단단한 경계 모호하고
성인의 금언(金言) 새로 세워야 하리
눈먼 황금으로 무엇인들 할 수 없을까
제가(齊家) 대신 일식(日蝕) 빈번하니
금수(禽獸)의 강산이 문 밖에 있어라
- 2019.1.25. [23:45]